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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범죄의 개별적 원인에 부합하는 맞춤형 대책 필요해
노인 범죄의 증가는 노인 범죄율의 증가가 아니다
최근 전국적으로 노인 범죄가 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실제로 노인 범죄의 발생률은 오히려 다른 연령층의 범죄율에 비해 높지 않다. 노인 범죄는 다수의 노인이 아니라 극히 일부 노인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노인 범죄가 크게 증가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통계상의 착시 현상이다. 실제로 노인 범죄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그 비율이 높은 지를 따져봐야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노인 인구가 1999년 320만 명이다가 2016년에는 684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 4년 뒤에는 약 800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현재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3%를 넘었다.
즉, 전체적으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서 상대적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나 노인이 가해자나 피해자가 된 범죄의 절대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2014년 발생한 전체 174만 건의 범죄 중 노인 범죄는 7.7%로 노인의 인구 구성비인 12% 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경찰백서).
둘째, 노인 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느끼게 되는 다른 이유는 이전에 비해 우리 사회가 더 불안해지면서 전체적으로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이 중에서 노인이 관련된 보도가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실제 보다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즉, 언론의 선정적 보도나 보도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착시 현상 때문이다.
노인 범죄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선거법 관련 규정을 잘 모르고 옛날 방식의 선거운동에 동원되어 금품을 수수하는 등으로 범죄자가 되는 선거 범죄가 17%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쓰레기 등을 함부로 버리거나 논두렁 태우기를 하다가 적발되는 등의 환경 범죄가 13.2%, 도박을 하다가 적발되는 풍속 범죄, 도로교통법규를 잘 모르거나 범칙금을 내지 않아 기소된 교통 범죄, 사기 등을 포함한 지능 범죄 등으로 대다수가 생활 관련 범죄 들이다(김상수, 노인 범죄 발생의 영향 요인과 대책에 관한 질적 연구, 2015). 전체 노인 범죄 중에서 강력 범죄나 폭력 범죄는 모두 합해도 6.7% 정도에 불과하다.
노인의 생계형 범죄에서도 최근에는 폭력 등 강력 사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도 일종의 노노갈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노인 간 범죄의 위험 수위가 높아지는 현상을 주목하면서 이를 노인과 노인 간의 갈등(노노갈등)으로 평가하며, 새로운 사회문제로 보도하기도 했다.
노인이 관련된 강력 범죄 송치 건수를 보면, 2009년 542건에서 2013년 1,062건으로 3년 동안 2배 정도 증가했다. 아직은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발생률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한, 노인이 관련된 범죄가 주로 노노갈등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는 노인이 가해자인 경우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다른 노인들이 피해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노인 범죄는 노인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보다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노인 범죄라는 분류가 없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 관련 기관의 통계를 봐도 노인 범죄의 경우 노인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 보다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아 그 비율이 약 10 : 90 정도로 추정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의 경우 개인적으로 부끄럽다거나 가족들을 위해 숨기는 경우가 많아 이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노인 범죄의 비율이 증가한다거나 노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오해하게 할 우려가 불식되도록 관련 통계를 정확하게 인용해야 하고,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노인 범죄와 관련된 선정적 보도들이 나가지 않도록 용어의 사용에서부터 보도 내용의 구성까지 세심한 배려와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지나가던 할아버지를 아이들이 피하게 되고, 힘없는 할머니를 도와주기는커녕 내 물건을 훔쳐가지나 않을지 경계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각박한 세상이 될 것이다.
