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자수 취미로 인기
개인 취향 따르는 소비 트렌드
한물간 취미로 여겨졌던 자수가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작품을 완성하면 뿌듯해진다는 것이 이유다. 옷이나 가방 같은 기성품에 자수를 놓아 '나만의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서울 성산동에 사는 직장인 김은정(28)씨는 몇 달 전부터 자수 공방에서 '프랑스 자수 기초반' 수업을 듣고 있다. 프랑스 자수는 서양식 자수를 총칭하는 말로, 바탕천이나 실, 스티치(자수 기법)에 따라 종류가 수백 가지에 달한다. 과거 초·중생들에게 인기였던 십자수도 프랑스 자수의 한 종류다. 김씨는 "자수를 놓을 때는 스마트폰도 잊을 만큼 몰두할 수 있어 좋다"며 "완성된 작품은 집에 인테리어 장식으로 활용하거나 주변에 선물한다"고 했다.
프랑스 자수의 다양한 스티치를 이용해 만든 꽃 리스 장식. /마로작업실
자수 공방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열리는 관련 강좌도 많아졌다. 경북 구미시에서 자수 공방인 '마로작업실'을 운영하며 강좌를 여는 최희정(45)씨는 "3년 전 작업실을 열었을 때와 비교하면 수강생이 2배 이상 늘었다. 20~40대 주부·직장인이 주로 오는데, 단순 취미뿐 아니라 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했다.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독학할 수도 있다. 유튜브에 '프랑스 자수'를 검색하면, 다양한 도안과 스티치를 소개하는 동영상이 여럿 나온다.
자수를 맞춤형으로 제작해주는 곳도 생겼다.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과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고객들이 산 물품에 원하는 문구를 새겨주거나 와펜(wappen·펠트에 자수를 놓아 만든 장식)을 붙여준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엔 작은 소품이더라도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것을 사려는 '가치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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