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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주로 독거 노인들 시간 때우기용…수만 달러 탕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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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케이기자 "늘그막에 홀로 지내며 무료한 시간 때우는 데 이만한 것도 없다. 이젠 그만 가야지 하는데 자꾸 발길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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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도박장[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 사는 많은 한국계 독거 노인들이 카지노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모(85·여) 씨의 경우 과거 친구들하고도 도박을 한 적이 없지만 이국땅 '나성'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남편과 사별한 채 혼자 지내다 보니 7, 8년 전부터인가 관광버스를 타고 남가주에 있는 카지노 도박장으로 바람을 쐬러 다니게 됐다.

오 씨와 같은 노인들을 남가주 일대 샌타바버라에서 샌디에이고 등지에 있는 카지노 도박장 수십 군데로 실어나르기 위해 코리아타운 내 올림픽 대로에 늘어서 공회전 하는 도박장 셔틀버스들만 수십 대다.

코리아타운에서 '산 마누엘 인디언 빙고&카지노'로 정오에 떠나는 버스AKR20160509132300009_02_i.jpg

이런 버스가 하도 많이 줄지어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주민들을 깨우다 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때뿐이었다. 약삭빠른 버스 기사들이 수시로 한 블록 건너 이동 주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카지노에서는 관광버스 회사 사장에게 100만 번째 손님을 모셔온 데 대해 치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어쨌든 오 씨가 셔틀버스에서 내려 일단 카지노 슬롯머신 앞에 앉기만 하면 영어를 잘 못해도 괜찮고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도 상관없다.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첫 카지노 방문 당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짜릿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로 오 씨는 주마다 혹은 매일 카지노로 순례를 하는 코리아타운 노인들의 일원이 됐다. 이들 대부분이 투명인간처럼 홀로 사는 저소득층이거나 가난하다.

그래도 최소 5만 달러(약 5천830만원) 이상을 카지노에 쏟아부은 사람에게 부여되는 '에메랄드 클럽' 멤버인 오 씨는 '이제는 그만 가야지' 하고 서너 주 동안 발길을 끊다가도 카지노에서 공짜 뷔페 쿠폰 등을 보내오면 하릴없이 다시 카지노 행 버스에 몸을 싣게 된다.

매일 가장 빠르면 오전 6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막차가 이튿날 새벽 4시에 돌아오며 카지노와 연계해 사실상 무료로 운용된다.

오 씨는 저금통장에 있던 수천 달러도 지난 수년 사이 슬롯머신에 탕진하고 이제는 매달 875달러씩 나오는 미국 사회보장연금 수표와 아들이 가끔 보내주는 용돈으로 간신히 생활한다.

도박장에서 사은품으로 준 압력밥솥은 사용법도 서툴고, 예쁜 누비이불 세트도 받았지만 고스란히 장롱 속에 있다. 처음에는 잭팟을 좀 터뜨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오 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도박장을 '인디언 마실 다닌다'고 하던 독거 할머니가 죽고 난 뒤 그 방에서 감춰져 있던 현금 수천 달러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오 씨는 신문에 "그게(도박이) 좋고 재미도 있지만 끝은 늘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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