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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의 후반전(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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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불위(呂不韋). [사진 바이두(www.baidu.com)]


  
다가오는 것은 우연이더라도 그것을 붙잡아 기회로 만드는 것은 실력이다.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치밀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 우연을 기회로 만들고 그 기회를 성공시킨 사람이 있다. 상인에서 최강대국 진나라의 2인자에 오른 인물. 파란만장한 후반전을 열어간 그는 바로 여불위(呂不韋)다. 
  
원래 여불위는 거상이었다. 열국을 돌아다니며 무역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라 수도 한단에서 그의 눈길을 끄는 사람을 만난다. 조나라에 인질로 와 있던 진나라 왕자 이인(異人, 자초라고도 불림)이다. 
  
여불위가 이인을 주목한 것은 그가 뛰어난 인물이었다거나 범상치 않은 풍모를 가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인은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진나라 태자 안국군(安國君)의 아들이었지만 힘이 없던 탓에 인질이 되었고 조나라 역시 이인을 박대했기 때문이다. 진나라가 조나라를 자주 공격하며 못살게 굴었으니, 강대국 진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살려두었을 뿐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여불위는 대체 왜 이런 이인을 보고 “이 ‘진귀한 물건’은 사둘 만하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진기한 물건을 사두면 훗날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뜻의 고사성어 기화가거(奇貨可居)가 여기서 유래했다) 아마 여불위의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계산이 오갔을 것이다. 
  
안국군은 아들이 스물이나 되지만, 안국군이 사랑하는 정실 아내 화양부인에게는 자식이 없다. 이인을 화양부인의 양자로 만들 수 있다면 후계싸움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이인은 자기가 왕이 될 수 있으리라 꿈도 꾸지 못했을 테니, 내가 그를 왕으로 만들어준다면 헤아릴 수 없는 큰 보답을 받게 될 것이다. 
  
진나라 왕자 이인의 킹 메이커 자처, 막대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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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씨춘추. [사진 바이두(www.baidu.com)]
  
여불위가 자기 아버지와 했다는 대화도 같은 맥락이다. “농사를 지으면 몇 배를 남길 수 있습니까?” “열배 정도겠지.” “귀한 보석을 구해 좋은 가격으로 팔면 몇 배의 이문이 남습니까?” “백배는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 나라의 왕을 만들면 몇 배 이익이 되겠습니까?” “그건 가늠할 수가 없겠구나.”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것, 확률이 낮은 상품을 선택해 더 큰 배당금을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마음을 굳힌 여불위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막대한 재산을 털어 이인을 지원하고 화양부인과 부인의 측근을 구워삶았다. 상인으로서 갈고 닦은 현란한 마케팅 기술을 발휘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화양부인은 이인을 양자로 들였고, 화양부인의 간청에 따라 안국군은 이인을 후계자로 삼는다. 
  
화양부인이 초나라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인에게 자초(子楚)라는 이름도 하사했다. 그 과정에서 조나라가 이문을 죽이려했지만 여불위의 활약으로 무사히 진나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안국군(효문왕)을 거쳐 이문(장양왕)이 보위에 올랐고 여불위는 승상이 되었다. 후작에 책봉되고 10만호의 땅도 식읍으로 하사받는다. 엄청난 투자 수익을 거둔 것이고, 휘황찬란한 후반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불위의 영광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즉위한 지 3년 만에 장양왕이 죽고 태자 정(政, 진시황)이 보위에 오르면서다. 물론 진시황은 여불위를 깍듯이 모셨다. 상국(相國)으로 직함을 높였고 아버지처럼 예우한다는 뜻에서 ‘중보(仲父)’라고 불렀다. 문제는 어머니 태후가 본래 여불위의 여자였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태후가 이미 임신한 상태로 장양왕에게 시집을 가서 진시황을 출산했다고 한다. 게다가 장양왕이 승하한 후 태후는 여불위와 간통했는데 여불위가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 이를 벗어나고자 노애라는 사람을 태후에게 들여 더 큰 분란을 만들었다. 오만방자해진 노애가 태후와 통정해 낳은 아들을 왕위로 올리려다 발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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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릉은 2,000년동안 베일에 쌓여 세계인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한 세계최고의 지하무덤이다. 



진시황은 여불위를 내쫓은 후에도 편지로 계속해서 압박했다.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여불위는 독약을 먹고 자결한다
  
진시황은 노애의 3족을 멸하고 그 책임을 물어 여불위를 내쫓아버렸다. 그리고 “그대가 진나라에 무슨 공을 세웠기에 진나라가 그대에게 10만 호를 식읍으로 내렸는가? 그대가 나와 무슨 관계이길래 중보라 불러야 하는가?”라는 편지를 보내 압박했다. 여불위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독약을 먹고 자결한다. 
  
요컨대 여불위는 빈틈없는 준비와 결단으로 기회로 붙잡았고,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던 바를 쟁취했다. 덕분에 한 나라를 뒤흔들 수 있는 위 압박에 독약 먹고 자결 치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왕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고, 왕에게 위협이 되는 사건까지 초래했다. 빛나는 후반전을 시작했지만 경기운영의 실패로 그 빛이 바래버린, 실패의 반면교사다. 
  
김준태 동양철학자·역사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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