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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맨에서 인생학교 교장으로, 백만기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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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인생학교 수업 모습. [사진 백만기]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었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명동의 고전 음악감상실을 자주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음악감상실의 오디오가 좋아도 현장에서 듣는 것만 못한 법이다. 어느 날 나이 서른 전후의 청년음악가들이 서대문의 작은 공간을 빌려 실내음악회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는 연주가 끝난 후 음악가와 객이 다과회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음악회를 마치고 집에 오며 언젠가 이런 공간을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이 40이 되었을 때다.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입사해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마흔이 된 것이다.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생을 마칠 수는 없었다. 일단 나이 50에 은퇴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10년 동안 퇴직을 준비했다. 검소한 생활을 하며 열심히 저축했고, 인문학을 공부하며 커피와 건축도 배웠다. 

  
50대 초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분당 서현동에 작은 공간을 하나 임차했다. 그곳에서 고전 음악해설가인 고 신동헌 선생을 모시고 매주 목요일 실내음악회를 가졌다. 젊었을 때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음악회가 끝나면 차나 맥주를 나누며 연주자와 손님이 함께 어울렸다. 공간을 운영한 지 2년이 되던 해 분당에 성남아트센터가 들어섰다. 이제 시민이 그곳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문을 닫고 성남아트센터의 자원봉사 모집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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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근무 시절 친구들과 함께. [사진 백만기]

  
50여명의 시민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우연히 교육생 대표로 뽑힌 나는 자원봉사자를 신청한 사람의 이력을 살펴봤다. 통역가도 있고 방송작가도 있고 대학 교단에서 강의한 사람도 있다. 물론 나처럼 기업의 임원으로 퇴직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커리어를 활용해 자원봉사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연수를 마치고 우리에게 떨어진 일은 봉투에 풀을 부치거나 관람객을 안내하는 등 너무 단순한 일이었다. 물론 그런 일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원했다. 결국 적지 않은 사람이 그만뒀다.

  
어떻게 하면 저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국에 U3A(University of the 3rd Age)라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은 인생 2막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이나 지혜를 나누는 학습공동체였다. U3A 런던의 회비는 월 1만원이다.  
  
적은 비용으로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알아보니 학교 운영위원과 강사가 모두 자원봉사자다. 우리 지역에도 그런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3년 뜻을 같이하는 이웃이 오피스텔을 빌려 U3A 분당 ‘아름다운인생학교’를 개교했다. 성남아트센터의 자원봉사자도 강사로 초빙했다.

  
지난해 가을 민간기업 AK플라자 백화점 스태프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학습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운영위원과 상의한 결과 회원의 편의를 위해서는 그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올해 1월 서현동 소재 AK플라자 백화점 9층으로 이전했다. 강좌는 20여개로 늘었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우리 학교를 견학했다. 지난달에는 새문안교회 장로 3명이 다녀갔다. 아름다운인생학교와 같은 시니어 학습공동체가 지역 곳곳에서 움트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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