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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의 님과 남(17)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집은 더 세지고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줄어들지 않았는가 돌아봅니다. 그런데 그 노력을 가장 덜 하게 되는 공간이 혹시 가정, 그 안에서도 아내와 남편의 사이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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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연령 부부들은 30, 40년 함께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던 매니저 같은 시절이 끝나고 처음처럼 다시 둘만 남는 시기가 부부에게 찾아옵니다. 할 말은 없고 고요한 집이 적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화 좀 해볼까 싶어도 ‘하하, 호호 죽이 짝짝 맞는’ 순간보다 뭔가 자꾸만 어긋나는 느낌입니다. 몇십 년을 같이 살아 익숙한 사람임은 분명한데 공감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박임진 한국교육심리연구소 소장은 한 은퇴설계콘서트에서 은퇴연령의 부부들을 상담해 보니 30, 40년 같이 살아왔음에도 서로를 너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합니다. 모든 부부에게 해당하겠지만, 특히나 은퇴 연령대의 부부에게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대화가 아닌 서로 간의 ‘공감의 대화’의 자리가 중요합니다. 
 
 
은퇴 부부엔 ‘공감의 대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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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읽기-공감과 이해의 심리학.윌리엄 이케스 지음.

 
공감(empathy)은 타인의 관점에서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직감하는 것을 말합니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글을 통해 윌리엄 이케스 교수의 책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공감에 대해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왔던 인간관계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윌리엄 이케스 교수는 지난 2003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마음읽기-공감과 이해의 심리학』(푸른숲, 2008년) 이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사람들의 공감을 어떻게 측정하는지와 남녀의 공감 능력차이와 변화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추측하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를 ‘공감 정확도’라고 합니다. 공감 정확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사전 정보의 양’입니다. 공감에 필요한 내용은 대개 사적이어서, 친밀한 관계에서 표현되는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경험하며 얻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에 따르면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은 부부 사이의 공감 정확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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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심리학자 지오프 토머스가 80쌍 부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결혼 기간이 긴 부부일수록 서로 간의 공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내 아내와 내 남편과의 공감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지오프 토머스 등 연구자들이 8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공감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게 한 후 그 과정을 녹화하는 내용이었죠. 녹화가 끝난 후 토론에서 경험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해 봤더니 결혼 기간이 긴 부부일수록 서로 간의 ‘공감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추측해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더 불행한 것은 오래 산 부부는 서로에 대한 공감 이해도가 떨어진 사실을 의식하지도 않았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죠. 누구보다 내가 나의 아내나 남편을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믿고 있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내 생각이 바르다고 단정 짓는 일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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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결혼 초반에 형성된 서로를 향한 고정관념으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해 졸혼하는 경우가 생긴다

 

상황에 따라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죠. 내 아내나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주변 환경이나 건강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도 일부 달라집니다. 그러나 부부는 결혼 초반에 창작된 생각을 가지고 여전히 상대를 단정 지어 버립니다. 지금의 정확한 정보가 아닌 과거의 생각과 행동만으로는 지금 내 옆의 서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제는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졸혼을 때때로 떠올리게도 됩니다.
 
미국의 데이터 과학자인 엘리스 짜오(Alice Zhao) 는 만난 지 일 년 지난 후 남자친구로부터 그간 주고받았던 문자를 선물로 받았다고 합니다. 5년 후 그 남자친구와 결혼하게 된 그녀는 지난 선물을 더 의미 있게 만들고자 6년 동안 주고받은 문자를 모두 분석해 보기로 했는데요. 분석 결과 결혼 전보다 상대방을 부르는 이름이나 호칭이 사라졌고, ‘사랑해’라는 단어의 사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자기야’ ‘사랑해’란 단어가 들어있던 자리를 결혼 후에는 ‘집’이나 단순한 답변인 ‘그래’ 등 단어가 더 많이 차지하고 있더랍니다. 연애 시절엔 형용사나 보어를 많이 쓰며 메시지가 길었지만, 결혼 후에는 짧고 단순해졌다는 거죠. 더는 서로에게 미사여구가 필요 없어서일 겁니다. 
 
 
대화 끊긴 사람과 같이 있을 때의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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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메인 그리어 교수는 '이미 대화가 끊어진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보다 큰 고독은 없다'고 말한다. [사진 freepik]

 
그만큼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줄어든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과정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윌리엄 이케스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상대의 마음을 알아 맞추는 공감 정확도의 평균 점수는 22점에 불과했습니다. 친한 친구라고 해도 40점을 넘지 못했죠.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두 번에 한 번 이상은 계속 상대의 마음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국의 작가이자 교수인 저메인 그리어는 ‘이미 대화가 끊어진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보다 더 큰 고독은 없다’ 고 말합니다. 혹시 과거의 생각과 행동만을 기준으로 내 아내와 남편을 잘 안다고 확신하고 계시지는 않는가요? 그러한 확신으로 인해 공감 정확도는 떨어지고 대화도 줄어들고 있지 않을까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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