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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그들이 ‘워킹’하기까지에 이어...

 “스스로 연구하고 개발하면 늙지 않고 살 수 있어요. 그 길을 가장 잘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패션쇼에요.”

할머니·할아버지 모델을 양성하고 있는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의 철학이다. 그녀의 주장을 가장 잘 뒷받침해주는 것은 회원들의 모습이다. 구 대표는 81살에 처음 합류해 지금은 91살이 된 A씨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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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니어라이프 교육관에서 모델들이 포즈를 연습하고 있다


A씨는 현재 국내 최고령 모델로 방송도 타고 뉴시니어라이프의 아이콘이 됐다. 아직도 인사를 할 때 벌떡 일어나서 한다는 그녀의 변화 과정은 실로 놀랍다고.

“처음엔 여기 정년이 85세였어요. 이분이 85세가 됐는데 그만 나오라고 하면 너무 섭섭해하실까봐 ‘정년을 90세로 늘릴까요?’라고 물었죠. 그때부터 표정이 엄청 밝아지시는 거예요. 올해는 내가 끝이구나 생각하고 슬펐다고요.”

그 후 다시 89세가 된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구 대표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우리 100세 모델에 한번 도전해볼까요?”라고 또 한 번 제안했고, A씨는 즉답 대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전해왔다. 4년 전 검진 결과보다 훨씬 몸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뼈도 튼튼해지고 골다공증은커녕 장에 있던 혹도 사라졌다.

A씨는 지금도 증손자뻘 되는 ‘애들’과 똑같이 연습하고 워킹하고 같은 무대 위에 오른다. “대표님, 저에겐 신경 쓰지 마세요. 전 제가 알아서 합니다. 내 운명이 다해서 어느 날 사고가 난다던지 갑자기 쓰러질 순 있겠지만, 그러진 않는 한 지금은 꿋꿋하게 해나갈 겁니다”라고 말하는 A씨는 제 2의 인생을 누구보다도 뜨겁게 살고 있다.

“10년 전과 거꾸로 된 거죠. 전 회원들에게 누군가 나에게 뭘 해준다는 걸 다 버리라고 말해요. 여러분들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줄 뿐이지 여기서 끝까지 가고 못 가고는 본인의 몫이라고요. 내가 남다르게 100세까지 걸어가고 싶다면 본인의 시간과 재정을 투자하라고요.”

“저 사람이 우리 엄마야?”

노인이 6cm 높이의 구두를 신고, 의상을 입고, 콘티에 맞춰 쇼를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구 대표의 가장 큰 기도제목은 패션쇼 무대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120회가 넘는 동안 단 한 번도 넘어진 적이 없다고 했다.

“어떤 분이 찾아와도 모델로 다 받아주나요?”라는 질문에 “당연하죠. 처음엔 가장 취약점이 많은 분을 치유해주는 걸로 무대 위에 세웠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는 분들 중 60%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픈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키가 140cm이거나 다리가 오자인 사람 등이 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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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니어라이프 교육관에서 모델들이 워킹을 연습하고 있다


“처음 상담전화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전 영화배우가 꿈이었어요’ ‘미스코리아가 나가고 싶었어요’라고들 하길래 어느 정도 버금가는 조건을 가지고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보면 백발백중 너무 아닌 거죠. (웃음) ‘거짓말을 해도 어느 정도지’라고 넘기던 차에 다시 생각해보니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망과 꿈은 자유더라고요. 자기 체형과 상관없이요.”

그녀에게 기억에 남는 패션쇼는 2005년 광주에서 열린 김대중컨벤션센터 오픈식이다. 복지관에서 65~80세 노인 중 30명을 뽑아 실버패션쇼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당일 갑자기 두 사람이 못하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발목에 문제가 생기고 없던 두통이 생겼다는 등 패션쇼에 대한 공포감에서 비롯된 증상이었다.

구 대표는 “두 분이 빠지면 30명이 다 쇼를 안할 겁니다. 진통제를 먹던 무슨 방법을 쓰던 간에 무조건 하세요”라고 했고 결국 쇼는 진행됐다. 그리고 두 명의 시니어는 그날 가장 멋진 베스트컷을 얻었다.

