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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범죄수익금 110억원, 땅 속에 숨겨준 부부
300평 마늘밭 사서 9개월 동안 1m 깊이로 파
일부 빼내 쓰고 도둑맞은 듯 꾸미려다가 ‘들통’
경찰 "인터넷 불법도박 심각성 보여준 대표 사건"

"페인트 통 2개가 없어졌어. 돈을 담은 통 5개를 묻었는데… 혹시 당신이 가져간 거 아니야?"

2011년 4월 8일 이모(60)씨가 굴착기 기사 안모(62)씨를 다그쳤다. 그 즈음 이씨의 마늘밭에서 나무를 옮기는 작업을 했던 안씨에게 땅 속에 묻어뒀던 돈을 훔쳐간 게 아니냐고 추궁한 것이었다. 안씨는 "그런 적 없다. 내가 경찰에 신고해서 (아니라는 것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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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0일 밤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에서 경찰 수색 중 발견된 돈 뭉치

 
이튿날 안씨의 신고로 경찰이 마늘밭을 뒤졌다. 경찰은 이날 5만원짜리 5만4000장, 27억원을 땅 속에서 찾아냈다. 이어 다음날 경찰은 밭 전체를 갈아엎어 5만원권 8만장, 40억원을 추가로 발견했고, 이씨가 경찰 눈을 피해 몰래 집에 옮겨둔 돈까지 총 110억원을 찾아냈다. 5만원권 22만장, 10kg들이 사과박스 크기의 압수물 상자 8개 분량이었다. 


‘전북 김제 마늘밭 사건’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돈을 묻었던 이씨가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가 들통난 꼴이 됐다. 이 돈은 이씨의 처남 형제가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불법 자금이었다. 큰처남 이모(55)씨는 중국으로 도주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고, 작은처남(51)은 구속돼 당시 출소를 2개월 남짓 남겨둔 상태였다. 별탈 없이 두 달만 버텼으면 110억원을 캐내 ‘떼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마늘밭 주인이자, 매형인 이씨 부부가 묻어둔 돈의 일부를 써버리면서 불거졌다. 작은 처남의 출소 시기가 다가오자 불안했던 누나와 매형은 써버린 돈을 굴삭기 기사에게 도둑맞은 것처럼 뒤집어 씌우려고 한 것이다. 결국 이씨 형제의 불법도박 범죄수익금 110억원은 모두 국고로 환수됐다.

◇1년6개월만에 170억원 벌어들여
마늘밭 사건은 이씨 형제의 불법도박사이트에서 시작됐다. 형 이씨는 2008년 1월 인터넷에 불법도박사이트를 개설했고, 동생에게 회원 모집과 조직 관리를 맡겼다. 10여명 되는 모집책들이 회원을 모아오면 이들이 도박에 거는 돈의 일정 부분을 ‘캐시백’이란 이름으로 모집책들에게 나눠준다. 처음에는 도박을 즐기는 일반 회원이었다가 급이 높은 회원이 되면 모집책 활동을 해서 수익도 가져가는 것이다. 물론 이 수익도 대부분 도박으로 탕진한다. ‘다단계’ 영업방식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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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화면

 
이 도박사이트에서는 고스톱과 맞고, 포커, 바둑이(포커와 비슷한 카드게임) 등의 도박판이 벌어졌다. 고스톱의 경우, 점당 1000~2000원씩을 건다. 돈을 따면 무조건 10~20%씩을 수수료 떼어갔다. 경찰 수사를 받기까지 약 1년6개월 동안 이 도박사이트가 벌어들인 돈은 1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중 50여억원은 중국에서 일하는 조직원 월급과 체재비, 서버 유지비, 국내 조직 유지비 등으로 썼다. 나머지 100억원 가량을 운영자인 이씨 형제가 챙긴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스톱 한 판 돌아가는데 30~40초밖에 안 걸린다. 한 두 시간만 쳐도 수백 판 돌아간다. 회전율이 빨라 수수료가 엄청난 것"이라며 "도박으로 돈 버는 건 결국 사이트 운영자 뿐"이라고 했다.

◇마늘밭 현금, 쌓으면 아파트 10층 높이
이씨 형제로부터 돈 보관을 부탁 받은 마늘밭 주인 이씨 부부. 형제의 누나와 매형이다. 부부는 왜 돈을 왜 땅 속에 묻었을까. 

부피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110억원은 5만원권 22만장이다. 5만원권 100장을 묶은 다발 20개(1억원)의 무게는 2㎏, 높이는 22㎝다. 5만원권으로 110억원의 무게는 220㎏, 바닥부터 쌓아 올리면 높이는 24.2m. 대략 10층짜리 아파트 높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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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에서 발견된 110억원 중 20억원을 전북김제경찰서 수사관들이 펼쳐 보이고 있다

 
2009년 초 이씨 형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도박사이트로 벌어들인 돈을 쉴 새 없이 현금화했다. 그리고는 전북 전주시에 있는 누나의 집에 보냈다. 2009년 6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112억원이 건너갔다. 누나 부부는 당초 빈 페인트 통이나 냉장고용 김치통 등에 넣어 다용도실에 보관하다가 다용도실이 꽉 차게 되자 ‘땅 속에 묻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부부는 2010년 5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에 있는 약 300평(992㎡) 짜리 마늘밭을 8100만원을 주고 샀다. 그리고는 이듬해 3월까지 약 9개월 동안 1m 깊이로 땅을 파서 10차례에 걸쳐 110억원을 묻었다. 부부가 사건에 깊숙이 빠져들게 된 것이다.

◇마늘밭 부부, 대법원서 유죄 확정
동생들의 불법자금을 마늘밭에 숨겨줬던 누나 부부는 2012년 4월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매형 이씨는 징역형이, 누나 이씨는 집행유예가 각각 선고됐다.

2012년 4월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범죄 수익금을 마늘밭에 묻어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매형 이씨에 대해 징역 1년을, 누나 이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번 돈이라는 것을 알고 땅에 묻었다고 하더라도 이씨 부부에게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이 있거나 이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 부부는 2010년 6월부터 동생이 맡긴 인터넷 불법도박 범죄수익금 112억원원 중 2억4000여만원을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110억원 가량을 마늘밭에 묻어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범죄 수익금을 보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특정범죄를 조장하려는 목적은 없었다며 이씨에 대해 징역 1년, 이씨 부인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마늘밭과 현금 110억원을 몰수하고, 추징금 4000여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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