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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3500만명, 캐나다 전체 인구와 맞먹어]
65~69세 남성 절반 이상 일해… 인력 부족 메울 필수 자원으로
간병·의료비 10조원 육박 전망에
아베, 복지 예산 어떻게든 깎고 청년 장학금 등 늘릴 방안 고심
언론 "70세 이후 연금 수령도 검토"
90세 이상 일본인이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총무성은 18일 발표한 고령자 인구 추계에서 "90세 이상 일본 노인이 지난해 192만명에서 올해 206만명으로 14만명 늘어나 처음으로 200만명 선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90세 이상 인구가 10만명에서 100만명이 되는 데 24년 걸린 반면(1980년 12만명→2004년 102만명), 100만명에서 200만명이 되는데는 불과 1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령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는 얘기다.
◇고령화라는 쓰나미
총무성에 따르면 올해 9월 현재 일본 인구는 1억2671만명이고, 그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514만명이다. 작년에 비해 전체 인구는 21만명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57만명 늘어났다. 일본 노인 숫자는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3222만명)보다 많고, 캐나다 전체 인구(3660만명)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번 통계는 일본의 초(超)고령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85년에는 일본인 10명 중 1명, 2005년엔 5명 중 1명이 노인이었다. 이젠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7년 뒤인 2025년엔 이 비율이 '3명 중 1명'이 될 전망이다.
65세 이상 노인이 처음으로 3000만명을 넘어선 게 지난 2012년인데 불과 5년 만에 3500만명 선도 무너졌다. 노인이 한 달 평균 7만명씩 늘어난 셈이다. 지난 1년간 늘어난 노인 57만명 중 14만명이 90세 이상이었다.
◇65~69세 남성, 두 명 중 한 명 '현역'
고령화 속에65세를 넘긴 뒤에도 현역으로 뛰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뚜렷했다. 총무성 분석 결과, 65~69세 인구 중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이 13년 연속으로 늘어나 770만명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이다. 그 나이 남성은 절반 이상(53.0%), 여성은 3명 중 1명(33.3%)이 '현역'이었다. 70세 이상 인구도 남성 다섯 명 중 한 명(19.9%), 여성 열 명 중 한 명(9.2%)이 일을 하고 있었다.
노동시장 전체를 보면, 일해서 돈을 버는 15세 이상 일본인 10명 중 1명(11.9%)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노인이 일본 경제에서 '없으면 안 되는 노동력'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 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과 그들을 받아주는 기업이 다같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국민 대다수가 연금 수입이 있어 노후에 중소기업 비정규직·아르바이트로 월 5만~6만엔 정도를 더 벌면 최소 생활이 가능하다. 19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하기 전 고도성장을 누릴 때 복지 체계를 튼튼하게 구축해 놓은 덕분이다. 현재 연금 수입이 전혀 없는 노인은 전국적으로 64만명 정도다.
◇아베 총리, 노인 복지비 문제 고심
문제는 이렇게 탄탄하게 깔아놓은 복지 제도가 국가 입장에서 보면 빚쟁이보다 더 무섭다는 점이다. 이날 총무성은 "간병이 필요한 노인이 25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지금 추세로 가면, 2025년에는 간병 비용과 의료비가 늘어나 사회보장 비용이 총 150조엔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은 '나이에 무관한 복지'라는 개념을 내세워 복지 제도 개혁을 소리 없이 진행 중이다. 나이를 묻지 않고 잘해주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노인 복지 비용을 어떻게든 깎아 젊은 층에게 보육비와 장학금 등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사회보장 정책을 고령자 중심에서 모든 세대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 주도하에 전문가 팀을 꾸려 고령화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중산층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혜택을 삭감해 당장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이 자기 돈으로 내는 의료비가 월 1만5000엔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연금 수령 연령을 '70세 이후'로 미루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