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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아몬드]

 

캘리포니아의 자부심… 아몬드·복숭아는 친척… 단백질의 결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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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만테카의 아몬드 농장 ‘트라밸리&피픈’. 거대한 전동차 셰이커가 집게발로 나무 밑동을 붙들고 흔들자 아몬드 열매가 우수수 떨어졌다. / 로다이·만테카(미국)=사진가 오승현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몬드가 키 작은 식물이 아니라 하늘로 뻗은 나뭇가지에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꽃이 활짝 핀 아몬드'는 푸른 하늘과 흰 꽃 만발한 아몬드 나무의 대비가 쨍하게 아름다운 작품. 화가는 이 그림을 자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조카의 탄생 기념으로 동생 테오 부부에게 선물했다.

 

◇전 세계 아몬드 80% 생산

 

캘리포니아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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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캘리포니아 로다이에 있는 리조트 ‘와인 앤 로지즈 스파’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셰프 브래들리 오그덴이 아몬드 밀크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로다이·만테카(미국)=사진가 오승현

지난달 2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만테카의 아몬드 농장 '트라밸리&피픈'. 1600에이커(6.5㎢) 규모의 땅에 18만2400그루 아몬드 나무가 초가을 햇살에 푸른 잎을 반짝이고 있었다. 반 고흐 그림처럼 꽃이 흐드러진 풍경을 기대했지만 꽃을 볼 순 없었다.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흰색과 분홍색 아몬드 꽃은 2~3월에 핀다. 지금은 수확철. 낙화 대신 낙과(落果) 장면이 장관이었다. 거대한 집게발 달린 전동차 '셰이커(shaker)'가 집게발로 나무 밑동을 붙잡고 흔들면 몇 초 만에 '후두둑' 소리와 함께 아몬드 열매가 비 오듯 땅으로 쏟아진다. 모래바람 같은 노란 아몬드 먼지가 꽃잎처럼 분분하다.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140만 미터톤)의 80%를 차지하는 곳. 생산량 중 70%를 수출하고, 30%를 국내에서 소비한다. 우리가 먹는 아몬드 역시 대부분 캘리포니아산.

 

하빈더 만 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는 "캘리포니아에는 아몬드 농장이 6800여 곳 있는데 이 중 90% 이상이 가족 농장"이라고 했다. 트라밸리&피픈 농장주 데이브 피픈(68)씨도 할아버지 대부터 3대째 내려오는 가족 농장의 일원이다. 농장이 생긴 건 20세기 초. 피픈씨는 "네덜란드 이민자인 할아버지가 네덜란드인 여성과 결혼해 아이 9명을 낳았는데, 그중 7명이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가업(家業)을 잇는 것은 캘리포니아 농부들의 자부심이다. 피픈씨는 "나는 농사를 짓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내 손자 손녀도 농사를 짓길 바란다"고 했다. "농사꾼인 사위가 딸과 결혼하겠다고 와서는 '언젠가는 농장을 갖고 싶다'는 포부를 밝힙디다. 나는 그의 열정에서 '이 친구 역시 농사짓기 위해 태어났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답니다."

 

◇복숭아향 가득한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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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아몬드 열매가 캘리포니아의 아침 햇살 아래 입을 벌리고 있다. / 로다이·만테카(미국)=사진가 오승현

나무에 열린 아몬드를 따 껍질과 외피를 벗기고 뽀얀 알맹이를 입에 넣고 씹었더니 새콤한 맛과 함께 복숭아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농장 전체에 복숭아향이 자욱했다. "아몬드와 복숭아나무는 친척 관계거든요." 대니얼 비인스트라 캘리포니아아몬드협회 시니어 스페셜리스트의 설명이다.

 

아몬드의 한자어는 편도(扁桃). 역시 복숭아 '도(桃)'자가 들어간다. 전통적으로 아몬드 나무는 접붙이기를 통해 재배해 왔다. 뿌리 쪽 나무인 대목(臺木)으로 복숭아나무를 즐겨 쓴다. 자두나무로 접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복숭아나무가 더 인기다. "복숭아나무로 접붙이면 둥치는 튼튼하고 큰 꽃이 피는 데다 나무가 너무 높지도 않고 빨리 자라서 좋지요. 접붙이지 않고 아몬드 나무만 심으면 지나치게 키가 커져 버리거든요." 피픈씨가 말했다.

