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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의 님과 남(3)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편집자>
칭찬, 함께 있기, 선물, 봉사, 스킨십
나만의 언어 고집하면 불필요한 갈등만
[사진 픽사베이 캡처]
이상 함께한 부부'의 이혼 비중이 30.4%라고 합니다. 2011년 까지는 결혼 지속기간 4년 이하인 부부의 이혼 비중이 가장 컸던 반면, 황혼이혼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하지요.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단어가 된 황혼이혼. 1990년대 초 일본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 무렵, 퇴직한 남편이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내용이 보도되며 유행처럼 등장한 단어였습니다.
'결혼 후 딱 3년’이란 말을 많이 듣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서로가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부부간 사랑의 지속기간이 딱 3년이라는 겁니다. 이 기간이 지나 자녀가 생기고 육아와 사회생활 등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부부는 처음처럼 다시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날들이 많아집니다. 결혼 후 3년의 설렘은 언제냐는 듯이 기억조차 사라지고, 황혼이혼의 주인공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소통을 위한 서로 간의 노력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간입니다.
짬뽕을 좋아하세요? 아니면 짜장면을 좋아하세요? 갓 담근 김치를 좋아하세요? 아니면 잘 익은 김치를 좋아하세요? 여름이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로 드세요? 아님 날씨와 상관없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즐겨 드시나요? 우리는 간단한 메뉴 하나를 선택할때도 상대방의 생각을 묻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서로 간의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의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곤 하죠.
외국에 나갈 때는 어떤 걸 준비하나요? 떠나게 될 그 나라의 기본적인 언어를 몇가지 정도 외워가려 노력하지 않은가요?
그 노력에는 나의 편함을 위함도 있겠지만 나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를 위한 최소한 노력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겁니다.
관계 유지에 필요한 '의지적 노력'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정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아내와 남편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서로가 말하는 사랑의 모습은 같은 모양일까요?
부부상담에 관한 세계적인 상담 전문가 '게리 채프먼(Gary Chapman)'은 20년간 수 많은 커플을 상담한 경험으로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영어판만 500만부에 36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읽히고 있는 책이니, 읽어보지 않았어도 제목은 한번 쯤 접해본 분도 많을 듯 합니다.
그가 연구한 '5가지 사랑의 언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정하는 말: 행동보다 말을 중요시 여기며 상대의 자발적 칭찬에 감동합니다
2. 함께하는 시간: 본인을 위해 온전히 집중해 주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3. 선물: 가격과 양이 아닌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상징적인 선물을 통해 사랑을 확인합니다.
4. 봉사: 상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을 사랑의 전달이라 여깁니다.
5. 스킨십(신체적인 접촉): 포옹, 등 두드리기, 손잡기 등 신체 접촉을 통한 감정 표현을 좋아합니다.
게리 채프먼이 자신의 책 '5가지 사랑의 언어'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 UsAFE]
물론 모두가 한 가지 언어 만을 사용하진 않습니다. 여러가지 표현 방식 가운데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1의 언어'가 다름에서 오류가 생기는 거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 나만의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기에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 겁니다. 한국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국말만 하며 왜 내 말을 못 알아 듣냐고 화를 내는 격입니다.
그렇게 나만의 언어로 말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 사랑의 표현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의 노력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길어지면 상대를 향한 노력을 멈추게 되죠.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가 받아주지 않았다고 화살을 상대방에게 돌리면서 말이죠.
먼저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고 상대방에게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때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내 배우자가 어떤 사랑의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지 알고 그 사람의 언어로 노력해 준다면 서로의 관계는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가 가진 다른 언어를 이해하고 상대가 알아듣는 언어를 사용해 보는 겁니다.
게리 채프먼은 말합니다. The key to the rebirth of there marriage was discovering each other’s primary love language and choosing to speak it frequently.
That kind of love requires effort discipline.
결혼생활을 다시 새롭게 하는 열쇠는 서로의 사랑의 언어를 발견하고 그 언어로 자주 표현해 주는 것이다. 그런 사랑에는 '수고와 훈련'이 필요하다.
사랑은 영원한가요?
[사진 Pixabay]
평생 가슴이 설렌다는 분도 계시긴 하지만,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처럼 평생 가슴이 뛴다면 온통 그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일상생활이 제대로 될까 싶습니다. 일시적으로 고조된 감정의 상태를 평생 가지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수고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우린 모르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자꾸 내 중심으로 돌아가 깜빡깜빡하는 거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책으로도 발간된 하바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제임스 라이언'교수의 마지막 강의 <당신의 삶을 바꾸는 5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그는 4번째 질문으로 “How can I help?”를 말합니다. 그냥 "Can I help you?”가 아닌 'HOW'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도와줄까는 지극히 상대방의 관점에서의 질문입니다. 나의 기준에서의 도움이 아니라 도움의 방향에 대해 상대방에게 겸손하게 묻는 겁니다. 좋은 관계의 기본인 셈이죠.
나의 기준과 나의 방법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긴 시간을 돌아 다시 둘이 된 나와 상대, 서로를 위해 더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충분히 가지고 있는 나의 마음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해 주세요.
사랑의 언어는 책이나 인터넷상에 공유되어 있는 간단한 설문내용을 통해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