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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당신도 자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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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카 솔닛


#MeToo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곳곳에서 “나도 (당했다)”라고 절규한다. 당하는 사람은 물론 약자다. 그런데 이 운동에 불을 댕긴 것은 놀랍게도 현직 검사다. 검사는 이 사회의 최고 권력층 아닌가. 그런 사람이 ‘당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그러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는 남자가 아니고 여자다. 이것이 여자는 아무리 권력층일지라도 ‘당한다’는 사실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MeToo가 본질적으로 젠더(gender)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그녀는 당하고도 인사상 불이익까지 ‘또’ 당했다고 호소한다. 그녀가 겪었을 당혹과 고통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마침내 그녀는 TV를 통해 지난 8년 동안 그녀를 괴롭혔던 악몽을 세상에 고발했다.
   
   이 불길은 곧바로 문학계로도 번졌다. 그런데 과정이 어처구니없다. 이미 지난해 11월에 유명 여성 시인이 시(詩)를 통해 ‘En 선생은 괴물’이라고 고발했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 폭로가 전혀 쟁점화되지 않았다. 그 바닥 사람들은 눈과 귀를 꽉 닫은 채 오히려 그녀를 흘겨보았다. 이번에 그 시가 주목을 받으며 비로소 괴물이 세상에 정체를 드러냈다.
   
   어느 경우든 #MeToo는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성적 폭력은 당하는 사람에게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고약한 범죄지만 좀처럼 고발되기 어렵다. 가까스로 고발되어도 오히려 피해자인 고발자가 도마에 오른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토록 유독 불합리한 까닭은 무엇일까? 다행히 이런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줄 책이 우리 곁에 있다. 바로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Men Explain Things To Me·2014)’이다.
   
   언뜻 보면 이 책은 한 페미니스트의 ‘그저 그런’ 에세이집 같다. 하지만 다른 형식으로는 도무지 묘사하기 어려운 주제를 에세이 형식을 빌려 명쾌하게 해부하고 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이 책 첫 장(章)의 제목이자, 동시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화두(話頭)에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가 응축되어 있다. 
   
   솔닛은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돈 많고 당당한’ 남자를 만났다. 그녀가 자신이 유명한 사진작가 머이브리지(Muybridge)에 관한 책을 썼다고 소개하자, 그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올해 머이브리지에 관해 ‘아주 중요한’ 책이 나왔다”고 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그가 장광설로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그녀가 쓴 책이었다. 동행한 친구가 ‘그게 바로 이 친구 책’이라고 해도 그는 막무가내로 장광설을 이어갔다. 친구가 그 말을 서너 번 반복하고 나서야 그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경우가 딱히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의기양양하게 자꾸 여자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한다. “알든 모르든.”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설사 용감하게 나서서 말하더라도 진지하게 경청되지 않는다. 결국 여자들은 자기불신과 자기절제를 익히게 되는 반면, 남자들은 근거 없는 과잉확신을 키우게 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으레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이로 말미암아 여성들은 ‘이중의 전선’에서 싸워야 한다. 하나는 본래의 주제에 관한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왜곡된 편견에 대한 싸움이다. 이것은 말할 권리, 가치를 지닐 권리, 인간이 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승리해도 겨우 본전밖에 안 되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싸움이다. 실제로는 결코 승리할 수도 없다. 이처럼 여성은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안하게 서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경청되기는커녕 의심받기 일쑤다. 그래서 여성의 처지는 마치 카산드라의 처지와도 같다. 카산드라는 아폴로 신의 호의로 신통한 예언력을 얻지만, 그의 사랑을 거부한 대가로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는 저주를 받는다. 결국 그녀는 진실을 말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비극적 존재가 되고 만다. 여기서 남신(男神)인 아폴로의 일방적 행태야말로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부조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여성들은 여러 개의 침묵의 동심원에 갇혀 있다. 첫째는 말하기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내면의 억제, 자기의심, 억압, 혼란, 수치심이다. 또한 행여 처벌이나 추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 다음은 기어이 말하고 나선 사람을 침묵시키려는 세력이다. 그들은 창피를 주든 괴롭히든 가해를 하려고 한다. 마지막은 고발 내용과 고발자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려는 세력이다. 그들은 고발자의 말할 권리와 능력을 훼손하려고 대든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MeToo를 외치는 여성들도 예외 없이 이런 침묵의 동심원을 경험하고 있다. 그 검사는 무려 8년이나 홀로 가슴앓이를 했다. 어렵사리 고발을 하자 ‘정치를 하려나 보다’라는 핀잔을 들었다. 심지어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다’라는 폄하도 겪었다. 그 시인의 충격적 고발도 썩어문드러진 그 바닥의 외면으로 말미암아 자칫 유야무야될 뻔했다. 그 속에서 그녀가 받았을 수모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물론 모든 남성이 가해자는 아니다. 즉 “남자는 다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모든 여성은 예외 없이 크든 작든 피해자다. 즉 “여자는 다 그렇다”. 분명히 가해 남성들은 일부 일탈자다. 그러나 그 일탈의 무대이자 근거가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단순히 남성을 가해자와 비(非)가해자로 분류만 해서는 그 운동장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솔닛은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도 놀랐다고 고백한다. “처음에는 재미난 일화로 시작한 글이 결국에는 강간과 살인을 이야기하면서 끝났다. 덕분에 나는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사소한 괴로움, 폭력으로 강요된 침묵, (다양한 성적 폭력) 그리고 폭력에 의한 죽음이 모두 하나로 이어진 연속선상의 현상들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았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대충 훑어보려고 서둘렀다. 하지만 결국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 찬찬히 읽고 또 읽어야 했다. 솔닛은 여성의 문제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결국에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자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이 결과적으로 크고 작은 괴물이 활보하는 세상을 방조 또는 조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직 검사가 TV에 등장해 #MeToo를 외친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용감한 고발에 힘입어 오랫동안 굳게 닫혔던 수많은 봉인(封印)들이 삐걱거리며 해제되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 #MeToo가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라,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전진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자는 누구나 각오가 되어 있다. 문제는 남자다.
   
   “여자는 다 그렇다.” 이로 말미암아 “남자는 다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남자도 모두 이 문제에 원초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비(非)가해자라는 점만으로 완전한 면죄부를 받기 어렵다. 적어도 그보다는 한발 더 앞으로 나서야 한다. 시작은 미미해도 좋다. 우선은 이런 자문(自問)도 진솔한 출발점이다. “나도 자꾸 여자들을 가르치려 들지나 않나?”


박종선  인문학칼럼니스트. 
전 한국공항공사 상임감사, 전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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