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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요리 선구자 페란 아드리아, 스페인 '엘불리' 직원 식단 책으로

1년치 미리 계획… 매일 함께 식사 "요리 기본은 정확한 재료 계량"

 

페란 아드리아(62)는 현존하는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요리사로 꼽힌다. 아드리아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로세스라는 마을에서 운영했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에서 미식(美食)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액화질소, 염화칼륨, 진공조리법 등 최첨단 기술과 재료를 동원하는 '분자 요리' 기법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키기도 했다. 엘 불리에서 매년 3월 1일 자정에 한 해 예약을 받기 시작하면 전 세계에서 약 250만건의 예약 요청이 쇄도해 하루 만에 1년치 8000석이 마감되곤 했다.

 

엘 불리에서 '패밀리 밀(family meal)'이라 부르는 직원들 식단 역시 간단치 않다. 남은 재료로 대충 만들어 때우는 끼니가 아니라 1년치를 미리 계획해 준비하는 음식들이다. 이 식단을 모은 책 '패밀리 밀'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아드리아는 "잘 먹어야 요리도 잘하기 때문에 직원 식단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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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운영했던 레스토랑 ‘엘 불리’의 직원 식단을 모은 요리책 ‘패밀리 밀’을 쓴 스페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 그는 “잘 먹어야 요리도 잘한다”고 말했다. /ⓒ Francesc Guillamet·엘불리 20052011, 페란 아드리아, 훌리 솔러, 알베르트 아드리아, Phaidon, 2014, www.phaidon.com

―엘 불리 전 직원이 매일 함께 식사했다는데.

 

"우리는 하루 15시간을 같이 보내는 가족이었다. 그래서 '패밀리 밀'이라고 부른 것이다."

 

엘 불리에서는 매일 오후 6시 30분 직원 식사가 차려졌다. 직원들이 음식을 조리대에 올리면 아드리아부터 서빙하는 직원까지 총 75명이 둘러앉아 30분 동안 식사했다. 식단은 스파게티, 돼지갈비, 감자수프 등 유럽 가정의 평범한 음식들로 짜였다.

 

―엘 불리에서 한 끼는 1인당 300유로(약 40만원)였는데 직원 식사 단가는 얼마였나.

 

"전채, 메인 요리, 후식으로 이뤄진 음식의 재료비는 1인당 2~4유로(약 2700~5300원)였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고 균형 잡힌 식사가 가능하단 걸 알려주고 싶었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음식과 너무 차이 나는 것 아닌가.

 

"모든 직원을 손님처럼 먹였다간 일주일 안에 파산했을 거다(웃음). 손님 음식은 요리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요리가 맛있는지 없는지 따지지 않았다. 우리가 궁금한 건 '요리가 고객들의 머리털을 곤두서게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요리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무엇인가.

 

"모든 재료의 분량을 정확히 재야 한다. 가정에서 요리할 땐 대개 눈대중으로 음식을 만든다. 그렇게 음식을 만들면 매번 맛이 달라진다."

 

―냉동식품이나 시판 육수를 쓰는 것이 의외였다.

 

"그런 재료를 쓰면 진짜 요리가 아니라고들 하는데 그럼 와인이나 식용유, 설탕도 집에서 직접 만드나? 나는 '음식을 논리적 실용주의로 접근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식재료 분량을 2인분·6인분·20인분·75인분으로 적은 것이 독특하다.

 

"2인분 식재료를 10배 곱해 20인분을 만들면 절대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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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불리’ 전 직원 75명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 페란 아드리아는 매일 오후 6시 30분 이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 Francesc Guillamet

아드리아는 2011년 엘 불리를 접고 음식 R&D센터인 '엘 불리 1846'을 내년 9월 연다고 지난 5월 발표했다. 1846년은 서양 고전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태어난 해다.

 

―엘 불리 1846에서도 음식을 맛볼 수 있나.

 

"엘 불리 1846은 음식점이 아니다. 음식·미식과 관련된 혁신을 연구하는 곳이다."

 

―당신의 궁극적 목표는 뭔가.

 

"행복해지는 거다. 내게 행복이란 도전이다. 뭔가에 도전할 때 행복하다. 요리사로서 도전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이제 무엇에 도전할지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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