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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서 사진작가로, 이병용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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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의 '갤러리 와'에서 터키 사진전을 열 때의 내 모습이다. [사진 이병용]

  
8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까 고민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술도 마시고 여행도 다니고 공부도 하면서 젊음을 즐겼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못 해서 늙어서 후회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즐기고 열심히 일하면서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일본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1988년 30살 때였습니다. 
  
1년 동안 일본어를 배우며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공부의 재미를 느끼면서 잠자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빼고 하루 10시간 넘게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손에 드니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생전 처음 장학금을 받았고 졸업생대표 연설 의뢰까지 받았습니다. 
  
시험장에서 면접관이 “31살 젊지 않은 나이에 왜 사진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질문해 앞으로 50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8년간 돈을 모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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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난 참전용사의 잘린 다리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진 이병용]
  
귀국 후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이 시작됐습니다. 재개발 현장 사진과 풍경 사진을 찍으며 2005년까지 순조로웠습니다. 그러나 4년간의 청계천 복원 작업 프로젝트를 끝내고 이사 2주 만에 지하 작업실이 침수돼 확대기, 필름, 사진, 서적 등을 못 쓰게 됐습니다. 
  
지천명(知天命)을 2년 앞둔 시기에 닥친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찍으며 항상 미진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학교 재학 중 찍었던 재일교포 1세들의 사진과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단체와 함께 활동하던 시절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당시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춘천 방문 당시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6·25를 떠올리게 됐고 1년여의 준비 끝에 2007년부터 언제 끝날지 모를 기나긴 ‘한국전쟁 참전 UN21개국 참전용사 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에티오피아와 터키 작업을 끝내고 지금은 미국 참전 용사 사진 작업을 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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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아나무르에 사는 아이세 두주균 여사, 결혼 1주 만에 군대 간 남편은 6개월 만에 한국전쟁에서 전사했다. 미망인은 위험에 처한 나라를 돕다 전사한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사진 이병용]
  
사진을 하지 않고 직장에 다녔다면 지금쯤 편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사진가로서 자유롭게 살면서 자아를 실현하는 충실한 삶, 자신의 삶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삶도 소중하고 의미 있다는 깨우침, 자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 등 한 마디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는 데서 오는 내적인 만족감과 충만감으로 가득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위험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그분들의 삶을 응원하고 고귀한 삶을 기록하는 것이라서 더 의미 있고 가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와 가치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하며 보람 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저의 경험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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