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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측면에서 노인의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3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한국노년학회를 비롯한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의 '다시 생각하는 노인연령 기준' 학술대회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두고 찬반 의견이 격돌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법으로 정한 건 없다. 대한노인회 정관에 '회원은 65세로 한다"고 규정한 게 유일한 명문 조항이다. 이는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게 아니다. 이날 논쟁은 2015년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을 올리자"고 제안한 이후 2년 여만에 재연됐다.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노인연령 기준 학술대회
서울대 의대 이준영 교수 뇌기능 측면에서 제시
성인 뇌의 용량과 인지기능이 70세까지 유지돼
국민연금연구원 이용하 실장
"당장 노인연령기준 올리면 노인빈곤율 심화
2033년 연금 지급개시 연령 65세로 늦춘 뒤
점진적으로 올려고 정년을 연금연령과 맞춰야"
이날 학술대회에서 이준영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본 노인연령' 발표에서 "뇌는 회백질(뇌의 바깥 껍질), 백질(알맹이)로 돼 있는데 둘 다 40,50대에 최고에 달하다 조금씩 줄어든다. 그렇긴 해도 성인의 뇌 용량이 70세까지 유지되고 인지 기능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추론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동 지능'은 떨어지지만, 지식·기술축적·언어 등의 결정 지능은 70~80대까지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연구자료를 토대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75세 이후에 급격히 올라가지만, 그 이전 연령에서는 오히려 20대보다 낮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려도 문제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만 주요 직장에서 53세에 은퇴하는데, 그 이후에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삶이 침체되고 자살률이 올라가기 국가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비스마르크가 노인 연금을 위한 연령을 설정할 때 독일의 평균수명이 40세 정도였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거의 두 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92년 65세 남성의 악력(손아귀 힘)이 2002년에는 69세(여성은 75세)와 비슷하고, 걷는 속도(최대치)는 남성에서 69세(여성은 73세)와 같다는 일본 도쿄노화센터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조 교수는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노인의 기준 연령을 2년마다 한 살씩 올려야 할 정도로 건강 수준은 좋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개인마다 신체기능에 차이가 나고 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이 달라 연령 외에 신체 기능을 같이 고려해 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연구원 이용하 연금제도연구실장은 "당장 노인 연령 기준(국민연금 수급연령)을 올리면 노인 빈곤율이 더 악화할 것"이라며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65세(현재 61세)가 되는 2033년 이후에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노인 연령을 70세로 올릴 경우 연간 2조 5000억원의 복지 비용이 줄어든다.
이 실장은 "공공교통수단 요금 할인이나 노인복지서비스에 적용하는 노인 연령 기준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별개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과 맞춰 올리거나, 정년부터 먼저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자고용촉진법의 정년은 60세이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올해 61세에서 2018년 62세,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지게 돼 있는데 선진국처럼 둘을 맞추자는 것이다.
최성재 노인력개발원장은 "노화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로 노인을 규정하는 것은 또 다른 연령주의(연령차별)"라고 지적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노인 연령은 재정 절감 목적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사회 인식 변화에 맞춰야 한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