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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국제우주대회 (IAC,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참관기



지난 1일부터 닷새간 독일 중소도시 브레멘에서 개최된 국제우주대회(IAC)를 다녀왔다. 국제우주대회는 올해로 69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우주공학ㆍ산업 대회다. 유럽 9개국의 우주과학기술자들이 1951년 국제우주협회(IAF)를 창립하고 우주과학기술의 교류의 장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당시는 2차 세계대전 직후라 미국과 소련이 독일의 로켓 과학자들을 데려가 냉전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세계 과학자간의 교류가 사라졌던 시절이었다. 

우주대회는 매년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열린다. 초기부터 미국ㆍ소련 간의 우주탐사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성공적 발사를 선언하는 이벤트를 진행, 우주과학기술의 교류뿐 아니라 우주외교의 무대가 되는 명실상부 최대규모의 세계 우주과학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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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대회 참가자 6500명 중 절반이 35세 이하

올해 대회의 주제는 ‘모두가 함께 하는(Involving Everyone)’이다. 우주개발이 정부나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세계인 모두가 공감하여 우주를 꿈꾸고 우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주최측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사상 최고 기록인 6500여명이 참석했다. 더구나 이들 중 절반 이상이 35세 이하라고 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주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참석인원이 15명 내외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세계 10위권 규모를 내세우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개막식에 이은 주요국 우주청장들과 젊은 우주과학자들과의 대담에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소외됐다. 공식 Space Agency(우주청)가 없는 탓에 대표가 단상에 올라갈 수 없었다. 우주대회는 주요 핫이슈를 다루는 토론회, 우주시스템, 우주수송 및 발사체, 유무인탐사 등 과학기술분야에서 우주정책 및 우주법에 이르기까지 20개 내외의 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연구자들의 학술발표, 주요 우주이벤트를 공개하는 프레스 무대, 세계우주기관 및 우주기업의 전시부스 등으로 구성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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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무대 뒤에서 하루종일 이루어지는 세계 각국 우주기관 및 기업체 대표단간의 양자, 다자회의 형태의 우주외교 무대도 열렸다. 국제우주대회가 세계 우주기관 대표들을 불러들이는 주요 흡인요인이다. 


금번 우주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우주개발의 새로운 흐름과 이벤트를 요약해 보았다. 

우선, 우주개발과 우주과학기술이 유엔(UN)이 국제사회와 추진 중인 최대 공동목표인‘지속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서 다루고 있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에서 지구 환경문제 및 경제사회문제를 어떻게 우주개발과 연결할 수 있는가를 우주개발자들이 고민하는 장인 UN/IAF (2018.9.29.-30) 워크숍에 참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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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조직위원장, 50대 여배우 사회자 파격

우주대회 개막 직전 주말에 이틀간 개최되는 관계로 150명 내외의 인원이 참석한 조촐한 행사이었기는 하나 여기에도 어김없이 일본과 중국 과학자들의 발표와 참여는 숫적으로도 눈에 띄일 만큼 적극적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모듈 중 일본이 운영하는 KIBO 모듈에서 개도국을 대상으로 초소형위성을 무료로 발사해주는 KiboCube란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우주분야에서도 미치는 영향력과 존재감을 새삼 실감하는 행사였다. 

자국민이 필요로 하는 우주 인프라의 개발 일변도식 프레임으로 우주개발을 진행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달랐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사회에서의 기여도를 병행해 우주개발의 프레임을 근거로 앞서가고 있는 우주 선진국과의 질적 격차를 실감하는 마당이었다. 

국제우주대회 첫날(1일) 오전에 개최된 개막식에서는 눈에 띄는 사람은 올해 35세에 불과한 독일 현지 조직위원장인 ZARM 센터장과 개막식 사회를 진행하는 50대 후반의 미국계 여배우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나라를 대표하는 국제대회의 조직위원장을 절대로 시키자 않았을 나이의 ZARM 센터장은 시종일관 여유와 위트속에 개회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으레 아나운서가 맡아 깔끔하지만 의례적이고도 영혼없는 멘트만 남발했을 자리를 채운 여배우는 독일인들의 가려진 내면을 드러내는 유머와 함께 매끄러운 진행으로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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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달탐사 경연대회 문레이스 개시 선언

개막식이 있던 대회 첫날, 우주탐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한 행사가 개최됐다. 유럽의 대표적 다국적 우주기업인 에어버스가 새로운 형태의 달 탐사 경연대회인 ‘문 레이스(Moon Race)’개시를 선언했다. 달 탐사 경연대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이 1등팀에게 무려 2000만 달러(약 227억원)의 상금을 내걸었던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Google Lunar XPrize)’가 있었지만, 그간 착륙에 성공한 팀이 없이 종료가 된바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무인 달탐사를 통한 달 표면의 과학탑재체 설치 등의 임무를 상업화하는 다수의 기업들을 발굴하는 성과를 남긴 바 있다. 

