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7aadf68d7b2b4d21b11c2c3da3cc1411.jpg


요즘 극장가에서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의 분투를 그린 ‘서치’가 화제이다. 지난달 29일 개봉 관객 수 3위로 출발했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며칠 전엔 추석맞이 대작을 밀어내고 1위까지 올랐다. 이렇게 처음엔 인기가 없다가 나중에 인기를 얻게 되는 경우를 요즘 말로 ‘역주행’한다고 한다. 

필기구 세계에도 이런 역주행이 있다. 1963년 일본의 펜텔사(社)는 펜 끝이 섬유질인 ‘사인펜’을 내놓았지만, 국내에선 인기를 얻지 못해 매출이 형편없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이듬해 열린 시카고 문구 국제박람회에 출품 배포된 것 중 하나가 미국 백악관 직원의 손에 들어갔고, 우연히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1908~1973)이 써보고 24타스를 주문, 이의 영향으로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이후 사인펜은 더 확산되어 이런 유형의 다른 회사의 것들도 ‘사인펜’으로 부르게 됐다. 상품명 사인펜이 일반 명사화될 만큼 크게 성공한다. 

약간 의미가 다르지만 필기구 세계에는 ‘늦깎이’도 있다. 늦깎이는 사전적 의미에서 나이가 꽤 들어 어떤 것을 시작하거나 성공한 사람을 뜻하는데, 몽블랑사(社) 149(1952년 출시)와 파이로트 캡리스(1963년 출시)가 바로 늦깎이 만년필이다. 공통점은 현재까지 생산되고 있는 장수 모델이며 출시되고 한참 지난 후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은 차이점이 있다. 몽블랑 149가 전통을 고수한 반면, 파이로트 캡리스 세태(世態)를 잘 따랐다는 점이다. 당시는 새로운 필기구인 볼펜의 등장으로 만년필 매출이 바닥을 치고 있던 시기였다. 만년필 제조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잉크병이 필요 없는 카트리지 방식을 선보이고, 펜의 크기도 휴대가 편하게 줄였다. 

fd121e4d891a49cc88c7e9e8ba51940a.jpg

뚜껑이 없는 파이로트 캡리스 만년필. 윗부분을 누르면 펜촉이 나오고 들어간다


그런데 몽블랑 149는 이 유행을 따르지 않았다. 엄지손톱만큼 큰 펜촉을 잉크병에 담가 잉크를 넣는 방식이었다. 펜의 크기는 뚱뚱하다고 표현될 만큼 컸다. 때문에 품질이 뛰어나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 사람들의 눈길은 적었다. 한편 파이로트 캡리스의 펜촉은 새끼손톱의 절반보다 작고 잉크를 넣는 방식 역시 탄창에 총알을 끼우듯 잉크가 충전되는 최신식 카트리지 방식이었다. 

여기에 캡리스(Capless)라는 이름이 캡이 없다는 뜻인 것처럼 볼펜처럼 뚜껑이 아예 없었다. 당시 유행하는 만년필의 유행과 볼펜의 장점까지 세태를 따라도 너무나 잘 따른 것이다. 이 캡리스는 성공했을까? 당시의 것은 밀폐가 좋지 않았고 내구가 떨어져 큰 인기는 끌 수 없었다. 결국 이 둘은 1950년대 파커51, 1960~1970년대엔 파커75의 인기에 밀려났다. 

그러던 중 1980년대 만년필이 부활하면서 사람들은 다시 큰 만년필을 원하게 됐다. 몽블랑 149보다 크고 아름다운 만년필은 없었다. 늦깎이 149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 다른 늦깎이인 캡리스 역시 1990년대 후반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몽블랑 149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149가 전통적 아름다움이 무기였다면, 캡리스는 수십 년간 밀폐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을 끊임없이 보완하여 믿을 만한 품질로 완성시킨 것이 늦깎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역주행이든 늦깎이이든 잘 만들어진 것은 언제고 반드시 빛나기 마련이란 점이다. 

[박종진 만년필연구소장 ( opinion@etoday.co.kr)] 

[이한상의 발굴 이야기] [48] 상자에 담긴 백제 금...

2006년 2월 14일, 임영진 관장이 이끄는 전남대박물관 조사단은 전남 고흥 길두리에서 시굴 조사를 시작했다. 임 관장은 오래전부터 길두리 안동고분(雁洞古墳)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분구(墳丘) 정상에 드러난 덮개돌로 ...

Nugurado, 조회 수 499

[이한상의 발굴 이야기] [47] 겉흙 아래 숨어 있던...

검, 덕천리 16호묘, 국립김해박물관 1992년 10월 20일, 유장근 경남대박물관장을 비롯한 조사단은 경남 창원 동면 덕천리에서 발굴을 시작했다. 그곳에 건설 예정이던 육군종합정비창 터에서 지석묘(支石墓)가 확인됐기 때문이...

Nugurado, 조회 수 512

[유라시아 문명 기행 2000㎞] 그곳에, 우리와 닮은...

▲ 파미르고원은 카라코룸, 힌두쿠시, 히말라야산맥 등이 지나 해발 5000m가 넘는 고봉이 즐비하다. 인도 불교가 파미르를 넘어 중국에 전해졌고 고선지 장군은 고구려 병사를 거느리고 이곳을 넘기도 했다. photo 석하사진문화...

