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 자살률이 여전히 높다. 주변인은 자살을 암시하는 위험 징후를 알고 유심히 살펴야 하며, 우울증이 의심되면 치료를 권고해야 한다.
국내 노인 자살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79.7명이지만, 2015년 10만 명당 58.6명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인구 자살률(10만 명당 26.5명)의 2배, OECD 평균의 3배나 되는 수치다.
◇노인 자살, 우울증이 영향 미쳐
노인 자살은 우울증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은 노년기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가정에서의 역할 상실, 배우자의 죽음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67만명 중 약 42%가 60세 이상 노인이었다. 문제는 노인이 자신이 우울증인 것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울한 기분을 호소하기보다 이로 인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잘 못 자거나 잠에서 쉽게 깨고, 입맛이 없고, 체중이 감소하고, 건망증이 심해지고, 말과 행동이 느려지는 것이 의심 증상이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노인은 우울증이 악화되기 전에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안전하다. 약물치료나 면담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최근 개발된 우울증 치료 약은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약물을 적절히 복용하면 2주 후부터는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고, 운동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적극적인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인, 자살 신호 유심히 살펴야
노인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된다. 노인들은 자살을 계획할 때 다음과 같은 말이나 행동을 주로 보이기 때문에, 주변인들이 이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게 중요하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인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자녀들에게 "어머니(아버지) 잘 모셔라", 배우자에게 "혼자되어도 잘 살아"라는 당부의 말을 하는 특징도 있다. 자신의 소식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대화를 피하거나, 다량의 수면제를 모으거나, 주변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행동도 잘한다. 주변 정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불을 빨거나,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사 놓거나, 아끼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도 있다. 부쩍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된다고 느끼거나 주변인의 죽음에 우울해 하기도 한다.
교육영상 캡처
보건복지부는 노인자살예방 교육 영상 "희자씨와 친구들을 위하여"를 제작했다/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 활용… 노인자살예방 교육 영상 제작
보건복지부는 노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2016년 방영된 인기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를 활용해 노인자살예방 교육 영상을 제작했다. “희자씨와 친구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영상을 만든 것인데, 25분 분량으로 탤런트 김혜자와 정신과전문의 김병후의 토크 형식으로 구성됐다. 극 중 “조희자(72세, 김혜자분)”가 남편과의 갑작스러운 사별, 무력감 등으로 자살을 시도하게 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극복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노인의 자살 동기와 징후, 노인 우울증 예방법, 자살위험이 있는 노인에 대한 대처 방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된다. 교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한 서울 보라매병원 이준영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노인은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잘 드러내지 않고, 노화 현상이나 신체질병으로 오해되는 경우도 많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자살위험을 알아채기 어렵다”며 "이번 노인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 우울증과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이 국민 전체에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제작된 노인자살예방 교육 자료는 2월 중순부터 전국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경로당을 중심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교육 자료의 활용을 희망하는 기관은 중앙자살예방센터(02-2203-0053, [email protected])로 문의하면 된다.
출처 :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