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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아닌 '마눌님'이다!
은퇴한 후 집에 콕 박혀 지내면서 '백수' '삼식이'의 별명을 얻는 남자가 많다. 평생을 아내와 자식을 위해 희생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내의 눈칫밥뿐이다. 집을 쉬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하루가 다르게 아내가 무서워진다. 드디어 남자는 '마누라'라는 호칭을 버리고 '마눌님'이란 존칭을 사용한다. 은퇴 가정에서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림과 글로 재미나게 풀어낸 그림 에세이.<편집자 주>
마누라라는 단어를 어학 사전에서 찾아봤다.
‘중년이 넘는 아내를 남편이 허물없이 부르는 말’이며
한편으론 ‘아내를 속되게 부르는 말’이라고도 했다.
나는 기겁을 했다.
그러지 않아도 해가 갈수록 아내가 점점 호랑이처럼 무서워져 가는 마당에
백수, 삼식이 주제인 내가 감히 아내를 마누라라고 부르고 있었으니
참 간덩이가 부어도 한참 부은 남편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당장 ‘마눌님’이란 존칭어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
마눌님의 또 다른 의미는 보통사람의 아내가 아니라 ‘왕비’를 뜻한다고도 한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는 아내를 향한 안성맞춤인 단어다.
내 이웃 사람들은 그런 나를 ‘얼간이’ ‘맹추’ ‘바보’ 등등의 저열한 이름으로
빈정대겠지만 나는 그들에게 반항한다.
“너희들도 환갑, 칠순 지나 나만큼 나이 먹어봐라. ‘마눌님’ 소리가 저절로 나올 테니까. 웃기는 넘들아!”
강인춘 일러스트레이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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