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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김정명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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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반, 프리랜서 강사로서 포항공대에서 과학기술자 글쓰기를 강의하는 모습입니다. 포항공대는 매년 강의를 진행하는 곳이라 매우 친숙합니다. 올해 하반기에 또 강의를 하러 갈 참입니다. [사진 김정명]
  
“아이고(I), 미치고(M) 폴짝(F) 뛰겠네.” 1997년 11월, IMF는 대한민국에 강펀치를 날렸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직장인은 몸담았던 회사를 떠났다. 운 좋게도 나는 직장에서 잘리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살아갈 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기가 다시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에는 참상을 피했지만 다음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IMF는 고통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거듭나게 한 전기(轉機)’였고, ‘인생 2막을 준비하게 해 준 실마리’였다. 
  
IMF 이듬해, 회사에서는 위기극복 교육을 했다. “위기가 또다시 오더라도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써 보세요.” 백지를 나눠준 교육 담당자는 한 시간 뒤에 오겠다며 사라졌다. ‘아(I), 또 미치고(M) 폴짝(F)’ 뛸 노릇. 머리를 쥐어짜도 경쟁 역량이라고 할 만한 건 생각나지 않았다. 어쩌면 애당초 없는 것을 찾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곁에 있는 교육생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국가 자격증이라도 적어 보라는 교육 담당자의 말에 ‘운전 면허증, 태권도 단증밖에 적을 게 없더라’는 동료의 말은 웃겼지만 참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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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한창 일을 배우고 열심히 하던 시기로 기억한다.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현재 IM) 구미사업장의 인사부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옆에 보이는 사람은 삼성전자 전무로 퇴직한 나의 사수다. 많이 보고 싶다. 아마 그분도 인생 환승을 했으리라. [사진 김정명]
  
생존을 위한 강력한 한방이 없다는 건 샐러리맨에게는 치명적이다. 퇴근 후 술에 치이고 잡기와 놀이로 흘려보낸 시간은 후회막급이었다. 특히 목적과 원칙 없이 지낸 삶은 더 가슴을 치게 하였다. 이대로 살면 괜찮은 것인지,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그래, 경쟁력 있는 무기 하나쯤은 만들어 두자, 그래야만 살아남는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에게 걸맞은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선 나를 알아야 했다. 나는 나를 알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관찰했다. 적성검사, 직업검사, 성격검사, 역량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도 마다치 않았다. 나는 나에게 치열하게 다가갔다. 일상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독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며 직장인과 대학생의 글쓰기를 돕는 책 『영어보다 글쓰기』도 출간했다. 3년간 주말마다 꼬박 썼다. 
  
책 쓰기는 고되었지만 즐거웠다. 출간 덕택에 강연도 다녔다. 청중과 소통한다는 건 큰 기쁨이었다. 무릇 힘든 일이 고되지 않고 즐겁게 다가올 때 그 일은 천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원하는지를 알게 됐다. 시간이 흘러 떠남이 목적인 순간이 찾아왔을 때 나는 이십 년 넘게 다닌 직장과 쿨 하게 헤어졌다. IMF 때문에 인생 2막을 일찌감치 염두에 둔 건 썩 잘한 일이었다. 
  
요즘 프리랜서 강사로 유쾌하게 살고 있다. 젠체하며 6차(1차+2차+3차=6차) 산업 종사자로 나를 홍보하기도 한다. 글쓰기(Technical Writing)와 취업역량개발 분야의 콘텐츠를 생산하고(일차 산업) 가공해서(이차 산업) 유통·판매하는 일(삼차 산업)이 내 업(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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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경북대학교에서 '사람과 '통(通)'하는 글쓰기'를 주제로 진행한 특강 사진이다. 그 이후로도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몇 번 더 진행한 게 기억난다. [사진 김정명]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소통을 즐긴다. 내가 나를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근래에 와서 강연 요청이 부쩍 늘었다. 고맙고 다행스럽다. 강연을 다니며 수강생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얼굴에 빛이 나고 명랑한 강사’라는 평. 인생 환승을 통해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는 가장 빛나는 방증으로 여긴다. 
  
프리랜서의 삶이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조직의 보호를 받았던 갑의 입장에서 혈혈단신 을의 입장이 되고 보니 서럽고 욱할 때가 있다. 게다가 시간은 ‘프리’하지만 품삯은 예전만 못하다. 오죽하면 프리랜서 생활을 ‘재미있는 지옥’에 비유할까. 하지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잘 버무려진 인생 2막은 ‘재미없는 천국’보다 훨씬 낫다.  
  
특히 강연장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기회가 되면 대학에서 청춘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내고 싶고, 대한민국 최고의 강연도 하고 싶다. 그러려면 프리랜서의 일상을 ‘재미있는 천국’으로 만들어 100세까지 현역으로 뛸까 목하 고민 중이다.  
  
100세까지? 노망났다는 댓글은 정중하게 사절한다. 하하하. 부디 인생 환승을 두려워하지 마시라.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준비하는 자는 쫄지 않는다. 인생 환승을 준비하는 모든 분에게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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