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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22)
전직 지원 전문가인 김성호(56)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82학번이다. 최근 대학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가 중장년 반퇴자의 현실을 몸으로 느꼈다. 모두 9명의 동기가 참석했는데, 현직에 있는 친구는 3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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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친구들도 퇴직 전에는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인재였다. 6년 동안 대기업에서 구매 담당 상무로 재직했던 친구, 모 전자회사에서 부장으로 퇴직한 친구, 모 시중은행 지점장을 역임한 친구 등. 그런데 아쉬웠던 것은 이 당당했던 친구들이 퇴직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중장년 채용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년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퇴직한 친구들이 김 씨에게 본인들의 진로에 대해 물어왔다. 가지고 있는 기술이 뭐냐고 물어보니 한 친구가 ‘마케팅 전문가’라고 대답한다. 마케팅은 지식이지 기술이 아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친구들에게 특별한 자격증이 있을 수 없었고, 공대 출신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그 흔한 기사 2급 자격증을 가진 친구들도 드물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80년대 말에는 워낙 취업이 잘 되었기에 굳이 자격증을 취득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가진 자격증을 알아보니 ‘운전 면허증’ 하나밖에 없었다. 


자격증이라곤 운전면허증뿐인 김 씨 친구들
운전면허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을 살펴봤다. “너 대리운전 할 수 있겠니?”라는 김 씨 질문에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떡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법인택시운전은 할 수 있겠니?”라는 질문에는 “서울 지리도 잘 모르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택배 기사는 할 수 있겠니?”라는 질문에는 한참을 생각만 하고 대답이 없다. 

김 씨는 친구들에게 “너희들이 앞서 말한 세 가지 업무 중의 하나라도 6개월 이상 일해 본 다음에 나하고 이야기하자”라고 말했다. 지금 상태에서는 친구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해도 현실적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업과 관련해서 세간에는 ‘청년 취업은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기보다 어렵고, 중장년의 재취업은 고래가 바늘귀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돈다. 청년이건 중장년 반퇴자건 그만큼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이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반퇴자와 중장년을 채용하는 기업의 눈높이엔 커다란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반퇴자와 중장년을 채용하는 기업의 눈높이 차이. [그래픽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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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근로자 자질 ‘회사 충성심’
중장년의 전직지원연구방안에 관한 한 논문에 따르면 고용주와 중장년 반퇴 근로자 사이의 가장 큰 생각의 차이는 ‘동료와의 좋은 관계’에서 나타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두 번째로 중요한 자질인데 근로자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자질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고용주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하지 않은 자질인데, 중장년 반퇴세대 근로자에게서 가장 필요한 자질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중장년 반퇴세대 구직자와 고용주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에서 분명한 눈높이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중장년 반퇴 구직자가 보완해야 한다. 


구직 활동중인 중장년 구직자의 34.4%가 경영 및 사무직군에 근무하기를 희망한다. [그래픽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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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는 2015년 전경련에서 조사한 구직활동을 하는 중장년 구직자의 재취업에 대한 인식조사다. 구직활동 중인 중장년 구직자의 34.4%가 경영·사무직군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 아마도 이 수치는 중장년 구직자가 전에 하던 업무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2016년에 전경련에서 중소·중견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중견기업 채용계획 및 중장년 채용인식 실태조사’를 보면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기업에서 채용을 희망하는 직종에는 사무관리직은 14.9%인 반면, 연구 기술직은 30.5%로 나타났다. [그래픽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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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관리직을 채용하려는 비율은 14.9%에 불과하고 ‘연구·기술직’ 30.5%, ‘생산·품질관리직’ 27.9%, ‘영업·마케팅 직’ 18.4% 등 76.8%가 기업역량 강화와 경영성과 개선과 관련한 직종의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채용 꺼리는 분야에 몰리는 중년 구직자들
많은 중장년 구직자가 사무직 등 기업이 채용을 고려하지 않는 분야에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무직보다는 기술직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점을 인식하고, 필요하면 관련된 기술을 습득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퇴직 당시 연봉 대비 희망 연봉 비율에 대해 70%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 구직자 중 절반 이상이다. [그래픽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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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퇴직 당시 연봉 대비 희망 연봉 비율에 대해 100%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응답이 9.4%였으며, 적어도 70% 이상을 원한다는 응답이 52.2%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퇴직 당시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었다. 생각해 보자. 중장년 구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4900만원의 연봉을 희망하는데, 대한민국에서 변변한 기술 없는 50대 중반 아저씨에게 4900만원의 연봉을 지불할 회사가 얼마나 될까.



실제로 기업에서 중장년 구직자가 아닌 경력 사원에게 지불하려는 연봉 수준은 3000만원이 가장 높았다. [그래픽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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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업에서 중장년 구직자가 아닌 경력 사원에게 지불하려는 연봉 수준은 3000만원이 45.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2000만원 내외를 지불하겠다는 응답도 14.5%로 나타났다. 

앞의 사례로 돌아가서 변변한 기술이 없는 50대 중반 아저씨인 김 씨 동기들의 적정 몸값은 퇴직 전과 비교해서 얼마 정도면 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매우 갑갑해진다. 아마도 퇴직 전 연봉이 7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20%인 1400만원 정도가 적정 연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 월 117만원 정도다. 현실적으로는 이 정도 일자리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일 김 씨 동기들이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좋은 조건의 일자리 제안이 들어와도 그 일자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놓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2~3년이 지난 후에야 현실을 느끼게 될지 모른다. 전에 제안받은 조건이 얼마나 좋은 조건이었는지를 느끼면서 후회할 것이다. 중장년 반퇴자가 성공적인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본인의 생각 사이에 나타나는 간격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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