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은의 님과 남(1)
눈맞춤의 중요성 여러 실험 통해 입증
출근길 남편과 1분간 눈빛 교환을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편집자>
40~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소통과 스피치에 관해 강의를 진행하면서 꼭 한 번씩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주말에 아내 혹은 남편과 30분 이상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까?" 간혹 자신 있게 두서너 분이 손을 들긴 합니다만 대개 실소를 터트리곤 합니다. 부부 사이에 30분이나 눈을 맞출 일이 뭐가 있겠냐는 반응인 거죠. 시간을 줄이면 좀 낫겠지 싶어 “10분 정도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시는 분?" 하고 물어보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사진 freeqration]
과거로 돌아가 연애를 처음 시작하던 때는 지금보단 나았겠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관계도, 상황도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서로가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시간도 급격히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물론 대화는 하겠지만 다른 일을 함께하며 서로의 말을 귀와 입으로만 나누고 있지는 않을까요?
TV에서 이혼의 위기에 닥친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 프로그램들이 종종 방영되곤 합니다. 하루는 상담전문가가 여러 쌍의 부부를 불러 놓고 서로 마주 보라고 부탁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걸 무척이나 어색해 했습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겨우 눈을 마주치는데 성공하지만 이내 정적이 흐릅니다. 그러다 한 분이 눈물을 먼저 툭 떨어뜨립니다. 그리곤 거의 예외 없이 나머지 한 분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 채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저 눈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부부는 그 시간을 통해 그간 나누지 못한 진짜 대화를 나눈 셈입니다.
정면 응시하는 얼굴에 더 매력 느껴
얼마 전, 결혼 발표한 송혜교&송중기 커플
눈맞춤에 관한 여러 실험도 서로가 눈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줍니다.
2001년 영국의 연구진은 남녀 8명에게 40명의 남녀 사진을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사진 속 사람들의 시선은 정면을 향하거나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사진 속 사람들 중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 즉,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름답지만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않는 사람보다 아름다움은 덜할지라도 눈이 마주치는 사람의 사진을 보았을 때, 매력을 느낄 뿐 아니라 뇌 속 쾌감중추가 자극받아 도파민 수치가 높아졌습니다.
1989년 미국의 심리학자 캘러먼과 루이스의 유명한 실험도 종종 회자됩니다.
그는 생면부지의 남녀 48명을 모아 낭만적인 실험 하나를 진행합니다.
한 그룹에게는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는 대신 다른 그룹에는 2분간 상대방의 눈을 바라볼 것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2분 후 특별한 지시가 없던 그룹에 비해 상대방의 눈을 바라본 그룹은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설레였어요" “가까이서 보니 눈이 참 예쁘시더라구요". 단 2분의 눈맞춤 만으로도 호감도가 상승했던 거죠. 이 실험을 통해 연구자는 상대방의 혈관에 사랑의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을 솟구치게 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대화의 85%이상을 눈맞춤으로 하는 것이라고 전합니다.
사랑의 호르몬 ‘페니에틸아민’ 나오게 하려면
[사진 MBC '나혼자산다' 강신주]
TV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에서 철학자 강신주는 식사와 사료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는가의 차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함께 앉아 밥을 먹지만 때때로 식사가 아닌 그저 사료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침 출근 길 잘 다녀오라는 말뿐인 인사 말고 눈을 바라봐 주세요. 퇴근 길 오늘도 고생했다는 상투적인 인사에 눈빛을 더해주세요. 서로를 위해 잠시 1분만 내어 바라봐주세요. 그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