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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험블 스타일의 고급식당… 뉴욕·도쿄 이어 한국에도 상륙

 

"눈으로 보면 집밥과 다를 게 없지만, 입에 넣는 순간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맛은 완벽해지려고 노력했지만 그걸 굳이 뽐내고 싶진 않았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요?(웃음)."

 

최근 서울 신사동에 문 연 '2018년 5월'은 일명 '오월이'로 통한다. '쿠촐로' '마렘마' 등을 만들었던 김지운 셰프가 새롭게 이끄는 이곳은 요즘 '집밥 같은 음식을 내놓는 한식 주점'으로 소문났다. 이곳에서 파는 음식은 하나같이 대수롭지 않고 친근해 보인다. 두부김치, 제육볶음, 보쌈과 편육, 육전, 간장버터비빔밥 같은 것들. 한데 막상 설명을 들으면 다르다. 김 셰프는 "새벽에 배달된 재료를 가지고 만든다. 가령 두부면 햇백태를 일일이 손으로 고르고 갈아내 쪄낸다"고 했다. 고급 식기를 쓰지도 않는다. 할머니가 찬장에 올려둔 것 같은 빈티지 코렐 그릇에 툭 얹어낸다. 김 셰프는 "소박하고 친근하지만 알고 보면 정말 럭셔리한 음식을 추구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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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2018년 5월’에서 내는 한식. 최상급 재료로 만들지만‘코렐’접시에 툭툭 얹어 집밥처럼 낸다. 메뉴도 친근하다. /이태경 기자

한동안 미식가들 사이에서 궁극의 식사는 파인 다이닝(fine-dining)으로 통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2시간 넘는 코스를 우아하게 즐기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 '음식 좀 먹어 봤다'는 소리를 들었다.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박하고 편한 이른바 '험블(humble) 스타일'이 인기다.

 

몇 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비스트로노미(Bistronomie) 열풍이 불었던 것이 유행의 시작. 비스트로노미는 격식 없이 음식을 즐기는 식당인 '비스트로(Bistro)'와 미식(美食)을 뜻하는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를 합친 말이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서 유행하던 것이 최근 한국에도 상륙했다. 김지운 셰프는 "한때 돈 있는 사람들이 최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값비싼 가죽 가방을 들고 다녔다면 요새는 전기자동차를 몰고 천가방을 들지 않나. 음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이태원에 '장진우거리'를 만들며 유명해진 장진우 대표가 최근 신사동에 문 연 한식당 '청담만옥'도 편한 음식을 지향한다. 불고기 소스로 양념한 '옛날 통닭', 여수에서 갓 잡은 돌문어로 만든 숙회, 북어 보푸라기를 올린 장어튀김 같은 메뉴를 내놓는다.

 

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운영하는 서울 신사동 가정식 식당 '쏠트' 역시 보기엔 만만하지만 맛은 남다른 스타일을 추구한다. 김해 달고기로 만든 피시 앤 칩스, 새벽 시장에서 공수한 고등어로 만든 파스타 등을 빈티지 접시에 담아낸다.

 

외식 트렌드 전문가인 이윤화 다이어리R 대표는 "파인다이닝이 성숙하려면 국민소득이 5만달러는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최고급 미식이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라며 "그보단 편하지만 맛은 남다른 험블 스타일의 고급 식당이 새롭게 각광받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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