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한국은 김정은 실제로 좋게보는 사람 있어…반어적 표현도 위험"
"김정은 이후로 김 씨 세습 이뤄질 수 없다는 함축적·예언적 표현"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이 김정은 평전 'The Great Successor(위대한 계승자)'를 출간한 가운데, 한국어 번역판 제목은 '마지막 계승자'로 바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옮긴이인 이기동 '도서출판 프리뷰' 대표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당초 번역본 제목으로 '위대한 계승자'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국내 정치상황의 특수성과 북한 정세 등을 고려해 '마지막 계승자'로 제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국 소비자층에서는 '위대한'이 반어적 의미로 온전하게 수용되고 북한 당국의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반면에 우리 사회는 이념적으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어 김정은에게 '위대한'이라는 표현을 바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 표지 이미지 ⓒ도서출판 프리뷰
이 대표는 또 '마지막 계승자'라는 제목은 김정은 이후로 김 씨 세습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저서의 내용을 함축적·예언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서의 내용을 인용해 "김정은은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한데, 경제가 발전할수록 북한에 외부세계의 정보가 유입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며 "외부세계를 잘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은 4대 세습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김정은이 '마지막 계승자'가 될 것이다"고 관측했다.
한편 국내 북한 관련 전문가들도 비슷한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최근 한반도 정세관련 토론회에서 "지금은 해외 곳곳에 북한 노동자가 10만 명 이상 나가있고, 합법적으로 해외 출장을 다니는 노동자도 연 2~3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이 자본주의·자유·인권 등에 대한 개념을 배워 오면서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전공사는 이어 "북한 주민들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영상물 등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국가가 주입하는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떨어졌다"며 "김정은 정권은 20년 이상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완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현재 북한사회는 중산층 붕괴와 맞물려 외부세계의 정보 유입이 확산되면서 밑바닥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끓어오르는 상황이다"며 "북한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김정은 본인 스스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