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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장기 간호비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 정부 지원을 받을 방법을 사전에 준비하는 한인 의뢰인들로부터는 보통 두 가지 부탁 중 하나를 받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가지 주문이 서로 정반대라는 것이다.
첫 번째 종류의 부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발 너싱홈만은 들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너싱홈 복도에서 마치 전쟁을 치르고 돌아와 지친 기갑부대처럼 휠체어에 주르륵 앉아, 벽을 멍하니 쳐다보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인들 옆에 굳이 끼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깔끔치 않는 일부 미국 너싱홈에서 대소변과 소독약이 섞일 때 발생하는 오묘한 향을 호흡하며 사는 것도 탐탁치 않은 것 같았다. 이 분들에게 너싱홈이란 ‘산 송장이 모인 곳’이지 산 사람이 살 곳은 아니었다.
두 번째 종류의 부탁은 정반대이다. “집에서 생활이 어려워지면, 늙어 힘빠진 배우자나 먹고 사느라 고생하는 자식과 친척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으니, 너싱홈에 입원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는 분들이다.
치매라도 발병해 대소변을 계속 흘리거나 심지어 대변을 속옷에서 꺼내서 ‘벽에 똥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가족보다는 전문간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되레 마음 편하다고 이분들은 생각한다. 또한 집에 홀로 갇혀서 잘 먹거나 씻지도 못하고, 귓전에 왕왕거리는 TV소리로 외로움을 달래며 치매나 중풍으로 고생하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 함께 있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각기 희망사항은 다를지라도 이러한 두 가지 의견을 가진 분들에게 희망적인 사실은 이것이다. 이분들은 미리미리 준비하셨기 때문에 개인적 바람이 어떠하든지 실제 그 바람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없이 노후를 맞이하는 분들에게는 기이한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너싱홈에 가는 것을 그토록 원치 않으셨던 분이 너싱홈에 입원하게 되고, 너싱홈 입원을 간절히 바라던 분들이 오히려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로서 너싱홈에 가지 않으려면, 장기 질환이 발병했을 때 집에서 정부지원으로 간병인 혜택을 받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배우자나 자녀들이 아예 처음부터 간호하지 못하거나, 여러 해 동안 지극정성 간호를 하던 가족 성원들이 갑자기 죽거나 아프게 되어 더 이상 간호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반대로 정부 지원으로 너싱홈에 입원하려면 돈이나 집을 자녀들에게 주었기 때문에 정부 혜택이 금지되는 문제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특히 장기 질환 발병시 환자에게 달라붙을 수 있는 가족 성원들이 없거나 자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현대판 고려장’을 당할 위험이 있는 분들의 경우 사전 대책은 더더욱 심각한 관건이다. 삶의 마지막 장을 원치 않는 곳에서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준비와 세밀한 계획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장기 질환 발병은 생각하고 싶지 않는 문제이기에 “지금은 넘어가고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의 사고가 시니어 커뮤니티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 아직 큰 문제이다. 특히 한인 이민 1세대분들 중에는 맨주먹으로 무에서 유를 이루어 낸 분들이 많다. 어떤 어려움에 닥쳐도 “무조건 부딪히면 해결된다”는 신념으로 일해 온 분들이기 때문에 노후 간호비용 문제도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오늘도 집에서 여생을 보내다 작고하기를 희망한 분들이 너싱홈에 계시고, 너싱홈 입원을 간절히 원하는 분들이 집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