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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미르고원은 카라코룸, 힌두쿠시, 히말라야산맥 등이 지나 해발 5000m가 넘는 고봉이 즐비하다. 인도 불교가 파미르를 넘어 중국에 전해졌고 고선지 장군은 고구려 병사를 거느리고 이곳을 넘기도 했다. photo 석하사진문화연구소



유라시아 지역을 다니다 보면 때때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나와 얼굴이 비슷한 현지인들을 만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타지키스탄, 파미르고원, 키르기스스탄을 지나는 2000㎞ 장도를 마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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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에도 바이칼호와 알혼섬에 들어갔었다. 그곳에서 부랴트족들을 만나는 순간 경이로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외모와 살색, 골격은 물론이고 심지어 풍모와 생활습속들마저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근대에 가까워질 무렵에 그 지역으로 이주한 몽골어계의 혼혈집단이니 우리의 한 갈래였고, 굳이 따지자면 우리가 원류이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몽골의 한 가지로 알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선비족의 한 갈래가 몽골부족일 뿐이고, 선비어와 부여어는 서로 통했다. 오히려 우리가 종가이고 몽골은 분가인 셈이다.
   
   북만주 지역에는 끝이 안 보일 정도의 대삼림들이 있다. 또 북만주를 통과해 러시아 영역으로 들어가 무려 4000여㎞를 흘러가다 동해로 흘러가는 흑룡강(아무르강)이 있다. 그 언저리를 가보면 지금도 주로 에벤키족 계통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옛날 말갈의 후손들이니 당연히 우리와 얼굴이나 신앙, 민속 등이 유사하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
   
   그런데 이런 일은 중앙아시아에 가서도 자주 겪는다. 카자흐스탄, 중국, 러시아가 걸쳐 있는 알타이 산록은 기원 전 3세기 무렵에는 흉노인들이 살았고, 6세기에는 투르크(돌궐)제국이 활동한 곳이라서 그들의 후손과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정말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부하라에서 놀랐다. 실크로드를 오고간 소그드 대상의 동상을 보았는데, 눈이 쑥 들어가고 코가 우뚝 섰고, 구레나룻이 무성해서 내 얼굴과 영락없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페르시아계, 그리스계, 투르크계 그리고 8세기에는 아랍계까지 섞인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그들과 닮은 나는 어쩌면 그리스인의 피도 약간은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당연하지만 이란이나 터키에 가서도 이러한 경험을 때때로 했었다.
   
   궁금증이 일어난다. 내 몸속에는 어떤 종족들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걸까. 단일민족이라지만 도대체 우리 한민족은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고, 우리 문화는 유라시아 세계와 어떤 연관을 갖고 있을까. 최근에 들어서 한민족의 혈연이나 문화와 연관된 정체성에 관심들을 갖고 있다. 더구나 정부의 유라시아 정책과 맞물려 이 현상은 ‘한민족의 원류 찾기’라는 이름으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로 하여금 유라시아 지역을 답사하게 한다.
   
   ‘한민족의 기원은 어디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와 주장들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북방기원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 전래된 청동기문화 유입 경로와 연결돼 있고, 한국어와 알타이어계는 유사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남북 혼합설’이다. 즉 중국의 남부 지역과 인도 지역에서 해양을 이용하여 이주한 남방계와 북방에서 말 타고 내려온 유목민이 결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북한이 주장하지만 ‘본토기원설’이 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살면서 문화의 핵을 만들었던 ‘터’는 만주와 한반도, 그리고 바다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이면서, 북쪽의 대륙과 남쪽의 해양이 만나는 교차로이다. 해가 떠오르는 곳이고,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이상향이다. 그렇다면 유라시아 전 지역에서 이곳을 향해 이주해올 수밖에 없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바라는 게 있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유라시아 전체와 연결하면서, 가능한 한 우리와 연관된 범위를 넓고 크게 확장시키려 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육당 최남선이다. 그는 ‘불함문화론’을 내세우면서 그 범위를 한반도, 일본열도, 오키나와에서 남유럽의 발칸반도까지 확장시키고, 인류 3대 문화권 중 하나이며, 그 중심이 조선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일부에서는 한민족의 원류를 유라시아의 어떤 한 지역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바이칼 기원설’ ‘흉노 이주설’ ‘파미르고원설’이 있고, 심지어는 ‘수메르문명’과 연관시키는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물론 그 지역과 연관된 생물학적 본능도 작용했다고 믿지만, 아무래도 짓눌려왔던 반도사관을 극복하고 역사 속에서라도 강대국이 되려는 심리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초원 길과 오아시스 길
   
