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출판사 대표 겸 작가, 김남규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2016년 4월경이었다. 나는 이미 인도네시아에 24년째 거주 중이고, 여덟 군데 직장에서 35년 동안 직장 근무를 한 상태였다. 내가 원하면 몇 년은 더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3달 후면 내 나이가 만 60세였다.
2017년 1월이면 어머니 연세가 만 90세가 되어 조촐하게라도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모임을 가져야 했다. 장모님은 만 92세가 되어 아내가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사위로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가족도 많이 보고 싶고, 친구들도 그립고, 그동안 참석하지 못한 동창회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었다.
2016년 10월 '김남규 외국어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888단어 문장! 중국어-한국어-영어로 동시에』라는 책을 출간하고 나서, 서울고등학교 동기 영어회화 쿠알라 클럽 친구들에게 책을 증정하고 찍은 기념사진이다. 맨 오른쪽 은발 머리는 2017년 대한민국학술원상 자연과학기초 부문 수상자인 강원대학교 우경식 교수, 그 바로 옆이 예전 에너지기술평가원장 황진택 박사, 그리고 맞은편 초록색 셔츠가 나다. [사진 김남규]
한국으로 되돌아가면 무엇을 할까 고민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것을 내가 해내면 행복하고 감사하고 성취감이 들지 않을까? 그게 무엇일까? 결론은 1인 출판사였다. 식당 운영보다 힘들다는 출판사, 그것도 1인 출판사다. 이름은 ‘김남규 외국어 출판사’로 정했다.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24년 동안 근무하면서 거의 매일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했다. 특히 영어는 3만 시간 넘게 실전영어에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매일 영어로 이메일을 작성하고, 미팅하고 가격 네고를 하며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심지어 어떤 밤에는 영어와 인도네시아 2개 국어로 동시에 꿈에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아내가 말해 준 적도 있었다.
무언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2010년 12월에 개인적으로 첫 번째 영어회화책을 출간했다. 이때부터 영어와 관련한 운명은 더욱 숙명적으로 바뀌게 된다.
한류 열풍이 인도네시아를 뜨겁게 달군 2014년 7월 인도네시아 사람들과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민을 위해 개인적으로 두 번째 회화책을 냈다. 이 책은 출간 넉 달 만에 5000부가 매진되는 등 이례적으로 성공했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2016년 7월 24년 동안 살았던 인도네시아를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하자마자 그동안 생각했던 1인 출판사 ‘김남규 외국어 출판사’를 만 60세 생일에 등록했다.
2016년 6월 30일 나의 35년 직장 생활이 끝나는 날 대우 GYBM 인도네시아 1기 교육팀장으로서 40명의 연수생 수료식을 무사히 마치고 반둥공대 영어연수원장 Mr.Bambang 교수(오른쪽) 부원장 Mr.Dana 교수(왼쪽)로부터 감사패와 기념품을 받았다. [사진 김남규]
이때부터 내 생활은 직장인이 아닌 1인 출판사의 대표이자 작가로 바뀌었다. 집에서 가까운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얻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사무실에 가고 밤늦게까지 원고 집필도 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모든 것을 비우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후에도 영어 관련 책을 출간해 적자를 보기도 했고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는 책도 있다. 요즈음 나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매일 아침에 일어나 여섯 군데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보내는 주문서를 확인하는 일이다.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긴 하지만 홍보·마케팅 비용이 없는 1인 출판사는 서점 매대에 많은 책이 한꺼번에 진열되기 불가능하다. 그 점이 아직 힘들지만 내 책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입소문과 SNS의 도움으로 책 판매가 늘어날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김남규 외국어 출판사를 창업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내 나이 아직 젊은 63세.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올해 말까지 새로운 책 한 권을 더 출간할 계획이다. 성취감과 출판사 운영비 사이에서 고민이 큰 것도 사실이다. 향후 영어와 인도네시아 전문가로서 강의하고 싶다. 또 다른 바람은 만 70세 이전에 전국 방방곡곡 농촌과 섬을 다니며, 초등학생들에게 영어교재를 무료로 나눠 주고 아주 쉽게 영어를 배우는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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