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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함께하는 '티 페어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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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대신 음식에 어울리는 차를 함께 페어링한다. 사진은 스테이크와 이에 잘 어울리는 생강, 시나몬 등을 블렌딩한 차 어텀.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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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녹차는 찻잎을 쪄내는 과정에서 생긴 감칠맛 때문에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사진 메종드실크]

 

 

보다 더 음식 고유의 맛 살려줘

차가 있는 코스 요리 속속 선보여

풍미 뛰어난 히비스커스차 인기

 

곁들이는 차는 60℃ 정도가 적당

국화차·모과차 활용한 칵테일도

 

"어텀, 에스프리 노에, 셀러브레이션, 녹턴, 후지사하라가 준비돼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동 주택가에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 '라뜰리에 꼼때'. 김태욱 오너셰프는 식사와 함께 6가지 다른 이름의 병을 차례대로 열어 향을 맡으라고 권했다. 각각의 향과 맛, 보디감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손에 들린 건 프랑스 요리에 빠지지 않는 와인이 아닌 차(茶)였다. 

 

 

실제로 라뜰리에 꼼때에선 와인을 포함한 주류를 일절 판매하지 않고 음식에 어울리는 차를 내놓는다. 일명 티 페어링이다. 점심.저녁 동일하게 7개의 코스로 식사 메뉴를 진행하는 동안 3종류의 차를 제공한다. 환영하는 의미의 첫차는 코스 앞쪽에 나오는 해산물 요리에 어울리는 차를 셰프가 선정하고, 이후 스테이크 등 육류 요리와 디저트와 함께 할 차는 고객이 고를 수 있도록 한다. '반주 문화가 익숙한 한국에서 차와의 페어링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이미 두 달치 예약이 찼을 만큼 인기다. 

 

신사동 '마제스티 타바론 티 라운지'는 뉴욕의 대표적인 차 브랜드 '타바론'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차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소스나 칵테일에 차를 베이스로 사용할 뿐 아니라 차로 만든 화장품도 판매한다. 타바론코리아의 박영준 대표는 "주문한 음식을 고객에게 서브할 땐 음식에 들어간 차를 보여드리고 시향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음식에 들어간 차의 향을 찾으며 모두 흥미로워한다"고 말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 10월 19.20일 이틀간 일식당 '스시조'에서 음식에 차를 페어링 하는 갈라 디너를 열었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일본 '진보초 덴'의 자이유 하세가와 셰프를 초청해 홍차.포도잎차.우롱차.호지차 등 요리에 어울리는 5종의 차를 함께 선보였다. 이번 갈라 디너는 차와 와인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예약자의 60% 이상이 티 페어링 코스를 골랐다. 

 

한국에서 요즘 차는 단순히 그 자체만을 즐기는 것을 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는 차 시장의 성장에서 비롯됐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차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차 음료 시장 규모는 2013년 2493억원(2억2200만달러)에서 2017년 2924억원(2억6000만달러)으로 성장했다. 차에 대한 관심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타벅스.이디야 등 커피를 내세웠던 커피 전문점들은 다양한 차 음료를 내놓고 있다. 차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다. 지난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유럽의 차 문화와 티블렌딩을 소개하는 2시간짜리 강의 '로열 애프터눈 티 클래스'를 열었는데 10만원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접수 시작 일주일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이처럼 차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차를 보다 다양하게 활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음식과의 페어링이 대표적이다. 차는 커피나 와인에 비해 맛이 강하지 않아 음식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 스미스티코리아의 장호식 대표는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바닐라라떼.카푸치노 등의 커피는 단맛이 가미되는 등 맛이나 칼로리 모두 포화상태여서 음식과 페어링할 이유가 없지만 차는 본연의 풍미만을 지니고 있어 단맛의 디저트나 다양한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와인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김태욱 셰프는 "와인엔 알코올이 있다 보니 음식을 먹다 보면 간혹 주객이 전도되는데 차는 오롯이 음식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차의 변신은 차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은 캐주얼 비스트로인 메가바이트에서 국화차.모과차.민들레꽃잎을 활용한 차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3종을 선보인다. 이혜미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대리는 "차가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차는 심심하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오히려 차를 활용한 칵테일은 쉬우면서도 색다르게 느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음식마다 어울리는 차의 종류는 뭘까. 차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는 만큼 다양한 차를 경험한 후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그래도 알아두면 좋은 궁합이 있다. 육류엔 계피.생강 등이 들어가 스파이시한 향이 나는 차와 잘 어울린다. 김태욱 셰프는 "스파이시한 향이 육류의 기름기를 잡아줘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한 히비스커스차도 맛이 풍성한 데다 소화를 도와 육류와 잘 어울린다. 차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편집숍 '메종드 실크'의 대표이자 티소믈리에인 김명주씨는 "히비스커스차는 특유의 붉은색과 풍부한 풍미 덕분에 샹그릴라를 만들 때 와인 대신 넣어도 좋다"고 제안했다. 

 

녹차도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어 육류와 잘 어울린다. 다만 같은 녹차라도 찻잎을 덖어 구수한 맛을 내는 한국.중국 녹차는 육류와, 찻잎을 쪄내 해조류에 가까운 감칠맛을 내는 일본 녹차는 해산물과 함께 먹으면 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연어 등의 생선 요리엔 비린 맛을 잡아주는 우롱차와 다즐링 등을 추천한다. 

 

김명주씨는 "다즐링은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표현할 만큼 굉장히 산뜻하다"며 "다만 다즐링은 예민한 차로 조금만 우리는 시간이 길어져도 맛이 떫어지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브차는 올리브오일에 침출시켜 드레싱으로 사용해도 잘 어울린다. 

 

음식을 먹을 땐 차의 온도가 중요하다. 차만 마실 때처럼 뜨겁다면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인 60℃ 정도가 적당하다. 아예 냉침한 차가운 차는 카페인 함량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자이유 하세가와 셰프는 "진보초 덴에선 차를 차갑게 우려내 제공하는데 녹차는 냉침하면 뜨거운 물에 우린 것보다 카페인 함량이 적다"고 소개했다. 다만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차의 온도가 낮으면 위의 소화를 방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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