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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 휴일이던 지난 5월 22일 충남 태안에 사는 초등학생 권모(12)군은 마당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갔다. 마당에는 할아버지(76)가 쓰러져 있었다. 엄마가 119에 신고하는 사이 권군은 의식 없이 쓰러진 할아버지를 살폈다. 코 끝에 손을 대어보니 호흡이 없었다. 전날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걸 되살려 깍지를 끼고 할아버지 가슴에 압박을 시작했다. 119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했다. 서산의료원으로 이송된 할아버지는 닥터헬기를 타고 인천 길병원으로 옮겨졌다. 할아버지를 담당했던 양혁준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권군이 심폐소생술을 한 덕분에 권할아버지는 병원 이송 뒤 8일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의 마산여고에 재학 중인 손지은(18) 양은 가족과 함께 창원시 의창구의 한 온천을 찾았다. 탕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60대 여성이 쓰러졌다. 주변에서 이 여성을 탈의실로 옮겨 팔ㆍ다리를 주물렀다. 손양은 저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가 심폐소생술 할게요"라며 나섰다.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웠고, 평소 캠페인 등을 보고 연습을 해 자신 있었다. 그는 119대원이 올 때까지 가슴 압박을 쉬지 않고 계속했고, 덕분에 여성은 무사히 목숨을 건졌다. 손양은 “심폐소생술로 사람 살린 미담 기사를 보면 ‘그러다 가슴뼈 부러지면 책임져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곤 하는데, 그 순간엔 살리고 봐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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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로 사람 생명을 구해낸 마산여고 손지은(18) 학생이 21일 ‘2018 응급의료 두근두근 콘서트’ 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손지은 학생 제공]

 

권 군과 손지은 양은 21일 응급의료 유공자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2018 응급의료 두근두근 콘서트’ 열고 두 사람을 비롯한 27명에게 장관상을 수여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소방청은 급성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지만 지역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119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의무기록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급성심장정지 환자는 2만9262명으로 2006년(1만9480건) 대비 50%가량 늘었다. 2015년까지 줄곧 증가하다 최근 2년째 감소 추세다. 남자가 약 65%로 여자의 2배에 달한다. 급성심장정지의 주요 원인은 질병(70%)이다. 심근경색·심부전·부정맥 등 심장 기능 부전이 주요인이다. 절반 이상의 환자는 집에 있다가 급성심장정지가 발병했다. 

 

지난해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8.7%, 퇴원할 때 혼자서 일상생활이 가능할만큼 뇌기능이 회복된 ‘뇌기능 회복률’은 5.1%로 나타났다. 2006년 대비 각각 3.8배, 8.5배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생존율의 지역간 격차는 2배로 벌어졌다. 2006년엔 생존율 최대ㆍ최소 지역의 격차가 4.2%p였지만 지난해는 8.6%p다. 지난해 생존율이 가장 높은 서울(12.7%)서 급성심장정지를 일으킨 환자 100명 중 약 13명이 목숨을 건졌다. 반면 경북(4.1%)은 100명 중 4명 밖에 살지 못했다. 

 

급성심장정지로 누군가 쓰러졌을 때 이를 목격한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이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35.8%이다. 생존율이 최하위인 경북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0%로 나타났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은 “지역 인구 분포, 심폐소생술 시행률, 응급의료체계 수준 등 구조적ㆍ전반적인 차이가 지역별 생존율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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