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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의 91세 왕언니의 레슨(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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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정년퇴직 때 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선물한 시계. 15년 전 남편이 돌아가시던 해에 시곗바늘도 함께 멈춰버렸지만

여전히 내방 한쪽에서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 김길태]

  
내 방 문갑 위에는 오래돼 가지 않고 잠자는 탁상시계가 하나 있다.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장미꽃 무늬가 있는 예쁘고 까만 탁상시계다. 대학교수였던 남편이 정년퇴임으로 학교를 떠날 때 학생들이 선물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선물을 받았다. 생일 때, 학교 졸업 때, 결혼할 때, 병원 개업할 때, 혹은 남편이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등등. 그렇게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선물을 준 사람의 정성과 고마운 마음은 간직했지만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대학교수였던 남편 정년 퇴임 때 선물로 받아

그런데 이 잠자는 시계만은 내 문갑 위에서 아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편이 있을 때는 시간을 잘 알려주었지만 그가 내 곁을 떠나자 시계도 가만히 잠들어 버렸다. 멈춘 시계는 하루의 두 번만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 시계의 기능은 없어진 지 오래다. 
  
가끔 시계를 보면서 이것을 선물한 학생들을 생각한다. 이제는 그들도 나이가 들어 아버지로, 어머니로 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추억 속에는 선물로 줬던 시계가 남아 있을까? 가끔은 대학 때의 스승을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지금도 학창시절의 선생님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며 추억하듯이. 가난했던 학창시절 주머니를 털어 모은 돈으로 고르고 또 골랐을 그 귀한 마음. 그렇게 선물로 준비해 떠나는 스승에게 준 까만 탁상시계. 아마도 함께했던 시간과 학교를 떠나도 오래 기억하겠다는 뜻을 담아 시계를 선물했을 것이다. 
  
오랜 시간 흐르면 우리 집 가보 될 수도

나는 물건을 잘 챙기거나 간수하는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시계만은 학생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먼저 간 남편의 추억과 함께 내 곁에서 가만히 잠자고 있다. 순수한 마음과 정성이 담긴 선물은 오랜 시간이 흐르면 잊을 수 없는 기념품이 된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르면 그 집의 가보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 까만 탁상시계가 귀한 기념품이 되려 한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가보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길태 산부인과 의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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