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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인근에 10여개 양궁장
무료로 강습과 장비 제공해
주말 가족 나들이로도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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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백발 성성한 어르신들까지 활쏘기에 여념이 없다. 탁 트인 야외에서 화살을 날리니, 스트레스 해소와 운동에 이만한 게 있을까. 개인 장비를 갖춘대도 200달러 안팎이면 다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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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디나 인근에 양궁장이 산재해 있다.

"삑-삑-, 모두 사선에."

"삑-, 쏘세요."

교관의 호루라기 소리를 따라 사선엔 긴장감이 흐른다, 팽팽히 당겨진 시위처럼. 핑-핑, 시위를 떠난 화살이 제각기 과녁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는데, 하늘은 벌써 가을로 치닫는 듯 높고 푸르다. 여기는 동네 근처 카운티 파크의 활터(Archery Range)다. 엄마 손잡고 나선 초등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까지 궁수의 면면이 다양하다.

문득 청대나무로 만든 활에 참깻대 화살을 먹여 날리던 어릴 적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낙엽진 감나무엔 빨간 감이 해거름 앞산을 배경으로 점점이 박혀 있고, 잿빛으로 삭은 지붕 위로 저녁 짓는 연기가 푸르게 퍼지는데도 해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추수 끝난 들판으로 화살을 날리곤 했다. 못대가리를 두드려 참깻대에 꽂아 만든 화살은 저녁 하늘을 함부로 휘저었다. 어머니께서 마당 끝에서 소리쳐 불러댈 때까지 논두렁을 헤매 다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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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빌려주는 장비들, 한국산 활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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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미터 과녁에서 첫 화살을 날려보는 초보자들. 



아웃도어 스포츠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전역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활터가 산재해 있다. LA 카운티에만 대략 아홉 군데가 넘으니. 대개 공원에 위치해 있지만, 사설 활터는 실내인 경우가 많다. 

위험한 무기가 될 수도 있어서 긴장을 했지만, 슈팅 레인지의 분위기는 대단히 자유롭다. 교관의 지시만 따르면 안전하게 주말 하루를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대개의 활터는 민간 클럽이 그곳의 이용과 관리를 책임지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래서, 매주 한두 차례 무료 활쏘기를 체험할 수 있다. 어떤 곳은 토요일에, 어떤 곳은 수요일과 토요일 두 차례 등.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활쏘기를 즐기고 있어서 놀라웠다. 

초보자에게는 오른손 또는 왼손잡이용 활과 팔 길이에 따라 화살도 골라 준다. 활을 잡은 손을 보호해주는 암가드, 화살을 당기는 손가락에 끼우는 핑거탭 등 모든 장비를 무료로 빌려주니, 즐거운 주말 가족 나들이로 충분하다. 동네 활터는 인터넷에서 'Archery Range' 검색하면 되고, 무료 강습 등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활터 한쪽에서는 금방 지급받은 장비를 착용한 초보자들을 위한 강습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강습이래야 별 거 없다. 호루라기 횟수에 따라 사선에 서고, 쏘고, 화살을 회수하는 일이 전부다. 물론, 양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시위는 입술에까지 당기고, 과녁 조준은 화살 끝을 과녁 거리에 따라 달리해야 하는 등의 디테일이 따르긴 하지만. 드디어 우리 가족 차례가 왔다. 초보자 레인이라 과녁과의 거리는 불과 5미터, 하지만 휘청휘청하던 청대나무 활과 제멋대로 날아다니던 참깻대 화살이 아니니, 마음만은 올림픽 선수 못지 않다. 선수들 흉내를 내듯 시위를 입술에까지 당기자니, 힘과 함께 긴장감도 높아진다. 교관들은 일일이 자세와 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세 발의 화살을 쏘고, 화살을 회수하고, 다시 쏘고 하다 보니, 주말 한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옆에 선 아내의 과녁을 볼 때마다 은근히 경쟁심이 솟으니, 한편 우습기도 하다.

옆 중급자 레인에서는 한층 더 먼 과녁을 두고 궁수들이 화살을 날리고 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과녁까지 과녁의 거리도 다양하다. 이 활터는 회원들만 이용하는 모의 사냥 활터도 갖추고 있다. 멧돼지, 토끼, 다람쥐 등 모의 과녁이 움직이기까지 한다고 한다. 주말 한나절을 활을 쏘며 보냈더니,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 옆 자리 아내를 보니, 활 가격을 검색하고 있다. 세상에,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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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의 종류

활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무기 중의 하나로 전쟁이나 수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현재는 스포츠 및 사냥의 용도로 쓰이고 있는데, 지역에 따라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현대의 활을 크게 구분하자면 활의 양쪽이 다시 뒤로 굽어진 '리커브(Recurve)', 올림픽 종목 등 경기용으로 많이 쓰인다. 선수용 활은 조준기와 안정감을 높여주는 스태빌라이저 등이 부착돼 있다. 이와는 달리 전통적인 형태가 한쪽으로 휘어진 '롱보우(LongBow)'가 있는데, 영화 주인공 로빈후드가 이 활을 쓰고 있다. 그리고 활 양쪽 끝에 도르레가 달려 있는 '컴파운드(Compound)'가 있는데, 정확도가 다른 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사거리도 멀다. 크기도 작아 주로 사냥용으로 쓰이지만 컴파운드 대회도 많이 열리고 있다. 이외에 한국의 전통 활인 국궁과 석궁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양궁, 이게 운동이 돼?

전국에는 유명 여배우 지나 데이비스를 비롯해서 동호인이 150만 명이 넘는다. 양궁은 일종의 '정신운동'이어서 스트레스가 심한 전문인이나 직장인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이다. 정신운동이라지만 왼팔과 오른팔을 계속해서 밀고 당겨야 하니 운동량도 적지 않다. 오른팔과 왼팔의 이,삼두박근은 물론 가슴의 흉근도 발달된다. 그에 따라 오십견 예방 등 건강증진 효과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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