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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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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뜻을 평소 명백히 밝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식의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사진 pixabay]

  
유서는 죽기 전에 자신의 뜻을 밝히는 문서다. 대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쓰지만 생전에 미리 작성하는 유서도 있다. 자신의 임종에 관해서다. 이런 문서를 ‘생전 유서’ 또는 ‘리빙 윌(Living Will)’이라고 한다. 임종에 임했을 때 죽음을 연장하는 치료를 유보 또는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제정으로 이제 많은 사람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가 부모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연명의료 거부가 혹시 부모의 뜻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과 효도를 하지 못한다는 마음에서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자신의 뜻을 평소 명백히 밝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자식의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법정 스님, 39세 때 유서 써 놓아 
스코트 니어링은 죽기 20년 전 유서를 작성했고 죽기까지 두 차례 수정했다. 법정 스님은 39세 때 미리 쓰는 유서란 글을 써서 죽음에 임하는 그의 생각을 적었다. 나도 10년 전 호스피스 공부를 할 때 미리 생전 유서를 써둔 적이 있다. 아래가 그것이다. 
  
2013년 씨티은행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유언장을 써 두었다고 답한 사람은 2%에 그쳤다. 일생에 한번은 유언장 쓰기를 권한다. 유언장을 쓰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준다. 
  
나의 유언장 내용

“임종의 순간이 다가온다면 병원이 아니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계속하며 중환자실에 있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집에 있으면 모르되 혹시 병원에 입원해있다면 악화되기 전에 집으로 옮겨 주었으면 한다. 얼마를 더 사는 것보다 머물던 곳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떠나고 싶다. 
  
임종을 하더라도 시신을 병원의 장례식장으로 옮기지 말았으면 한다. 살아있을 때도 그렇지만 죽어서도 병원에는 가기 싫다. 더구나 차가운 시신 보관소에 있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혹시 공동주택에서 거주할 경우 좀 불편할 진 모르겠지만 빠른 시간 내에 장례를 진행해주기 바란다.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방의 창문은 좀 열어 두었으면 좋겠다. 비록 죽은 몸이지만 그래도 밤하늘의 별도 보고 싱그러운 공기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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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메모리얼 파크' 공원 묘지. 수목장을 하고 돌을 하나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백만기]


  
나의 관은 고급스러운 것을 사용하면 안 된다. 그저 평범한 나무로 만든 보통의 관에 뉘기를 바란다. 수의를 따로 맞추어 입고 싶지도 않다. 항상 새 옷은 불편할 뿐이다. 평소 즐겨 입었던 옷을 입혀주었으면 한다.   
  
장지는 가족 묘지가 있으니 그곳을 이용했으면 한다. 그러나 무덤에 봉을 올리거나 비석을 세우면 안 된다. 비문에 새길 공적을 이룬 일도 없거니와 남들 보기에 혐오감을 줄 뿐이다. 다만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작은 돌을 하나 놓는 건 괜찮다.   
  
장례절차에 직업적인 장의사가 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몸을 움직일 순 없다고 하더라도 남의 뜻에 따라 내 몸이 다루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다만 잘 모르는 게 있을 땐 조언 정도만 들었으면 한다. 자식들이 직접 장례를 진행하는 게 어려울 수 있겠지만 좋은 경험이 되리라 믿는다. 
  
임종의 순간에 의식이 있으면 모르되, 만약 의식이 없다면 인공호흡기를 삽관하거나 심폐소생술을 시술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시술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임종을 앞둔 노인들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다. 임상 의사의 말을 빌면 목에 큰 호스를 삽입하는 건 환자에게 너무 고통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나는 그저 조용하게 가고 싶다. 
  
죽음이 다가오면 단식을 하다 죽고 싶다. 영양공급을 한다고 강제로 링거를 주사하거나 급식을 시켜서는 안 된다.   
  
죽어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진 않다. 그러므로 부고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 사람을 불러들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그리고 조문객을 맞이하느라고 가족끼리 보내야 할 그 소중한 시간을 빼앗겨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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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에서 겪는 마지막이자 가장 귀중한 경험이다. [사진 pixabay]


나의 죽음을 가족들이 너무 슬퍼하진 않았으면 한다. 나는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 그리고 아직은 잘 모르지만 미지의 세계에 가서도 잘 지낼 것이다. 또 장자의 우화처럼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을 가엾게 여길 지도 모를 일이다. 오히려 나의 죽음을 통해 자식들이 형제의 우애를 다지고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죽음은 삶에서 겪는 마지막이자 가장 귀중한 경험이다. 죽음의 순간에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그의 내세가 결정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 순간은 죽어가는 사람에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자기가 공경하던 신에게 귀의하기 위해 기도도 해야 하는 엄숙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그 순간에 가족들이 울음을 터뜨린다거나 소란을 피워 죽어가는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게 해선 안 된다. 가급적 죽어가는 사람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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