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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의 후반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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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림답부를 상상해서 그려봤다. [그림 김준태]


  
“165년 10월 연나부의 조의(皂衣) 명림답부(明臨答夫, 67~179년)가 왕을 죽였다. 백성들이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의 ‘고구려본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명림답부는 고구려의 첫 번째 국상(國相, 고구려의 최고관직)이 된 인물로 폭정을 휘두른 차대왕을 시해하고 신대왕을 옹립했다. 
  
그런데 명림답부의 쿠데타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명림답부의 벼슬 ‘조의’는 고구려 초기 10관등 중 9등급에 해당하는 벼슬이다. 말단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왕을 교체하는 큰일을 주도할 수 있었을까? 또한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때 그의 나이는 99세였다. 하급관리인 99세 노인이 정변을 일으켜 새로운 정권을 출범시킨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여기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명림답부는 본래 유력귀족으로 명망과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대왕의 탄압을 받아 강등됐다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그가 반정을 일으킬 정도의 인적·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었던 점, 신대왕의 즉위와 함께 국상 겸 총사령관에 올라 전권을 행사했던 점을 볼 때 확률이 높아 보인다. 평범한 하급관료였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나이 문제는 명림답부가 왕으로 모셨던 태조대왕(太祖大王)이 119세, 차대왕(次大王)이 95세, 신대왕(新大王)이 92세까지 사는 등 해당 시대에는 유독 믿기 힘든 사례가 많이 나온다. 특히 태조대왕은 93년을 통치하고 100세에 동생인 차대왕에게 보위를 넘겼다고 한다. 이들 세 왕에 대해서는 역사서 간의 기록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재위 기간을 조작했다거나 태조대왕이 한 사람이 아니라 몇 사람이라거나 하는 등 정설이 없다. 
  
세 왕이 혈연관계로 기록되었지만, 왕권을 차지한 각기 다른 세력을 의미한다는 견해도 있다. 세 왕의 나이가 실제보다 과장됐고 이들과 관련이 있는 명림답부 역시 나이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나이 들어 권력투쟁 소용돌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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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제665호『발해태조건국지‧명림답부전』 [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http://www.heritage.go.kr)]


  
그럼에도 명림답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시점이 그가 상당히 나이가 들어서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대체 무엇 때문에 평생을 가만히 있다가 노인이 되어서야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 것일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폭정에 신음하는 백성을 구원하겠다는 대의가 아니라 본인의 생존이나 이해관계, 권력욕 때문에 반정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국사기』를 보자. 똑같이 정변을 일으켜 왕을 폐위한 창조리와 연개소문은 반역자로 묶여있는 데 비해 명림답부의 전기는 을파소, 김후직 등 명신(名臣)들과 함께 놓여있다. 국상으로서 나라를 안정시키고 고구려가 도약하는 토대를 쌓은 공로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기 때문이다. 
  
172년 11월 한나라 현토군 태수 경림이 고구려를 침공했다. (역사학자이자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이 지은 『명림답부전』에 따르면, 이때 고구려를 공격한 한나라의 병력이 10만이었다고 한다) 다른 신하들이 맞서 싸우자고 주장했지만 명림답부는 고개를 저었다. “한나라 군대의 수가 많으니 우선은 굳게 지켜야 하오. 저들은 1000리 밖에서 식량을 운반해왔소.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오. 청야(淸野)로써 기다리면 저들은 반드시 지쳐 돌아갈 것이니 그때 공격하면 뜻을 이룰 수 있소.” 
  
강한 적과 정면에서 충돌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적은 보급이 원활하지 못하니 군수물자와 식량을 얻지 못하도록 모두 차단하고(청야전술) 적이 지치길 기다리자는 것이다. 명림답부의 주장대로 고구려군은 농성에 돌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나라 군대는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퇴각하기 시작했다. 
  
‘청야전술’로 한나라 10만 대군 물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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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세의 나이에 수천 명의 기병을 이끌고 추격해 좌원 땅에서 전멸시킨 명림답부.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명림답부는 수천 명의 기병을 이끌고 추격해 좌원 땅에서 이들을 전멸시켰는데 이때 그의 나이 106세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노익장을 유감없이 과시한 것이다. 이후 7년이 지난 179년(신대왕 15년) 9월 명림답부는 113세로 눈을 감는다. 
  
무릇 아무리 왕이 폭군이라고 해도 그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심지어 시해까지 했다면 그 신하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악용될 수 있는 사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사강목』에서 “임금의 자리를 빼앗는 반역을 저지르는 자는 훗날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예우하지 않는다”라며 명림답부의 예를 든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임금에 대한 충성과 도리를 중시했던 유학자들도 명림답부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노년에 바친 나라에 대한 헌신을 인정했던 것이다. 
  
김준태 동양철학자 역사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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