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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간호학과, 학생 대상으로 관장 실습
간호사회 "피해 사례 모아 고발 검토"
간호대 교수 "40년 전에도 이렇게 안했다"

국내 일부 대학 간호학과에서 항문 관장 실습을 하면서 학생들끼리 제비뽑기로 실습 대상을 뽑아 다른 학생 앞에서 치부(恥部)를 드러내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생리 중인 학생이나 치질이 심한 학생도 예외 없이 관장 실습을 시켰다는 제보도 나왔다. 간호사들의 모임인 ‘행동하는 간호사회’ 측은 피해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18일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 익명의 고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대학교에서 관장 실습을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조에서 한 명씩 제비뽑기를 해서 잘 못 걸리면 항문을 남한테 보여주는 상황이다.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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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 간호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실습용 마네킹을 이용해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실제로 이런 실습을 경험한 간호학과 학생 A씨는 지난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A씨는 "하기 싫은 사람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교수님께서 말은 하셨는데 뽑힌 사람이 안 한다고 하면 그 조는 실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관장 실습 대상으로) 뽑히고 울 것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었고, (관장을) 보는 사람도 해 주는 사람도 다 불편하고 미안했다"고 했다.

이 간호학과 수업을 맡은 교수는 왜 이런 관장 실습을 지시했을까. A씨는 "교수는 직접 환자의 고통을 경험해 봐야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은 있었지만) 교수님을 (졸업할 때까지) 쭉 봐야 되는데 (교수에게) 찍혀서 학교 생활에 좋은 건 없어서 말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간호사들의 모임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 이 일을 알게 됐을 때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한 대학에선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변호사와 상담해 보니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해도 될 사안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피해자 진술을 받아 사례를 모은 뒤 실습을 시킨 학교를 인권위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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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에서 열린 간호대학 나이팅게일 선서식에 예비 간호사들이 참석해 촛불 의식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대부분의 대학은 인체 모형을 이용해 학생들이 관장 실습을 하도록 한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간호학과가 설치된 대학(전문대 포함)은 2015년 기준 총 203곳이다. 모형이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실습을 시키는 7곳은 전체의 3.5%에 해당한다.

유문숙 아주대 간호학부 교수(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 전 회장)는 "이 실습을 지시한 교수는 전혀 학생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40년 전 제가 간호대에 다닐 때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주사 놓는 일은 모형이 불충분해 간호대 학생들이 파트너를 정해 실습을 하지만, 관장은 모형으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청진기로 심장 박동 소리를 듣는 실습도 다른 학생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 보는 것이 아닌, 학생 자신의 가슴에 대도록 한다"고 했다. 서로의 가슴을 접촉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관장을 겪는 환자는 심한 변의(便意)를 느끼고, 10~15분쯤을 참아야 하는데 간호사가 ‘참으세요’라고 말한다고 쉽게 참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실습을 지시한 교수는 아마 그런 것을 학생들도 알아야 하는 취지에서 지시했다고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제비뽑기로 운 없이 걸린 사람에게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관장을 시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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