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田山 신임 종법사 "내 책상이 禪室, 사무가 禪"
"대산(김대거·1914~1998) 종사님은 '남을 나로 알고 산다'를 신조로 하셨습니다. 원불교의 '무아봉공(無我奉公)' 정신을 가장 쉬운 말로 표현하신 거죠.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11월 4일 공식 취임하는 원불교 전산(田山) 김주원(70·사진) 신임 종법사는 지난 18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장, 교정원장, 영산선학대학교 총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치면서도 머리를 길렀던 그는 이날 간담회장에 삭발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종법사 피선 이후 삭발했다"고 했다. 최고 지도자로서 새 출발 각오를 다진 것이다.
전주 출신으로 고교 시절인 1965년 입교(入敎)해 반세기 넘게 원불교인으로 살아온 그는 "고교 시절과 비교하면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젊어서는 '법대로'를 강조하다가 본의 아니게 남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지만 "이제는 법을 세우는 것도 사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현 정권 등장 이후 1년 넘게 이어지는 '적폐 청산'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불의를 쳐서 세우는 정의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불의까지 품에 안아서 정의·불의를 넘어서는 정의라야 오래가지요."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 대종사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며 1916년 문을 연 원불교는 이제 100살을 넘어섰다. 전산 종법사는 "교단 어른들이 40~50년은 결실(結實), 400~500년은 결복(結福)하는 시기라고 하셨다"며 "이때 복을 맺는다는 것은 세계가 원불교를 알게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생활과 수행의 일치를 꼽았다. "내 책상이 선실(禪室), 사무가 선(禪)이라야 합니다. 이게 정신 개벽입니다."
그는 원불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바꿔보시라"고 했다. "취업 문제 등으로 고통 겪는 청년들에게도 절처봉생(絶處逢生), 즉 '막다른 곳에서 새 길이 열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원망심보다는 수용하면서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길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