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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에서 스마트폰 그림작가로, 홍미옥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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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도쿄 진보초에서 스마트폰 그림 특강을 진행했던 모습이다. [사진 홍미옥]
  
누가 내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난 멈칫거리며 그냥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또 한번 물어보면 더 주저하면서 주부 화가, 아마추어 화가라고 조그맣게 말하곤 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에서조차도 주부라는 단어와 함께해야 속 편하던 시절, 불과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남들처럼 알뜰하지도 그렇다고 야무지게 살림을 잘하지도 못했던 난 꽤 긴 시간을 재미 삼아 그림 그리는 일에 만족했다. 하지만 언제나 가슴 깊은 곳에선 그림과 미술에 대한 꿈들이 꿈틀댔다. 
  
때마침 남편의 안식년을 맞아 일본의 미술관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오랜 꿈인 미술관 여행이라는 여정이 시작됐다.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미술기행』이라는 책을 들고 찾아간 곳곳의 미술관들과 그림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개인 블로그에 털어놓으면서 온라인상의 이웃들과 소통하게 되고 새내기 미술 블로거로서의 일상이 시작됐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화면 위에 그린 그림 이야기로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도쿄까지 날아가 스마트폰 그림 강의도 했다. 또 블로그에서 만난 중년의 세 여자가 의기투합해 전국의 작은 책방을 돌면서 ‘안 늦었다 중년!’이라는 이름으로 폰 그림, 북 토크, 규방 공예가 함께하는 전시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또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스마트폰으로 그린 세상’이라는 그림 에세이를 중앙일보에 연재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나의 스마트폰 그림은 외아들의 입대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때마침 찾아온 갱년기의 외로움을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에 털어놓음으로써 일상의 활력도 찾고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그림 그리는 삶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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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의 훈련소 사진. 나의 스마트폰 그림은 외아들의 입대를 계기로 시작했다. [사진 홍미옥]
  

외아들의 훈련소 사진. 나의 스마트폰 그림은 외아들의 입대를 계기로 시작했다. [사진 홍미옥]화는 안 그리느냐, 이것도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느냐, 그림을 그리면 그렸지 무슨 이야기는 그리 길게 쓰느냐는 등 애정 어린 충고도 제법 듣곤 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니 그들의 그런 걱정도 모두 다 내 그림과 이야기들을 관심 있어 하는 거라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폰 그림에 대한 세간의 이해다. 마치 묘기나 기술을 부리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선들도 있는데 언제 어디서나 나만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는 폰 그림의 따뜻한 편리함을 모르고 하는 말일 게다. 내 마음을 그리는 데 있어서 무슨 위아래가 있으며 정해진 방법이 있으랴! 
  
나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등장인물들뿐만이 아니다. 내 그림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손잡아주고 따뜻하게 자릴 펼쳐준 지인들과 끊임없는 애정의 공감을 보여준 블로그 이웃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우군인 남편과 가족들이 내 그림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따뜻한 관심은 내가 그림 이야기를 그린 후에 얻은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난 인생의 서울역쯤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1호선을 타고 사람들 속에 부대끼기도 하고 4호선을 타서 색다른 그 무엇을 만날 수도 있다. 아니면 공항철도나 KTX를 타고 좀 더 큰 세상을 마주할 수도 있는 거다. 이젠 어디로 가든 내 그림 이야기와 함께 여전히 궁금하지만 따뜻한 이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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