“가족들도 서울에서 월차내고 왔는데 ‘저 사람이 우리 엄마야?’라면서 놀라워하더라고요. 우리 엄마는 복지관 다니고, 살림하고, 아프다 말다 하는 사람이었는데 저렇게 멋진 사람으로 변해서 음악에 맞춰 워킹을 하니까 감동받은 거죠.” 실제로 시니어패션쇼는 자녀가 부모를 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하고, 가정의 화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또 한 번 기억에 남는 패션쇼는 최초로 노인의 변화를 봤던 경험이다. 당시 72세였던 B씨는 작은 키에 두건을 쓰고 다니는 고집 센 할머니였다. 자신은 카키색이 어울린다고 주장해 무대에서도 두건과 카키색 옷을 입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옷이 너무 없어서 집에 옷함을 가져와 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깜짝 놀랐죠. 뱀피로 만든 가죽바지가 있는 거예요. 이집트 여왕이 쓸 법한 두건도 있고요. 그때만 해도 그런 옷을 입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분이 속으로는 어마어마한 멋쟁이였던 거죠. 차마 입진 못하고 수집만 해왔던 거예요. ‘패션쇼에서 이걸 입읍시다!’라고 했어요.”

쇼는 성공적이었다. 키가 제일 작아 맨 앞에 내보냈는데 B씨가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고 구 대표는 눈물을 흘렸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라서 박수를 쳤어요.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냐면서요. 그 분의 표정에서 빛이 났어요. 이제야 자기 자신이 꿈꾼 그 세계를 맛본 거잖아요. 그런 변화를 보면서 패션이 얼마나 우리 자신을 얼마나 많이 바꿀 수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패션 디자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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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댄스,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버라이어티 패션쇼. 뉴시니어라이프 제공


뉴시니어라이프에 속한 남성 노인모델들의 변화도 있다. 지금은 90세가 넘은 C씨의 변화는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 C씨는 월남전에서 부상을 당해 여름에는 깨끗한 바지를 입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물이 바지에 튀어서 항상 더러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킹을 통해 척추가 반듯해졌고, 걸음걸이가 교정돼 이제는 흰색 바지도 입고 다닌다.

올해 최대 목표는 적자 안 나기

뉴시니어라이프는 현재 강남, 성북, 구로, 분당, 익산 등에 교육장소를 두고 운영한다. 회원 한 명이 한 달 내는 회비는 15만원. 워킹을 연습할만한 공간에 지불할 월세와 회원들의 회비를 놓고 보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건 당연하다.

“12년간 자비로 마이너스를 메워 왔어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엔 이런 프로그램이면 충분히 국가지원대상이 될 거라 봤어요. 하지만 모든 법은 옛날에 만들어진 게 그냥 내려오는 거예요. 선례가 있어야 혜택을 받는데 실버를 위한 프로그램은 우리가 처음이라 지원을 못 받아요.”

수익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기업 지원혜택도 받을 수 없다. “재무재표상에 적자가 안 나야 회사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해줄 텐데 뉴시니어라이프는 10년째 계속 적자니까 지원할 이유가 없는 거죠.”

다행히 최근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선정한 10대 사회적기업에 선정돼 약간의 지원을 받게 됐다. 그리고 오는 9월부터는 다시 옷을 제작해 판매할 예정이다. 흑자가 나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회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젠 이 프로그램을 지자체에서 맡게 하고,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가르칠 전문강사를 양육하려고요. 취미생활로 할 수 있는 부류와 전문모델로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부류 등으로 나눌 거예요. 이 시설에서는 전문교육을 하고 관광사업, 체험교육, 옷 판매 등을 할 계획입니다.”

구 대표는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전했다. 지난 7월 23일부터 5일 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로부터 정식 초청을 받아 다녀왔다는 것. 패션쇼가 노년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고 직접 보여주는 시간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이어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돼서 뉴시니어라이프에게 투자하는 기업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노인을 싫어하는 인식이 많다는 것이다. 긴 인터뷰를 마치며 구 대표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우리를 알아본 건 외국이 먼저였어요. 아직 국내에서는 뉴시니어라이프를 돈 많은 노인들이 자기 돈쓰고 이런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죠. 실버패션쇼가 많은 돈을 안 들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범국민운동처럼 되었으면 좋겠어요. 뉴시니어라이프가 노인들의 파라다이스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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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V 속 패션 읽기]나이 들어도 괜찮아, 노인을 위한 패션이 있으니까 [출처: 중앙일보] [TV 속 패션 읽기]나이 들어도 괜찮아, 노인을 위한 패션이 있으니까 file 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