문레이스는 에어버스사의 젊은 그룹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사내에서 채택돼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우주기구(ESA)와 멕시코 우주청, 미국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등이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를 선언했고, 일본과 중국 등 주요 우주기관이 참여와 후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레이스는 우리나라에도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세계 우주 과학기술계의 화두는‘뉴 스페이스(New Space)’다. 우주과학과 탐사에 민간부문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국제우주대회에는 그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위성의 다양한 적용에 관한 논의들도 활발하게 이루어 졌다. 

초소형 또는 소형위성을 이용하여 지구관측에서부터 우주탐사에 이르기까지 게임의 룰과 주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들이 대학과 중소기업은 물론,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의해서도 도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ㆍ로켓랩 등이 추진 중인 재사용발사, 민간우주여행, 소형위성 발사를 위한 새로운 로켓 서비스의 활성화 등 뉴 스페이스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발표장에는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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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놀라운 우주도시 브레멘

국제우주대회도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최초로 인공지능 이슈가 등장했다. 세계의 행성탐사를 주도하고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AI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첸 박사의 초청발표를 통해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채택, 영상분석을 통한 지구의 화산활동과 홍수를 탐지하는 연구, 화성탐사 로버에 적용하여 행성표면 물질의 자동분류를 실행하는 연구 등을 소개하면서 우주분야가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하여 나아갈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금번 국제우주대회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일본이었다. 일본 대표단은 소행성 류구 착륙선 임무를 주도하고 독일이 착륙로봇의 제작에 관여한 ‘하야부사-2의 소행성 착륙’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본 대회기간을 전후해 탐사선이 소행성에 접근해 마이크로 로버를 착륙시키는 임무를 성공시킨 일본과 독일의 기술적인 저력을 통해 한때 전쟁을 일으킨 나라들이 우주의 개척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은 더없이 부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대회 5일째 있었던 총회에서 여세를 몰아 독일의 우주청장이 신임 IAF 회장에 당선되는 것을 보며 일본도 2명이나 배출한 유럽사회중심의 IAF회장을 우리나라도 언제 맡을 수 있을까 하는 자조적인 희망을 가져보았다. 

브레멘은 천안시 절반 정도되는 규모에 인구는 57만명(‘17말 기준) 정도인 중소도시다.‘많고 많은 독일 도시 중에 왜 별로 크지도 않은 도시 브레멘에서 국제우주대회를 그것도 두 번이나 개최하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은 10월 첫 주에 개최된 국제우주대회에 참석하는 기간 내내 마음속에 걸려 있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였다. 

브레멘은 작지만 놀라운 우주도시였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유인우주실험과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등 착륙임무의 사전실험을 위해 설립된 세계에서 제일 높은 120m 높이의 드롭타워가 들어서 있다. 에어버스와 OHB 등 국제 유수의 우주기업도 포진하고 있다. 항공우주산업 종사자만 1만3000명이나 되고, 브레멘의 우주산업규모만 연 5조3000억원 수준이다. 독일 중소도시가 우리나라 전체의 우주산업 규모를 넘어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1인당 GDP가 독일 평균을 상회하는 5만3000 달러(2013년기준)에 달한다. 우리나라 일산 KINTEX 규모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한 규모의 컨벤션 센터를 갖고 있기도 하다. 

브레멘은 함부르크에 이어 독일 제2의 항구도시로, 수세기에 걸쳐 해운업과 교역의 허브역할을 유지해 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드레스덴과 함께 가장 많이 폭격의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가 됐다. 그간 재건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해운업과 조선업으로 부활하였으나 함부르크에 비해 내륙으로 들어와 있는 지역의 특성과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이 해운조선업을 치고 올라오면서 경쟁력을 상실하여 고민하던 브레멘시가 유치한 것이 우주산업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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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광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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