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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콤 이광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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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120편의 공연 중 70편을 함께 한 윌셔이벨극장 로비에 앉은 에이콤 이광진 대표. 김상진 기자 

 

 

30년이다. 이광진이라는 한 사람이 척박한 이민사회에서 '공연 문화'의 씨앗을 뿌린 지….

 

그 사이 30대의 청년은 머리가 희끗한 60대의 중년이 됐다. LA를 대표하는 문화기획사 에이콤의 이광진 대표다. 

 

30년이 쉽지 않음은 어림짐작으로도 알 수 있다. 80·90년대 이민사회에서 그것도 문화공연의 뿌리를 내리는 일은 녹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에게 "그걸로 밥벌이가 되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에이콤은 지난 30년간 LA한인사회에 120여 편의 공연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가 기획한 공연을 보러온 관객 수만 20만 명이다. 그 공연에 그가 걸어온 30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광진 대표는 1982년 27세에 미국으로 이주, 미주동아일보(광고국)에서 일했으며 1988년 이민사회 최초로 문화기획사 '에이콤'을 설립했다.

 

-첫 작품을 기억하나. 

 

"1988년 11월 첫 공연을 올렸다. 이곳 대학생 출신들로 구성된 '모임극회' 친구들과 함께 기획한 '우리읍내'(손톤 와일더)가 첫 작품이다. 당시 백광흠씨 구명운동의 일환으로 기획했고 그 무대로 7000달러를 만들어 변호사비를 제공했다. 이후 본격적인 공연기획 일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까지 몇 편의 공연을 했나. 

 

"120여 편 정도 된다. 우수극단 초청연극을 40여 편했고 LA서 기획해 무대에 올린 연극공연만도 20여 편 정도 된다. 가수 초청 음악공연이 50여 회, 국악공연과 발레공연 등도 10여편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1996년 한 생명을 살린 공연이다. 백혈병에 걸린 성덕 바우만을 돕기 '룰라' 사랑의 콘서트다. 당시 그룹 룰라가 표절 시비로 미국에 피신해 온 적이 있다. 그때 기획사 대표를 알고 있어서 '좋은 일 한번 하자'고 제안했다. 할리우드 파크 야외공연장에서 공연했는데 1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2만 달러를 아시아 골수기증협회에 전달했다. 결국 공연을 기폭제로 바우만의 골수 기증자도 찾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최은희 여사의 50주년 헌정공연 '오! 마미'와 어바인 쌍둥이자매 사건의 실화를 다룬 연극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이 연극은 지나 한의 감추어진 슬픈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한 달간 21회나 공연을 했고 당시 주류사회에서도 주목했었다."

 

-음악공연도 많이 했다.

 

"에이콤이 70·80 포크음악의 미주공연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공연했던 협동라이브콘서트 '열린 음악회' 이후 패티 김 ·조영남·김세환·장계현·최백호·심수봉 ·이광조·변진섭·박강성·최성수·해바라기·산울림·장미여관 등에 이르기까지 50여 편을 기획했다."

 

-문화공연기획사를 그것도 LA에서 30년이나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을 신기해 하는 사람도 있다. 

 

"안다. '그 일로 밥을 먹고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부를 이룰 수는 없다. 어쨌든 그 세월동안 덕분에 밥도 먹고 살았고 좋아하는 술도 마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 그거면 되는 거 아닌가." 

 

-요즘 연예인들이 많이 LA에 온다. 예전에도 그랬나. 

 

"90년 대에만 해도 연예인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게 하늘에 별따기였다. 한국 연극제 수상팀 정도는 되어야 한국정부에서 스폰을 해서 공연비자들 받아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한번은 그렇게 어렵게 들어온 공연팀 30명 중 4명이 잠적했다. 이후 공연 비자를 받는 게 더 힘들어졌다."

 

-요즘은 상당수가 카지노에서 공연을 하는 것 같다. 

 

"우리 표현으로 얘기하자면 '미끼' 공연이다. 카지노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면 수십만 달러의 매출이 들어온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요즘은 정상적인 무대 공연을 올리는 것이 힘들다."

 

-에이콤은 어디서 공연을 제일 많이 했나.

 

"120여 편의 공연기획 중 70여 편을 윌셔이벨극장과 함께했다. 윌셔이벨극장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3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공연이 있나. 

 

내년 3월 국제문화교류협회 지원으로 2016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베스트 수상작 '할배열전'을 준비하고 있다. 주호성씨가 연출하고 최주봉, 양재승, 윤문식씨도 출연하는 시니어 연극으로 노인들이 은행을 터는 내용이다."

 

-시니어 공연을 많이 소개하는 것 같다. 

 

"시니어가 즐길 수 있는 연극이 한정적이지 않나. 사실 한국에서는 흥행면에서 시니어 연극들이 앞서간다. 좋은 호응을 얻었던 연극 '장수상회'도 시니어 연극이 었다."

 

-한인에게 바라고 싶은 게 있나.

 

"한인사회에 성숙한 공연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초대권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공짜표가 범람하면서 표를 살 줄 모르는 풍토가 퍼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상적인 무대공연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떨 때 보면 공연티켓이 '딱지'처럼 여겨진다. 그냥 표를 달라고 한다. 객석을 채우기 위해 표를 뿌리는 기획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획자건 관객이건 이제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30년을 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은.

 

"기업이 문화를 돕는다는 '메세나' 정신을 실천하는 벨라스코 벤자민 박 회장과 에이콤 콘서트에 처음으로 팝스오케스트라를 시대를 열어준 김영균 교수 그리고 20년간 한결같이 무대제작을 담당해준 화가 튜크 김에게 이렇게나마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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