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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G7 정상회의 하루만 하고 떠나
참가 앞서 "러시아도 없는 모임" 격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장에 도착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부와 인사하고 있다. [AP]
8일 캐나다에서 개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미국과 G6 정상 간에 치열한 설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힘빼기' 전략에 G6 정상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G7 정상회의는 8~9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 여성 권리 증진에 관한 회의를 마친 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떠난다. 나머지 G7 회의는 백악관 보좌관이 대신 참석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오전 퀘벡을 떠나면서 기후 변화, 청정 에너지 같은 의제를 다루는 회의는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G6 정상들끼리만 논의하게 되고 정상회담 말미 기자회견과 단체 사진도 G6 정상들만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럽연합(EU)과 캐나다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후 이에 강력 반발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번 G7 정상회의를 별러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7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의 무역정책을 새로운 패권주의 위협으로 묘사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G7의 다른 국가들이 이에 맞서 공동 전선을 취할 것을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파리기후협약과 이란핵협정 탈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예고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첫날 열린 경제 관련 회의에서 캐나다와 프랑스가 미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비금융 장벽을 만들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오랜 불공정 무역 관행을 시정하라고 주장한 뒤 회담장을 일찍 떠나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는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G7) 회의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G6 정상들을 어이없게 했다.
러시아는 G7의 전신인 'G8 회의'에 참석해 왔지만 지난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및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반군세력 지원 때문에 협의체에서 쫓겨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우리가 러시아의 참여 없이 이 모임을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여러분 마음에 들 든 들지 않든 이는(러시아 없는 G7 회담은) 정치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미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으면 주요 나라 정상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당장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는데 압권은 정작 러시아가 G8 복귀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에 이 기구(G7)의 중요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최근 변화하는 정치·경제 상황에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협의체의 의미와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G7 복귀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G7 정상회의는 시작도 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힘빼기'와 러시아의 '맞장구'에 영향력 없는 김빠진 회의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