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ㅣ노인경 그림책ㅣ문학동네ㅣ64쪽
어린아이가 배를 쑥 내밀고 "후~!" 숨을 내쉬는 표지에 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우리 집 네 살 난 꼬마가 무심코 툭 던진 물음, "난 애기 때 엄마 배 속에서 뭐하고 놀았어요?"에 답해 줄 그림책을 만난 순간이다.
임신한 지 5개월쯤 됐을 때인가. 배 속에서 조그만 물고기 한 마리가 스윽 슥 헤엄치는 느낌에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묘하고 신기했던 기억이 선하다. 이 책은 딱 그 순간 엄마와 아빠가 함께 숨을 불어넣었더니 물방울 같은 아이가 생겨 엄마 배 속을 맘껏 유영하는 장면을 파스텔톤으로 포착했다. '아루야. 넌 어땠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말이야. 답답하지 않았어?' '아니. 좋았어! 재미있는 거 많았어.'
'책청소부 소소'로 2012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코끼리 아저씨와 100개의 물방울'로 이듬해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 황금사과상을 받은 저자는 어느 날 '두근' 심장 소리가 들려왔던, '톡톡'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상상했던 열 달을 되새기며 이 책을 썼다.
온통 새까맣기만 할 줄 알았던 아기집이 보들보들한 연분홍 배경으로 펼쳐지고, 그 속에서 아이가 수많은 색 숨을 불어내며 생애 첫 탐험에 나서는 장면이 볼수록 깜찍하다. 자신의 기원을 궁금해하는 아이와 나란히 누워 보면서 도란도란 말 나누기 좋은 책이다. 색연필로 배경을 칠한 뒤 흐릿한 기름종이를 덮어 알록달록 물감으로 덧채운 그림이 갓난아이 첫 숨처럼 보드랍고 따사롭다.
댓글 0
번호 | 제목 | 조회 수 |
---|---|---|
49 | l애플, 이케아가 성공한 이유…복잡성의 시대, 가장 필요한 사업 전략은 ‘심플’ | 317 |
48 | 바람 타는 계절… 그대의 배낭엔 어떤 책 넣었나요 | 330 |
47 | 히틀러의 열등감이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참패를 불렀다l | 433 |
46 | [한줄읽기]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외 | 339 |
45 | 칸 그랑프리 두 번… 日 감독은 억센 女주인공을 좋아했다 | 307 |
44 | 기억을 잃은 살인범, 어떻게 죄책감을 느꼈을까 | 330 |
43 | 스티브 잡스 성격의 長短이 궁금하다면 l | 322 |
42 | 충돌과 격변의 시대… 대한제국과 그 皇宮이 돌아왔다 | 306 |
41 | 한 땀 한 땀 수놓으며 잡념 날리고 시름 잊고 | 314 |
» | "난 애기 때 엄마 배 속에서 뭐하고 놀았어?" | 313 |
39 | [최광희의 비하인드시네마] '안시성' '명당' '협상'... 추석 영화 총평, 암기력만 있고 응용력 없었다 l | 327 |
38 | 치아 교정 및 재교정 만족도 높이려면 치과 선택 신중해야 | 341 |
37 | 日 미혼 성인 남성 42%가 ‘성 경험’ 전무한 이유 | 324 |
36 | 박해미 '오! 캐롤' 복귀한다 "무게감 안고 다시 일어설 것" | 306 |
35 | 관객 400백만 돌파 , 당나라와 처절한 전쟁의 서사시 영화 '안시성' | 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