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유튜브 코드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편집자>
 
 
b3ac46f3-77e9-4e7c-874e-3b4c1fefb08f.jpg

대부분의 예비 은퇴자들은 앞으로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에 빠진다. [사진 pixabay]

 
은퇴를 앞둔 예비 은퇴자는 향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자주 빠진다. 그런데 어떻게 살 것인가 못지않게 과연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물음도 중요하다.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전했더니 살기도 어려운데 벌써 죽음을 생각하냐고 묻는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불교에 ‘돈오점수’란 말도 있듯이 먼저 죽음을 생각하고 점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죽음을 성찰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살았던 사람들이 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호스피스 계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쓴 『죽음과 죽어감』이다. 내친김에 국립암센터에서 실시하는 호스피스 고위과정에 등록했다. 국립암센터의 호스피스 과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형 교육이 아니라 의료인, 즉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과정이다. 분당과 일산을 오가며 의료인들과 함께 호스피스 완화치료에 대해 배웠다.
 
생을 돌아보면 학교 과정을 포함해 지금까지 받은 교육 중 제일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호스피스 과정을 통해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흔히 나이가 들어야 죽는 줄 알지만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 죽는 사례도 많았다. 하물며 어린아이가 소아암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기도 한다. 여러 죽음을 목격하며 이전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가치가 전혀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죽는 순간의 마음이 내세 결정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일반인과 달랐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높은 지위에 올랐으면, 돈을 많이 벌었으면, 집을 크게 늘렸으면 하는 것이 아니고 생을 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미루었던 작은 소망이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가고 싶었던 소망, 도시에서 벗어나 양지바른 곳에서 살고 싶던 소망 등 작은 것이었다. 은퇴 후 맞이하게 되는 인생 2막은 이렇게 미루던 일을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d312c31a-5a94-47d6-a346-30322696d57a.jpg

죽는 순간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귀중한 시간이다. [사진 pixabay]

 
죽음은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경험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죽는 순간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그의 내세가 결정된다고 한다. 설령 그렇지는 않더라도 죽는 순간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에게 귀중한 시간이다. 한 가족에게는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지만, 또 어느 가족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지인에게 들은 사례다. 평소 교단에서 존경을 받던 어느 목사가 임종을 맞이해 거의 동물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살기 위해 어떤 치료라도 원했고 그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주위 사람들을 원망했다. 그러나 애쓴 보람도 없이 그는 얼마 후 죽었다. 가족들에게는 그의 임종 과정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기억으로 남았다.  

 
 5c8f184d-6e4f-43ce-803d-466b259f6721.jpg

노경병 박사(2003년 작고)는 환자 수술을 하다 C형간염에 걸렸다. 의사인 아들이 간 이식을 권했지만 오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나는 행복하다. 감사하게 살다 간다"
 
다른 사례도 있다. 평생을 의료인으로 살았던 고 노경병 박사가 좋은 예다. 환자 수술을 하다 C형간염에 걸렸다. 의사인 아들이 간 이식을 권했지만 오래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거부했다. 이때부터 그는 죽음 준비를 시작했다. 죽는 건 나니까 그 방식은 내가 정하겠다는 오랜 신념에 따라서다. 
 
노 박사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 등 어떠한 생명 연장치료를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지인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며 일일이 전화를 했다. 아끼던 물건이나 재산은 교회·학교에 기부했다. 임종 열흘 전 마지막 입원 때 고통받고 싶지 않다며 재차 연명 치료 중단을 못 박았다. 아들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갠 상태로 79세의 나이로 편안하게 운명했다. “나는 행복하다. 감사하게 살다 간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노 박사를 한국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마무리 사례로 꼽는다.
 
 9ef6ed28-69f5-4574-a5ff-133f51015651.jpg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스라엘 건국 기념을 축하하는 연설문을 작성하던 중 복부대동맥류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수술을 거부하고 생을 정리했다

 
아인슈타인도 그러한 죽음을 택한 사람이다. 이스라엘 건국 기념을 축하하는 연설문을 작성하던 중에 복부대동맥류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수술을 거부하고 생을 정리했다. 이때 그가 남긴 말은 이렇다. “내가 원하는 때 가고 싶다. 인공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가야 할 시간이다. 품위 있게 죽고 싶다.” 그의 나이 76세였다.
 
한국 죽음의 질은 세계 하위 수준이다. 그동안 먹고 살기 위해 성장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등한시한 탓이다. 이달부터 연명 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우리도 늦었지만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법이 너무 엄격해 의료현장에서 우려하고 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
 
이제는 인생을 마감할 때 가족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슬픈 기억을 남겨주고 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호스피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사람은 살아온 대로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잘 살아온 사람은 잘 죽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죽음도 그렇다는 것이다. 대체로 생애 동안 의미 있는 일을 추구했던 사람의 죽음이 편안했다. 인생 2막을 설계하는 사람이 귀담아들을 얘기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email protected]


고고렌트카 웹사이트 방문하기
렌트카 필요하신 분
전화: 213-500-5243
카카오톡: city1709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475 술 마음껏 마시려 관직 오른 도연명이 낙향한 이유 file Nugurado 468
474 임종 직전에야 남이 원하는 삶만 산 걸 깨닫는다면 [출처: 중앙일보] 임종 직전에야 남이 원하는 삶만 산 걸 깨닫는다면 file Nugurado 461
473 노익장, 수전노 용어 만든 언어 마술사 후한의 마원 [출처: 중앙일보] 노익장, 수전노 용어 만든 언어 마술사 후한의 마원 file Nugurado 458
472 면바지는 발목 살짝 드러나게 입어야 꽃중년 file Nugurado 457
471 "○○ 아빠, ○○ 엄마" 이런 부부, 은퇴 후가 위험하다 file Nugurado 456
470 방패 베고 병사와 한솥밥 먹은 조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file Nugurado 456
469 세 번 자리를 옮기고도 모두 정점에 오른 춘추시대 범려 file Nugurado 456
468 사랑을 구하며 논했던 동경대학 학생들이 쓴 화장실 낙서 file Nugurado 456
467 빌려준 돈 못 받을 때 필요한 마음가짐 file Nugurado 456
466 집 한 채 값 빚지고 죽은 친구가 꿈에 나타나 한 말 file Nugurado 455
»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말 "할 만큼 했으니 갑니다" file Nugurado 453
464 죽음 대신 거세당하고 진실을 기록했던 사람 [출처: 중앙일보] 죽음 대신 거세당하고 진실을 기록했던 사람 file Nugurado 449
463 부산 깡패를 주먹 한방으로 굴복시킨 아버지 file Nugurado 448
462 남자의 자존심 '브이 존' 살리는 봄 옷차림 file Nugurado 447
461 부친의 눈물겨운 구명운동으로 지옥같은 옥살이 탈출 file Nugurado 447
460 북가주 또 산불… 프리웨이 덮쳐 file Nugurado 442
459 죽음 마주할 수 있으면 은퇴 준비는 끝이다 file Nugurado 442
458 [더,오래] 건강해지고 싶으면 소주잔으로 물 마시라 file Nugurado 442
457 어린 시절 이모들과 즐겼던 간식 '꼼밥' 먹고 싶다 file Nugurado 441
456 2부 진격의 한국 l 일본이 30년간 공들인 동남아 200조원 시장 한국 기업들이 싹쓸이 하고 있는 상황 신안나 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