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고도로 단련한 이들이 보이는 높은 정신 수준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운동선수나 무술 고단자가 촌철(寸鐵) 같은 지혜의 말과 행동을 하는 모습을 때로 목격합니다. 학생 때 시험 성적이 좋았을 것 같지도 않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닐 터인데 깊은 사색을 통해 이룬 높은 경지가 느껴집니다. 고통을 견디며 몸을 단련하는 '무(武)의 세계'는 학습을 통해 지혜를 얻는 '문(文)의 세계'와 분명 이어져 있습니다.
'논어'에서 공자 제자 자하는 행실이 올바른 이를 본다면 "그가 비록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배웠다 하겠다(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고 했습니다.
신간 '물이 되어라, 친구여'(필로소픽)는 무술인 영화배우 이소룡(리샤오룽·1940~1973)의 어록입니다. 그의 탄생 78주년(11월 27일)에 맞춰 출간했다네요. 생전 일기와 인터뷰, 지인에게 보낸 편지 등을 묶었습니다. 원제는 'Striking Thoughts'입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아무렇게나 책을 열어 읽었는데 지혜의 말이 가득합니다. "사람은 살아있을 때 부드럽고 유연하다. 죽으면 뻣뻣해진다. 몸이든 마음이든 영혼이든 마찬가지다." "거짓된 사람이란 자기 능력을 과장되게 말하는 부정직한 사람, 자신의 무능함을 가리기 위해 겸손한 체하는 사람이다." "총명한 정신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책으로 얻는 지식은 몸으로 얻는 지혜에 한참 못 미치는 하수(下手)가 아닐는지요. '체화(體化)'라는 말의 뜻도 비로소 알겠습니다. 고수(高手)는 몸과 마음이 이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