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안단테로 살아보니] 고향으로 온 연어
바다에 드리운 낚싯대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연어 알처럼 동그랗고 진한 오렌지색이다. 어둠을 밀어낸 햇빛이 바다와 하늘로 퍼져 나간다. 세상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일 기세다. 방금 빠져나온 시가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의 빌딩숲은 윤곽뿐인 실루엣으로, 해와 낚싯대 사이에 놓여 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말 아침이다.
빅토리아 시내가 보이는 바다에서 연어를 만나기 위해 배를 띄웠다. 낚싯대 너머로 연어 알처럼 둥근 해가 떠오른다. /박상현
가을 문턱에서 연어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일 년에 서너 번씩 같이 출조하는 동료 직원 레이와 함께였다. 3년 전, 내 배가 고장이 나 처분을 한 뒤, 쓰지 않고 보관해 두었던 바다 전용 GPS를 그에게 빌려주었다. 레이는 이에 대한 답례 격으로 나에게 함께 낚시 가기를 종종 청해오던 터였다. 이날은 빅토리아 항구 바로 앞,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한 바다에 배를 띄웠다. 그의 낚싯대에는 꼴뚜기 모양의 인조 미끼를, 내 바늘에는 손가락만 한 냉동멸치를 매달아 물속으로 내렸다. 그런 뒤 배를 천천히 움직이며 물고기를 유인하는 트롤링 방식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수심 30~40m 정도 되는 바다를 오가며 입질을 기다린 지 한 시간쯤 됐을까? 내 낚싯대 끝이 심하게 흔들렸다.
"피시 온(Fish on)!"
나는 다급하게 입질이 왔다고 외친 뒤, 낚싯대를 홀더에서 빼내 잽싸게 릴을 돌려 감았다. 묵직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져왔다. 두 손만으로 겨루기엔 벅차 보이는 상대였다. 낚싯대 손잡이 끝쪽을 아랫배에 바짝 붙였다.
"와우! 꽤 힘을 쓰는데!"
뜰채를 들고 연어를 기다리던 레이가 덩달아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드디어 수면 가까지 올라온 연어의 거무스레한 윤곽이 드러났다. 눈짐작으로도 7~8㎏은 족히 넘어 보이는 왕연어였다. 물고기가 보트 후미에 가까워지자 레이가 뜰채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연어가 수면을 박차고 솟구쳐 오르는 것이었다. 힘 좋고 날렵한 은연어들은 종종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왕연어들은 좀처럼 이런 경우가 없다.
"오 마이 갓! 저렇게 덩치가 큰 녀석이 뛰어오르는 것은 처음 봐!"
놀라는 레이를 뒤로한 연어는 릴에 걸린 낚싯줄을 힘으로 풀어내며 맹렬하게 앞으로 내달렸다. '윙윙윙윙'. 릴이 우는 소리가 요란했다. 두어번 더 밀당을 하던 녀석은 결국 뜰채에 들려 올라왔다. 몸속 가득 진한 오렌지색 알을 품고 귀향길에 나섰던 암컷이었다.
북미대륙 서해안에서 가장 큰 섬인 밴쿠버 아일랜드. 내가 사는 빅토리아는 이 섬의 맨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섬의 맑은 강들은 연어들의 고향이고, 이 섬의 앞바다는 더 먼 길을 가려는 연어들이 숨을 고르는 정류장이다.
베링해를 떠나 알래스카만을 거쳐, 이 섬의 초입에서 연어들은 두 패로 나뉘어 남하한다. 로키산맥이 지척인 캐나다 애덤스 강(Adams River)에서 태어난 홍연어들은 조지아 해협을 지나 밴쿠버로 향한다. 미국 워싱턴주 베어 크리크(Bear Creek)가 고향인 은연어들은 후안 데 푸카 해협을 거쳐 시애틀로 길을 잡는다. 내가 낚싯대를 드리운 빅토리아 앞바다는 동서로 가로지른 두 해협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밴쿠버 시내를 관통하는 프레이저 강에 들어선 홍연어들은 애덤스 강까지 장장 405㎞를 헤엄쳐간다. 소용돌이치는 협곡을 지나고 거센 물살을 쏟아내는 폭포도 거슬러 오른다. 굶주린 곰과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을 피해 강물을 오르고 또 오른다. 주둥이가 헤지고 지느러미가 찢어져도 멈추지 않는다. 멀고도 험한 귀향길이다.
가을 달이 둥그스름하게 차오를 무렵, 홍연어들은 마침내 고향에 도착한다. 3년 만의 귀향이다. 이들에게 고향은 무사히 돌아왔다는 기쁨과 다시는 바다로 내려갈 수 없다는 슬픔이 교차하는 곳이다. 또한 산란(産卵)이라는 숭고한 의식 뒤에 숙명으로 맞이하는 죽음과 소중한 새 생명의 탄생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윤회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 생명의 시작과 끝이 처연하게 공존하는 곳, 그곳이 바로 연어들의 고향이다. 나에게 고향은 무엇인가? 깊어 가는 가을 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며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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