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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은의 님과 남(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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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일정이 있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설거지할 그릇이며 책상 위가 엉망입니다. 그래도 세탁기에 넣어 두었던 빨랫감들은 가지런히 빨래대위에 널려 있습니다. 머리로는 빨래를 해줘 고맙다는 마음도 들지만, 입으로는 "집이 이게 뭐야?" 라는 퉁명스런 표현이 먼저 나와 버립니다. 어쩌면 빨래 정도 하는 건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긍정의 말:부정의 말 비율, 1:0.8 이하면 관계 악화
하루 30분 운동보다 5분 기분 좋은 말이 건강에 더 좋아
 
퇴근하고, 혹은 외출 후 집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 집에 머물고 있던 아내나 남편에게 내가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나 행동은 어떤 건가요? 결혼 전 지금의 배우자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단어를 상대에게 전달했었는지 기억하고 계시는가요? 그 설렘의 시간도 잠시, 결혼해 아이를 낳고 소위 말하는 권태기의 시기도 지나고 나면 부부는 무덤덤해지는 시기가 옵니다. 서로를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로 달리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50대 중·후반에 들어서면 남자는 대게 직장에서 자의든, 타의든 정년을 준비하게 되죠. 열정을 바쳤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서서히 은퇴를 준비합니다. 여성은 대개 자녀를 양육하고 결혼을 시켜 자신을 위한 시간이 늘어납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라면 남편과 비슷하게 은퇴를 준비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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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하면 자유시간이 늘어난다. [사진 Pixabay]

 
은퇴하면 남편이나 아내 모두 자유 시간이 늘어납니다. 서로 마주치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시기이죠. 그 시기는 서로가 무덤덤해지는 시기와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다 성장해 출가해 조용한 집안, 아내와 남편만이 함께 있는 걸 생각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두 사람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요?
 
 
이혼확률 예측하는 '가트맨 비율’
 
가족치료에 있어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전문가인 존 가트맨 박사는 "어느 부부의 대화를 15분 정도만 지켜봐도 앞으로 이혼할지, 그렇지 않을지 90%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40여년간 3600쌍의 부부를 살펴보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서로 주고받는 ‘말’에 있었다고 합니다.
 
안정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부부의 경우 서로에게 전하는 긍정의 말 대비 부정의 말의 비율이 평균 5 대 1이었습니다. 금실이 좋은 부부는 이 비율이 20 대 1로 더 큰 차이를 보입니다. 반면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비율이 1 대 0.8에 그쳤습니다. 이를 ‘가트맨 비율(the Gattman ratio)’이라고 부릅니다. 가트맨 비율이 1.25 대 1에 가까워지면 이혼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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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이 좋은 부부는 서로에게 전하는 긍정의 말 대비 부정의 말 비율이 20:1 이다. [사진 smartimages]


 부부가 나누고 있는 부정적인 의사소통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와 나의 상대를 생각해보면 우리 대화의 패턴은 어떤가요? 부부간에 가장 부정적인 의사소통 방식으로 비난, 방어(변명), 경멸(무시), 담쌓기(도피)를 꼽습니다. 가트맨의 연구에서도 역시 이 네 가지 유형의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부부 중 94%가 이혼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죠.
이러한 의사소통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부부관계를 떨어뜨리게 합니다. 부부간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지름길인 셈이죠.
 
은퇴 후 준비 없이 주어진 너무도 긴 상대와의 시간!! 다시금 나와 상대를 돌아보고 서로를 위한 의사소통을 시작해 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비난의 표현을 자주 하는 경우라면 직접적 표현이 아니라 간접적 표현을 쓰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I-Message’가 이러한 경우입니다. 
 
가장 먼저 '너’ 혹은 ‘당신' 으로 시작하는 대화가 아니라 ‘나'혹은 ‘우리’라는 단어로 대화를 시작하려고 해보세요. 상황과 상대에 대한 나의 평가가 아니라 상황에 대한 내 느낌과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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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이나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말은 상대를 비난하는 표현으로 가게 된다


 ‘너는~'이나 ‘당신은~' 으로 말을 시작하면 대게 상대를 비난하는 표현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항상, 한번도, 매번, 절대로...' 등의 단호한 단어를 같이 사용하곤 합니다.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이 상황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을지 몰라도 말을 듣는 상대는 오히려 개선의 의지보다 좋아지려 하는 의지를 접게 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확률이 높다고 하지요.
 
 '당신' 대신 '우리'라는 표현을  
 
대게 타인으로부터 나를 비난하거나 힐난하는 말을 듣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움츠려 듭니다. 비난으로부터 나를 방어하게 되죠. 사회생활과 달리 부부나 가족의 경우 대게 내 마음이 불편한 순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바로 돌진하는 차가 됩니다. 
 
‘내가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너때문에~’라는 울먹임의 말이나, ‘그러는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냐’는 말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일, 상대의 가족들까지 들먹이면 상황은 점점 꼬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괴롭힐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경멸입니다. 언제나 상대의 부정적인 면만을 들여다보며 ‘니가 그렇지…’라는 투의 말을 이어갑니다. 말의 내용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대화를 나눌 때의 억양, 음성, 눈빛, 자세, 표정은 상대에게 더 크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함께 전해지는 이미지는 더 큰 상처로 다가갑니다. 그러다 결국 함께 있어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담쌓기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가 길어지면 자연스레 이혼은 서로에게 다가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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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담쌓기가 시작된다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아이들은 다 성장해 조용한 집안, 아내와 남편만이 함께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두 사람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요? 
 
가트맨 박사의 연구 결론은 ‘말과 행동을 바꾸게되면 부부 관계가 개선되고 결혼생활의 행복도도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관계의 진리’이지요. 감정소통 전문가 최성애 박사는 하루 30분의 운동보다 배우자와 5분이라도 기분좋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몸에 더 좋다고 조언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문제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행복의 비결은 문제가 아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있습니다. 부부 사이라면 더욱이 그러합니다. 어쩌면 나는 둘 사이의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있는 너’의 시각으로 아내나 남편을 바라보지는 않았을까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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