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부 합의 땐 타인 정자로 인공수정해도 친자"
[앵커]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친자식으로 보는지를 두고 법원은 그동안 엇갈린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최근에는 정자를 제공받기로 부부 간 합의가 있었다면 친자녀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자]
지난 1986년 결혼한 남성 A씨는 무정자증 진단을 받고 부인과 합의하에 타인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낳았습니다. 부부는 출생신고를 마친 뒤 자녀를 키웠지만 사이가 나빠지면서 결국 이혼하게 됐습니다.
A씨는 양육비 문제로 부인과 갈등을 빚다 자녀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님을 확인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부부가 타인의 정자를 얻어 출산하는데 동의했다면 친생자이며 나중에 이를 부정할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정자로 태어난 자녀의 법적 지위를 두고 법원은 그동안 엇갈린 판단을 내려왔습니다.
지난 2002년 이혼을 앞둔 임 모 씨가 "정자은행을 통해 낳은 아들에 대해 남편은 친권이 없다"며 낸 소송에서 법원은 임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남편이 자녀와 유전적 관계가 없으니 친자 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2000년 비슷한 사례에서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혼여성 이 모 씨가 전 남편을 상대로 아들에 대한 친권이 없음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혼인 중 만들어진 자녀는 아버지의 친자로 추정한다는 민법 규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친생자를 판단하는데 유전자의 동일성이 중요한지, 부부의 동의를 비롯한 과정이 중요한지를 두고 대법원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아서 앞으로의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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