   그런데도 정작 우리는 유라시아에 대하여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떠나온 지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고, 또 반도에 갇혀 폐쇄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대륙 유라시아’는 동아시아의 비옥한 농경지대, 타클라마칸 같은 죽음의 사막과 오아시스, 동서 2500㎞에 달하고 해발이 평균 5000m급인 톈산산맥과 파미르고원 같은 최고의 산악지대들, 그리고 알타이 산록과 바이칼호, 몽골로 이어지는 대초원지대, 아랄해, 카스피해, 흑해 같은 내륙해와 발하슈(balkhash)호, 이식쿨호 같은 호수들, 그리고 무려 1300만㎢가 넘는 시베리아가 있다. 시베리아는 ‘잠자는 땅’ ‘버려진 땅’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몽골인의 나라인 ‘시비르 한국’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한편 ‘해양 유라시아’는 동아지중해, 동남아시아, 인도양, 페르시아만 등을 연결하는 바닷길로 구성되었다. 그러므로 유라시아는 전체적으로는 농경의 정주성(stability) 문화와 유목, 삼림 및 해양의 이동성(mobility) 문화가 만난 ‘혼합 문화대’를 이루었다.
   
   나는 우선 이러한 자연환경을 고려하면서, 사람들이 살 만한 곳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 터를 중심으로 선을 긋는다. 그럼 큰 길은 8개가 되고, 그 중간중간에는 작은 길과 샛길들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과 문화는 이 ‘8개+α’의 길과 연결되면서 교류하는 과정에서 생성되었다. 그 큰 길들 가운데 핵심은 바이칼호 지역, 알타이 산록과 연결된 ‘초원 길(Steppe Road)’과 중앙아시아와 이어진 ‘오아시스 길(Oasis Road)’이다. 실제로 그 큰 길의 주변 일대가 대륙 유라시아 세계의 핵심이다.
   
   우리와 유라시아 세계가 연관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쉽게 거론되는 것은 혈연과 언어이다. 유라시아의 동과 서에 걸쳐서 넓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북방 몽골로이드에 속한 투르크계 종족이다. 남아 있는 석상이나 유골 등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이들은 황인종과 백인종이 섞인 혼혈인들이다. 다만 동쪽에서는 황인종의 피가 더 섞였고, 서쪽에서는 백인종의 배율이 높을 뿐이다. 흉노·돌궐·위구르 등이 그렇고, 고구려도 일부는 그런 점이 있다. 얼굴 전문가인 조용진 교수는 고구려인들은 투르크의 피가 많이 섞였고, 내가 전형적인 고구려 인물이라고 검증하였다. 그래서 경기도 구리시에 세운 광개토태왕 동상은 나를 모델로 삼아 제작했다.
   
   유라시아 대륙에는 알타이 지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캄차카반도에서 서쪽으로 발칸반도까지, 북으로는 시베리아의 북부에서 남으로는 중국 서남부까지 미치는 광대한 지역에서 알타이어가 사용되었다. 종족에 따라서 투르크어, 몽골어, 퉁구스어로 구분하는데 우리의 예맥어는 골고루 섞인 것이라고 보면 된다. 놀랍게도 중국의 한족은 알타이어와 전혀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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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수도 국내성에 있는 4호묘의 해신. 해신은 북방 유목민족 신앙의 대상이다. 고구려에 이런 벽화가 있다는 건 북방 유목민족과 연결돼 있음을 의미한다.



