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뒤 후보 밀린 조현우 부활
막판 부진한 팀 2-1 승리 지켜내
팔카오는 거친 매너로 비난 자초
콜롬비아전에서 상대 팀의 유효 슈팅 6개를 막아내며 승리를 이끈 골키퍼 조현우
라다멜 팔카오(33·AS모나코)는 2011년부터 두 시즌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서 70골을 몰아넣었던 축구 스타다. ‘신계(神界)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의 아성에 도전했다. 그래서 팔카오는 ‘신계에 근접한 인간계 최강 선수’로 불렸다. 하지만 한국과의 경기에 출전한 팔카오는 ‘인간계 최강’이 아니라 ‘비매너 최강’이라 부를 만했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공격수 팔카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거친 매너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후반 43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팔카오의 팔꿈치에 맞은 한국 수비수 홍철(수원)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영국 더 선 역시 팔카오가 아이스박스를 던진걸 보도했다. [더 선 캡처]
그러나 팔카오는 의무진이 가지고 들어간 의료용구 박스를 골대 옆으로 세게 내던졌다. 주심은 즉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화가 난 팔카오가 한국의 시간 지연에 항의하기 위해 의료용구 박스를 내던졌다”면서 팔카오의 돌발 행동을 비난했다.
[방송화면 캡처]
전 축구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장은 “팔카오가 던진 건 구급상자는 아니고 물병 12개가 담긴 물통집이다. 주치의는 응급용품을 허리백에 넣고 들어간다”면서도 "팔카오가 경기를 빨리 속행시키고 싶었던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이런 행동은 명백히 비신사적인 행동이다. 승패를 떠나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 안전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후 한국 골키퍼 조현우(28·대구FC)도 “팔카오의 행동을 말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후반 막판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자 이번엔 팔카오가 물병을 걷어차는 모습이 전광판에 잡혔다. 6만여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팔카오의 소셜미디어 계정엔 국내 팬들의 비난 댓글이 잇따랐다. ‘당신은 축구선수인가, 볼링선수인가’란 글도 있었다. 연봉이 800만 유로(약 103억원)나 되는 팔카오지만 이날만큼은 ‘월드클래스 공격수’란 호칭이 어울리지 않았다.
어쩌면 조현우가 빛나는 선방 쇼를 펼쳐, 팔카오가 눈에 보이는 게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조현우는 후반 3분 한골을 내줬지만 눈부신 선방으로 한국의 2-1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해 6월 28일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때처럼 여러 차례 선방을 펼쳤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한국은 점유율(37.37% 대 62.63%)과 유효슈팅(4대7) 등 공수 대부분 수치에서 콜롬비아에 밀렸다. 콜롬비아는 특히 후반에 주전을 모두 내세워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이 파이브 백으로 바꿨지만, 측면을 계속 내주면서 고전했다.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공을 잡아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한국에는 든든한 수문장 조현우가 버티고 있었다. 조현우는 전반 35분 콜롬비아의 감아차기슛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후반 18분과 후반 31분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의 슛도 막았다. 조현우는 또 후반 추가시간에는 두 차례 연속 헤딩슛을 저지했다. 대구의 데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뜻에서 ‘대헤아’라는 별명을 가진 그다.
경기 직후 방송사의 카메라는 조현우를 잡았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은 “두세 차례 골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다 막아낸 한국 골키퍼(조현우)를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팬들은 “그저 빛” “빛현우”라고 부르며 찬사를 보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조현우가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조현우는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4개월 만에 선발로 나섰다. 지난해 8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그동안 김승규(29·빗셀 고베)를 주전 골키퍼로 중용했다. 하지만 김승규가 전날 장염증세를 보임에 따라 이날은 조현우가 출전했다. 7경기 연속 벤치에 머물다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것이다. 조현우는 "실점도 했고, 실수한 부분도 많다. 점수를 매긴다면 반(50점) 정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왼쪽)와 김승규. 두사람은 경쟁자이자 동반자다.
골키퍼 조현우와 김승규는 경쟁자이자 동반자다. 김승규는 지난해 6월 18일 스웨덴과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당일에야 넘버1 골키퍼에서 밀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김승규는 자존심을 접고 묵묵히 조현우를 도왔다.
반대로 지난 1월 아시안컵 당시엔 조현우 대신 김승규가 선발 출전했다. 그러자 조현우는 김승규의 조력자 역할을 맡았다. 조현우는 "그동안 경기에 못 나가더라도 언제든 뛸 수 없도록 준비했다. 승규 형의 부상이 안타깝지만, 다음 소집 때도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