노인 범죄의 개별적 원인에 부합하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강력 범죄인지, 생계형 범죄인지에 따라 약간은 다르겠지만 노인 범죄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빈곤으로 인한 생계 곤란 등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둘째, 가족 내 갈등과 소외 등 가족 관련 요인이 크다. 노인 간의 갈등이나 가족 중의 노인과 관련된 문제는 초기에는 특정 노인에 대한 왕따와 가정의 노인학대로 나타나지만, 경로당 노인들끼리 화투를 치다가 발생한 갈등이 다수 노인들에 대한 농약 살인 사건으로 번지는 등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셋째, 육체적 허약 상태나 판단력의 저하 등 개인적 위험 요인이 있다. 따라서 노인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이들 각각의 원인에 맞추어 대응책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인 소득보장을 통해 범죄의 필요성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족 내 갈등이나 소외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는 노인들이 갈 수 있는 복지관과 사회복지시설을 많이 만들고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그룹 홈’ 등의 공간을 확보해서 범죄의 필요성을 없애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가족 내의 요인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자식이나 며느리의 경제적 압박이 근저에 있거나, 저소득으로 인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기인하는 등 상당 부분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또, ‘개인적 위험 요인’을 없애는 예방적 방법으로 방범 설계나 보안등의 증설 등 노인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환경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인들의 건전한 사회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노인 범죄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정신보건사업을 통해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주에서는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하러 나가면 국가에서 일당을 지급하고, 일본도 치료를 위한 노인들의 운동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노인 관련 범죄의 증가를 막기 위해 이제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노인 생활체육의 진흥과 노인 여가활동의 활성화를 고려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노인 범죄의 증가는 어찌할 수 없지만, 경제적 이유로 증가하는 노인 범죄는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들인 노인들의 절반(49.6%, 2015년)이 중위소득 절반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해야 하는 상대적 빈곤선 이하에 머무르고 있으며, 전체 노인의 75%가 소득 없이 자녀들이 주는 용돈과 생활비로 생활하는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이나 존엄을 지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한 데도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국가가 보장하는 공적 이전소득의 크기는 아직 생애소득의 16.3%에 불과하여 OECD 평균의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노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나 노인이 대상이 되는 범죄는 다수가 생계형 범죄들인 것은 당연한 현상이 된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관찰할 수 있다. 공적 소득보장제도가 미흡한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노인 인구의 증가에 맞추어 노인 범죄도 증가하고 노인 수형자들의 비중도 증가하여 형무소 수용자의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이다. 그런데 북유럽 복지국가나 중부 유럽의 복지국가들처럼 공적 소득보장제도가 잘 정비된 국가들의 경우 노인의 생계형 범죄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다. 결국, 사회보장제도와 관련이 깊은 것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2007년 출범 이후 사회운동으로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결과적으로 노인 범죄율을 줄일 것이 확실하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영미식의 시장만능주의 국가들에 비해 강력 범죄의 발생이 3~4배 정도 적다. 일전에 보도된 수락산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학봉 씨의 경우도 앞으로 재판에서 자세한 판단이 이루어지겠지만, “며칠을 굶고 나니 하도 배가 고파 돈을 뺏으려고 범행을 했다”라고 말한 데서 생계형 범죄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 소득보장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 은퇴 이후 상당 기간을 빈곤에 시달리고 막다른 길에 내몰리다 보니 생계형 노인 범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그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매년 5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급격하게 노인층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므로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기초연금 정책의 노인 빈곤율 감소 효과에 주목하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 2011년 기초연금을 처음으로 정치권에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이 이슈를 정치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야의 대선 후보들이 공약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2014년 7월부터 전체 노인의 70%인 540만 명에게 매년 13조 원의 국가 재정으로 매달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초연금이 노인의 절대빈곤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7/12, 임완섭, ‘기초연금의 빈곤 감소 효과 분석’). 이 보고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절대빈곤율 조사에서 전체 노인 중 소득하위 70%인 540만 명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한 기초연금이 지급되기 전인 2014년과 비교하여 2015년의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율이 37%에서 27%로 10%포인트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초연금의 절대빈곤율 감소 효과는 노인 1명에게 월 최대 9만 8,000원을 지급했던 기초노령연금과 비교해도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된 2013년의 경우 노인 빈곤율은 32.7%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의 빈곤율 37.1% 보다 4.4%포인트 줄었으나 2015년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빈곤 감소율이 그것의 2배 이상인 10%포인트로 높아진 것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제안하는 ‘더불어 연금’ 정책의 의미
이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공적 이전소득 제도를 통해 보장되는 총액이 매월 62만 원(2015년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수준)이 되도록 하는 ‘더불어 연금’ 정책을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최저 생계비 미만의 노인은 132만 가구이며, 이들의 생계비 부족분은 매월 약 30만 원으로 추정된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 이 분들에게 나머지 30만 원을 국가가 ‘더불어 연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며, 아무런 소득이 없이 기초연금 20만 원만을 지급받는 노인들에게는 4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연금을 통한 보충 급여를 지급할 경우 132만 가구에 연간 4.7조 원(제도 설계에 따라 최대 연간 5.4조 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사회는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당연히 이에 따른 노인 범죄의 급증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해지고 있다. 다른 어떤 정책 보다 기초연금을 통한 공적 소득이전 제도가 노인 빈곤율 감소 효과가 크다는 것이 증명된 상태에서 연간 4.7조 원 정도를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