   정체성이 담긴 알타이어의 핵심 단어들
   
   알타이어에서 우리와 연관된 몇 가지 핵심단어들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고, 우리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한’이라는 단어이다. 우리 국호는 대한민국, 즉 ‘한(韓)’의 나라라는 뜻이다. 한(khan·kan·han)을 한자로 바꾸면 桓·韓·汗·干·丸·漢 등으로 변한다. 그래서 돌궐제국의 계민가한, 몽골제국의 칭기즈칸처럼 임금을 뜻하는 말로 사용됐다. 한글의 ‘한’은 크다(大)라는 뜻이고, 한강의 ‘한’은 길다(長)란 뜻이다. 또 수도라는 의미로 사용된 예는 고구려의 환도, 백제의 한성, 발해의 홀한성(상경성) 등이 있다. 국명으로 사용된 경우도 많았다. 우리 ‘한국’을 비롯하여 킵차크 한국(러시아를 300년 지배), 시비르 한국, 부하라 한국, 히바 한국, 크림 한국, 카잔 한국, 아스트라 한국 등 무려 39개가 있었다.
   
   또 하나가 ‘밝’이다. 우리는 흔히 ‘백의민족’이라고 자랑스럽게 부르면서 흰 빛을 숭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때 백은 흰색의 ‘white’가 아니고, 빛을 뜻하는 ‘bright’, 즉 광명이다. 그러니까 백두산을 가리키는 ‘불함산’ ‘백두산’ ‘태백산’ 등은 다 빛과 연관이 깊고, 바이칼호의 불칸바위, 카자흐스탄의 발하슈, 바르글, 부르글호 등도 연관이 있다. 그리고 부여의 해모수 해부루, 고구려의 초기 왕들의 해씨는 해를 뜻하는 말이다. 신라 왕인 박혁거세의 ‘朴’도 빛, 즉 광명을 뜻한다.
   
   또 하나, 거의 망각해서 사어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드는 단어가 ‘감’ ‘금’ ‘개마’ 같은 말이다. 알타이어에서는 ‘신(神)’이나 ‘무당’ 또는 ‘인간’의 의미를 갖는 중요한 단어들이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熊’은 동물인 곰이지만, 동시에 신(대지의 신)을 뜻한다. 고구려인들은 백두산을 개마대산이라고 불렀고, 그 옆에는 개마고원이 있다. 신산, 신시라는 의미이다. 백제의 수도인 검마을(몽촌), 검나루(웅진), 신라의 수도인 금성은 이 감계의 언어이다. 그 밖에 유라시아 세계에는 아사달, 금미달, 양달, 음달처럼 땅을 뜻하는 ‘달(tar)’계 단어, 또는 검다는 의미의 가라, 하늘이라는 의미의 텡그리(Tengri) 등의 언어가 지금껏 남아 있다.
   
   대륙 유라시아에 사는 알타이어계 주민들은 신앙과 민속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샤머니즘(Shamanism)은 퉁구스어인 샤먼에서 나온 용어인 만큼 우리와 관련이 깊고, 또 조상을 공경하는 일이나 하늘을 숭배하는 신앙은 유라시아 어디나 동일했다. 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흉노인은 자신들의 임금을 ‘텡그리 고도(천자)’라고 불렀는데, 고구려인도 천손, 천제, 일월의 자손이라고 칭했다. 당연히 태양 신앙이 강해서 동명(東明)신화, 주몽(朱夢)신화, 박혁거세(赫居世)신화 등을 비롯해서 해와 연관된 성이나 이름, 지명 등이 많다. 또 더불어 하늘의 전령자로서 새, 특히 까마귀를 숭상했다. 특히 고구려인들은 고분벽화에 삼족오를 집요하게 표현했고, 머리에는 새 깃을 꽂은 모자를 쓰고 다녔다.
   
   알타이들은 나무를 숭배하는 신앙 등이 있어서 바이칼호의 알혼섬 알타이산맥의 오지, 파미르고원이나 천산 기슭 등 어디서나 동네 어귀마다 있었던 당나무의 모습들을 확인할 수가 있다. 우리 민족의 기원과 사상, 문화를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자료는 단군신화이다. 그런데 바이칼호를 비롯해서 알타이 지역에 널리 전승되어온 게세르신화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의 역할 등 단군신화와 유사한 내용과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금강산이 무대로 알려진 아름답고 신비로운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나 누구에게나 익숙한 ‘백조의 이야기’ ‘콩쥐팥쥐 이야기’ 등이 있는데 이 역시 알타이문명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화이다. 그 밖에도 서낭당(오보에) 신앙이나 나무숭배 신앙 등이 거의 같다.
   
