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는 세균명, 바이러스명이 없다. 대신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통틀어 ‘사기(邪氣)’로 보고 그 사기의 종류를 다시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 화(火) 6가지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 나쁜 기운의 성질이 어떠한가를 판단하고 그 사기에 대해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사기를 몰아낼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이미 한의학은 약 2000년 전에 지금의 메르스 같은 변형된 역병을 치료한 임상경험과 환자들의 투병경험까지 체계적으로 결부시켜 상한론(傷寒論)과 온병론(溫病論)으로 집대성시켰다.
지금의 메르스는 감기와는 차이가 많다. 겨울에 걸리는 감기는 상한(傷寒)이라 하여 찬 기운이 몸 속에 들어와 정기를 떨어뜨려 생긴 병이기에 발병 초기에는 몸이 오슬오슬 떨리고 기침, 콧물이 주증상으로 나타난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발한해표에 중점을 둔 치료를 하고 환자에게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게 하거나 반신욕으로 땀을 내주어 발산시키도록 하면 잘 낫는다. 실제로 한 때 ‘사스’라는 변종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한국인들이 안전했던 이유로 김치의 역할이 컸다는 보고가 많았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사스가 찬 기운으로 인한 바이러스이기에 즉, 한(寒)의 ‘사기(邪氣)’이기에 발산(發散)의 치료법이 유효했던 것이다.
반대로 메르스는 온병(溫病)이다. 더운 기운, 즉 뜨겁고 건조한 기운이 몸의 정기를 무너뜨려 버려 고열이 주증상이 되며 그로 인한 탈수가 심하게 된다. 특히 체액이 부족한 고령자나 폐질환 환자들에게 더 위험하다. 메르스는 사우디 같은 고온 건조한 지역에서 발생한 그런 성질을 가진 바이러스다. 한국의 올해 봄과 초여름과 같은 마르고 건조한 기상 상황이 이런 중동 지역성 바이러스인 메르스의 확산을 도왔다. 한의학적으로 바람(風)과 건조(燥)의 사기가 우리 몸에 들어온 것이고 이런 치료 사례가 현대의학적으로는 없으니 보건당국은 물론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다.
이제 메르스 대란에 반드시 한의학과 공조를 해야 한다. 중국은 국가 위생 및 계획생육위원회(한국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년 메르스 진료지침’ 대응책에서 양·한방 병행치료를 국가 공식 진료 지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양방 단독으로 대처하니 숲을 못보고 나무만 보게 되어 자꾸 다른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한의학적인 대처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내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체액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당분간 맵고 짠 음식은 피하고, 땀을 많이 흘린다든지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한다. 평상시 물을 자주 마셔서 체내의 수분이 지나치게 부족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 보습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하며 특히 잠잘 때 방에 가습기를 틀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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