 

견과류가 건강에 좋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아몬드는 나무 견과류 중 가장 풍부한 단백질을 자랑한다. 불포화지방과 비타민E,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김민정 캘리포니아아몬드협회 이사는 "하루 아몬드 권장량은 23알 정도"라면서 "체중 관리, 피부 건강, 심장 건강에 두루 좋다"고 말했다.

 

아몬드 수확은 8월에 시작해 겨울비가 시작되기 전인 10월 중순에 완료한다. 셰이커로 떨어뜨린 아몬드는 수분이 5~6% 정도 남을 때까지 땅바닥에 5~7일간 놓아둬서 건조한다. 수분이 많으면 곰팡이도 잘 피고 바삭한 맛도 떨어진다. 건조된 아몬드를 스위퍼(sweeper)라는 기계가 비질하듯 쓸어모아 나무 사잇길 한가운데 정렬하면 픽업 머신이 지나가며 아몬드를 쓸어담는다. 이 커다란 농장이 10여 명의 인력만으로 운영되는 비결, 바로 기계화다.

 

저장과 가공에 앞서 외피(hull)와 껍질(shell)을 떼어낸다. 이 역시 탈피기·탈각기 등 기계를 사용한다. 아몬드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견과류다. 부드러운 외피는 소 사료로 사용하고, 딱딱한 껍질은 겨울철 가축 깔개로 이용된다. 수확의 성패는 그해 봄 꿀벌의 수분(受粉)에 달렸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농가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1995년부터 꿀벌 건강 개선을 위한 113개 연구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피픈씨는 "그해의 작황은 결국 자연과 신(神)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몸에도, 피부에도 좋은 아몬드. 달콤하고 고소한 아몬드 밀크 만드는 법과 아몬드 오일로 간단한 뷰티 제품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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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오일에 달걀 노른자, 꿀을 넣고 섞어 페이스 마스크를 만드는 장면.

아몬드 밀크

 

'밀크(milk)'라고 부르지만 우유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갈아 만든 아몬드 즙'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아래는 미국 유명 셰프 브래들리 오그덴의 레시피.

 

▲재료(약 1.1L 분량): 생아몬드 2컵, 꿀 1/4컵, 씨 뺀 대추야자 6~8개, 생수 7컵, 바닐라 약간

 

▲만드는 법

 

1.물에 담근 아몬드를 밤새 8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고 재워 불순물을 제거한 후 헹군다.

 

2.블렌더에 아몬드를 넣고 생수, 대추야자, 꿀, 바닐라를 넣고 잘 섞이도록 간다.(진하게 마시고 싶으면 물을 5컵 정도만 넣어도 된다. 대추야자 대신 말린 무화과나 곶감, 건포도, 호박 등을 넣어도 좋다.)

 

3.간 아몬드를 체에 내린 후 면포에 다시 한 번 거른다. 거르고 남은 찌꺼기는 페이스트로 만들어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는다.

 

아몬드 오일을 이용한 뷰티 제품

 

아몬드 오일은 자외선을 막아주고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며, 염증에도 좋다. 미국에선 여러 아몬드 중 달콤한 스위트 아몬드 오일로 화장품을 만든다.

 

▲아몬드 슈가 보디 스크럽

 

설탕 1큰술, 스위트 아몬드 오일 1큰술을 잘 섞어 건조한 피부 위에 놓고 3분간 문지른 후 물로 잘 헹궈낸다.

 

▲아몬드 오일 페이스 마스크

 

달걀노른자 하나, 생꿀 1큰술, 스위트 아몬드 오일 1/2큰술을 잘 섞고 얼굴에 2분 간격으로 세 겹 바른다. 세 겹을 모두 바르면 10분 후 씻어낸다.

 

▲햇볕에 탄 피부 진정제

 

아보카도, 플레인 요거트, 스위트 아몬드 오일을 섞어 부드러운 액상이 될 때까지 젓는다. 햇볕에 탄 피부에 두껍게 바른 후 15분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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