   
   고구려의 예술이 말해주는 것들
   
   중앙아시아 지역과 고구려가 직접 교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춤·음악·씨름 등의 예술에서 나타난다. 이를 통해 보면 5세기 무렵에는 소그드인들이 고구려와 교류했거나 거주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 만주의 집안에 있는 국내성 주변에는 약 1만2000여기의 고분이 있다. 그 가운데에서 약 20여기가 벽화를 갖고 있다. 무용총 벽화에는 말 타고 달리면서 활을 당기는 무사도와 함께 춤추는 무희와 악사들이 그려져 있다.
   
   지난 9월에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에서 열린 제3회 세계 유목민대회를 참관했었다. 놀라운 일이지만 거기서 비파나 피리 등 고구려의 악기들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고구려는 30여가지의 악기를 갖고 연주했는데, 많은 종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들어온 것이다. 실크로드의 도시들인 투르판, 카슈카르, 부하라, 사마르칸트, 심지어는 이란이나 터키의 바자르에는 낯익은 고구려의 악기들이 팔리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는 전통 춤 하면 조선시대의 정적이고 우아한 몸짓만 떠올린다. 조선은 불과 500년 된 신흥국가이다. 그 이전의 우리 역사는 수천 년이다. 고구려의 춤은 화려한 복장을 하고, 빠르게 돌고 도약하는 역동적인 춤사위다. 중앙아시아의 춤들을 받아들여 개량한 것이었다. 워낙 뛰어나서 수나라와 당나라에서는 매우 높게 평가되었는데, 이태백도 고려 춤을 찬양하는 시를 지었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승무로 유명한 이애주 교수는 고구려 춤을 복원하려고 열심이었다. 각저총(씨름무덤)에는 샅바를 붙잡고 힘을 겨루는 코가 크고 수염이 텁수룩한 인물들이 그려져 있는데, 당연히 중앙아시아계 인물들이다.
   
   사람들은 우즈베키스탄 하면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들을 떠올린다. 고구려인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1965년 사마르칸트시의 외곽인 아프라시압 궁전터가 발견되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갔던 도로의 잔해도 발견되었는데,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것은 7세기의 바르후만 왕이 외교 행사를 치르는 찬란하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벽화들이었다. 그 서쪽 벽 끝에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2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머리에는 새 깃이 높게 달린 조우관을 쓰고, 허리에는 고리 달린 긴 칼을 차고, 바지 아래를 묶었으며, 두 손을 포갠 채로 옷 속에 넣고 의젓하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이미 소그드 상인들과 교류했지만, 7세기 중반에 당나라와 전쟁을 벌이면서 위기에 처하자 연개소문은 무려 4000㎞나 떨어진 이곳까지 사신단을 파견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나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본다. 혹시나 그들 가운데 일부는 조국이 멸망한 소식을 접한 후에 그대로 눌러앉았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사실 그 후 90여년쯤 지나서 고구려 병사들이 고선지를 따라왔고, 그들 중 포로로 잡힌 이들은 잔류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중앙아시아는 아주 먼 고대부터 우리 한민족과 혈연이나 언어,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문화를 공유하였다. 20세기 와서는 연해주에서 강제로 끌려온 조상들이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에 굵고도 깊은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지구의 한가운데 있는 유라시아 세계, 그 한가운데인 중앙아시아와 북방의 초원 일대는 인류문명의 산파 역할을 담당하면서 1만㎞가량 되는 몇 개의 길을 통해서 동쪽과 서쪽의 사람들과 문화, 그리고 물건들을 주고받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동쪽에 있는 우리는 혈연은 물론이고 언어, 신앙, 문화 등을 그 지역과 공유하거나 주고받으면서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나는 오늘도 ‘유라시아 세계’라는 꿈을 꾸고, 다시 떠날 날만을 고대한다. 그 이전에 내가 직접 답사한 유라시아 세계의 이야기를 펼쳐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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