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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5)

은퇴는 누구든 꿈꾸는 미래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이 걱정스럽고 한편 두렵기도 하다. 그 길을 갔던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어떨까. 나는 책을 통해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궤적을 추적해보았다. 이책 저책 섭렵을 하다가 롤모델이 될 사람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가 스콧 니어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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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책상에 앉아있는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 1883~1983). [사진 위키미디아]

 
니어링은 188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꼭 100년 후 1983년 메인 주의 하버사이드에서 눈을 감았다. 그는 평화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였다. 그러나 매카시즘이 미국 사회를 휩쓸 때 공산주의자로 몰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교수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다른 대학에서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안락한 중산층 가정을 추구했던 아내도 그와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사회로부터 배척받고 가족으로부터도 외면받는 등 어떻게 보면 거의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바로 스무 살 아래의 헬렌 니어링이다. 스콧은 자서전에서 헬렌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서술했다.
 
두 사람은 서로 가치관이 같다는 걸 알고 함께 버먼트 주로 이주했다. 하루의 반나절은 일하고 나머지 반나절은 명상과 독서를 하는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니어링은 평소 의사를 멀리했다. 의사가 병에 대해서만 알지 건강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의사를 멀리했기 때문에 건강한 건지, 건강했기 때문에 의사를 멀리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장수했고 100세가 되던 해 스스로 곡기를 끊고 세상을 떠났다.

 
반나절 일, 반나절 취미로 보낸 은퇴생활

니어링의 죽음을 보면 자기 죽음을 예견했던 동양의 선사를 연상케 한다. 평생을 호스피스 운동에 헌신했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쓴 『죽음과 죽어감』이란 책을 보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5단계의 감정 변화를 보인다. 
 
먼저 죽음을 부정하고 분노하며 타협하다가 절망 끝에 결국 죽음을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단계를 거치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영성이 높은 분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다. 니어링이 그런 경우다.
 
니어링의 삶을 들여다보면 참고할 것이 많다. 우선 그는 죽을 때까지 일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은퇴하면 손에서 일을 놓는다고 생각하는데 일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힘이다. 일하지 않으면 그만큼 삶의 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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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헬렌 니어링 부부가 버몬트 숲 속에서 살았던 스무 해의 기록을 담은 자서전. [사진 보리출판사 홈페이지]

 
그러나 은퇴 후의 일은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니어링이 일만 한 건 아니었다. 하루의 반나절은 일하고 나머지 반은 명상과 독서를 하거나 헬렌과 곡을 연주하는 등 취미활동에 할애했다.
 
니어링에게 또 배운 게 있다면 그의 검소한 생활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일반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는데,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원하는 건 동물 세계에서 우리 인간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먹을 식량을 마련하고 남는 건 이듬해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이가 들면 더 많이 소유하기보단 오히려 덜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건 생명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것이다. 오래전에는 임종을 맞이하면 집에서 가족의 손을 잡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당연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십중팔구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지금은 90%의 사람이 병원에서 죽는다. 임종을 맞이할 시기가 되면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가족이 병원에 입원시키기 때문이다. 일단 병원에 가면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가 중환자실에서 홀로 죽어가기에 십상이다.

 
100세에 자기 생명 결정권 행사

니어링은 100세가 되던 해 자신의 기운이 소진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는 세상을 하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 뜻을 아내에게 전했다. 아내 헬렌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헬렌의 도움으로 단식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원하는 걸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하물며 자신의 생명을 자기 결정에 의하지 않고 남의 손에 맡긴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남의 손에 의해 생명이 연장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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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설공단이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 설치하려고 추진 중인 웰다잉 복합 체험관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한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죽음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올해 93세 된 노인이 자신의 웰다잉 과정을 적은 글을 내게 보내왔다. 그분 역시 니어링처럼 식사량을 줄였다. 물론 그런 과정에 체중이 많이 줄었으나 예상과는 달리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고 정신이 맑다고 했다. 그분에게 글을 공개해도 좋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응하셨다. 오히려 본인의 경험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래는 그분이 보내온 글을 요약한 것이다.
 
 
웰다잉을 실천하는데 제일 애로사항은 유경험자의 자료나 정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고민하다가 우선 식사량을 줄이기로 했다. 평소 먹던 밥을 4분의 1로 줄이고 간식을 자제했다. 이렇게 절식을 시작한 지 30일이 되니 체중이 45kg으로 5kg이 줄었다. 의사는 먹지 못하면 기운이 없을 터이니 영양분 보충도 하고 링거도 맞자고 권했으나 완강히 고사했다.
 
식사량을 줄이면 정신이 혼미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여전히 맑고 일상생활도 남의 도움 없이 할 수 있었다. 비록 체중은 줄었지만, 자녀나 면회 온 사람들이 얼굴이 안되었다고 묻는 일이 없었다. 아마 항상 명랑하고 마음 씀씀이가 편안해서 그런 것 같다.
 
그나마 내게 글을 보낸 날부터는 먹던 식사량을 또 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전의료의향서(죽음이 가까워져 올 때 남겨진 가족이 감당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에 관한 팁을 몇 자 적었다. 그 후 그분의 글이 오기를 기대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얼마 후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은퇴준비를 하며 죽음을 성찰하는 것은 염세적인 마음에서가 아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은퇴를 앞둔 사람은 자신의 롤모델이 될 사람을 머릿속에 한 번 그려보기를 권하고 싶다.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이제부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된다. 그러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고 인생 후반생 설계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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