Nugurado, 조회 수 555

[남궁 덕 칼럼]“이번만은 다르다”는 ‘오만 별곡’을...

10년 전 美서 잇단 경고음 나왔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며 주택대출 ‘오버’ 버블 터지면서 글로벌금융위기 발발 韓, 경제지표 왜곡하면 재앙 올수도 10년 전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하면서 설마 했던 글...

Nugurado, 조회 수 548

[삶과 문화] 당신도 박항서가 될 수 있다

박항서 감독! 그를 보면 열광해야 한다. 쏜살같은 50대 후반, 대부분 패배자가 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전문성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와 가족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생존율 15%이하인 생계형 자영업을 택...

Nugurado, 조회 수 468

덩샤오핑의 내려놓음

어려운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용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 당사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야심차게 결정한 서울 방문이 소기의 목적을 이룰지는 그의 행동에 달려있다. 김 ...

Nugurado, 조회 수 536

[박종진의 만년필 이야기] 25. 역주행과 늦깎이

요즘 극장가에서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의 분투를 그린 ‘서치’가 화제이다. 지난달 29일 개봉 관객 수 3위로 출발했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며칠 전엔 추석맞이 대작을 밀어내고 1위까지 올랐다. 이렇게 처음엔 인기가 없...

Nugurado, 조회 수 918

성씨의 고향 - 광산김씨 Preview

현대화 도시화 물결에 퇴락해가는 한국의 종가들을 사계 김장생의 후손 김길중씨 종택을 통해 보여주며 광산김씨의 뿌리찾기여행을 시작한다. 우선 광산의 신라왕자 김흥광 유허비, 평장동 비석, 비봉포란형 단소를 답사하며 ...

Nugurado, 조회 수 555

美·日 `왕진`시장 키우는데…韓은 방치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급증하는 데다 핵가족화로 돌볼 가족도 없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왕진(往診)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왕진 서비...

Nugurado, 조회 수 615

‘우리민족끼리’ 구호에 숨은 함정

이춘근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같은 핏줄 vs 같은 생각 무엇이 더 중한가? ▲ 2015년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청년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횃불 퍼포먼스가 열렸다. 횃불 공연 참석...

Nugurado, 조회 수 551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의 꿈> 주석의 중...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길을 마오쩌둥의 방식으로 간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면서도 강력한 사회통제를 단행하고 있다." (Zhao, S., 2016, "Xi Jinping’s Maoist Revival") 중국은, 국가는 강하고 사회는 약하다. 도시는 유럽...

Nugurado, 조회 수 439

덕후(德厚)시대

구한말 고종 때의 일이다. 제중원 앞마당에서 선교사와 공관원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도 고종이 보셨다. 염천의 더위속에서 공을 주고 받으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시더니 마침내 딱하다는 듯 고종께서 한 말...

Nugurado, 조회 수 554

북가주 또 산불… 프리웨이 덮쳐

지난달 대형산불로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난 북가주 레딩에서 또 큰 산불이 발화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델타 파이어로 명명된 이번 산불은 지난 5일 발화돼 밤새 1만5,000여 에이커를 태우고 확산되면서 5번 프리웨이...

Nugurado, 조회 수 568

둘만 남은 조용한 부부 졸혼 가능성 커

박혜은의 님과 남(17)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집은 더 세지고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줄어들지 않았는가 돌아봅니다. 그런데 그 노력을 가장 덜 하게 되는 공간이 혹시 가정, 그 ...

Nugurado, 조회 수 553

'사랑해'라는 말의 가치는 3억3000만원

박혜은의 님과 남(22) 가정의 달인 5월, 가장 가까운 가족인 아내와 남편은 챙기셨나요?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을 지나 21일 부부의 날까지 가족을 챙기자는 날들이 5월에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와 ...

Nugurado, 조회 수 576

마눌의 본성은 삼식이를 미워하지 않았다

강인춘의 마눌님! 마눌님!(49) [일러스트 강인춘] 삼식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마눌이 겉으로만 미워하는 척하는 거야. 마음속 깊은 곳에선 아직도 너에 대한 사랑은 지워지지 않았단다. 겁나니? 자! 웃어봐. 아직도 내 말을 ...

Nugurado, 조회 수 559

박정희 대통령과 M16의 비화 / 신의한수

박정희 대통령과 M16의 비화 / 신의한수

Nugurado, 조회 수 471

구겨진 슈트, 샤워 후 욕실에 걸어놓으면 펴져

양현석의 반 발짝 패션(11) 출장은 업무의 연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옷의 선택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업무로 출장 가야 할 일이 생긴다. 비즈니스 출장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출장의 ...

Nugurado, 조회 수 588

임종 지켜줄 사람, 당신은 몇명이나 있나요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5) 말기 암 판정을 받은 80대 노인이 시립 동부병원에서 생전 장례식을 치렀다. 조문객으로 초청받은 지인들은 노인과 추억을 나누고 노인이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헤어질 때 일일이 포옹을 나누...

Nugurado, 조회 수 635

장자가 부인 죽자 바가지 두들기며 노래 부른 까닭...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3)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으면 삶을 사느라고 그리 애를 쓰지 않아도 되리라.[사진 pixabay] 돈을 모으고 친구를 사귀는 일상의 일이 어쩌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언젠가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

Nugurado, 조회 수 1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