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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비핵화 내부 설득용” 보도
말단 간부 동요 막으려 교육 때 상영
2011년 12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아버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을 참배한 후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한 남자가 해변에서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그 위에 이런 내용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강성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개혁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고 계신다.”
영상에 등장한 남성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30일 탈북한 전 노동당 간부의 말을 인용, 북한 당국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작해 이를 말단 당 간부 교육에서 상영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와 인터뷰한 전 노동당 간부가 북한 내부 인물에게서 들은 소식이다.
북한에서 신 같은 존재인 최고지도자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핵 폐기’의 필요성을 내부에 호소하고, 동요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영상은 지난 4월 노동당 지방 조직이나 국영기업에 속한 말단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상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성심이 높은 당 중앙의 엘리트가 아닌, 지역 말단 간부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작된 영상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눈물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에게 눈물까지 흘리게 해 버렸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고, 경제 개혁이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김정은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고 이 간부는 설명했다. 북한은 그동안 국영 언론을 통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이뤄진 핵 억지력이 ‘민족 수호의 검’이라고 반복해 선전해 왔다. 따라서 핵을 폐기한다는 것은 이 같은 선전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이번 영상은 북한 당국이 이런 정책 전환 속에서도 “동요하지 말고 (김정은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