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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의 님과 남(7)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노부부가 손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진 stocksnap]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인상 깊은 장면들 가운데 하나가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모습입니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로 돌아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손을 잡고 걷는 중년 이상의 남녀를 보면 농담 반 진담 반 “부부는 아닐 거야~~!!”라고 말합니다. 혹은 스킨십을 시도하는 아내나 남편에게 “부부끼리 이러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눌 수 있는 아름다움의 순간, 스킨십이 어느 순간 일그러진 욕망과 결부되는 단어쯤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부부일수록 스킨십에 무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에서의 은퇴 시기쯤 되면 부부가 함께하지 않고 각자의 침대 혹은 각자의 방에서 잠을 청하는 부부도 많다고 하지요.
사랑의 또 다른 언어인 스킨십, 내 아내나 남편과의 스킨십은 어떤가요? 출퇴근하며 포옹하기, 대화 나누며 손 만지기, 수고하는 상대에게 토닥토닥 엉덩이 두드려 주기, 뒤에서 안아주기, 혹은 입에 붙은 밥풀 떼어주기….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스킨십의 순간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부가 일상에 익숙해져 시간이 흐르다 보면 서로의 손이 스치는 것조차 어색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고 고백합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일수록 스킨십에 무뎌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 smartimages]
미국 고아 vs 멕시코 고아
‘마라스무스'라는 병이 있습니다. 마라스무스(Marasmus)는 희랍어로 명확한 의학상의 이유 없이 시들 다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감옥이나 거리에서 태어나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미국의 한 병원 의사들이 이들이 안타까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 자란 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아졌는데, 뚜렷한 원인을 찾아낼 수 없어 ‘마라스무스 병’이라 칭하게 되었습니다.
이 병원의 의사였던 ‘르네 스피츠 박사’가 사망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던 중 멕시코 휴양지 근처 보육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병원이 제공하는 최고의 환경과는 터무니없이 다른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죠.
의문을 가지고 몇 달간 관찰한 박사는 그 이유가 ‘이웃 마을 여자들의 따듯한 보살핌’이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매일같이 보육원을 방문한 그녀들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같이 놀아주는 겁니다. 스피츠 박사는 미국 병원으로 돌아와 8명에 한 명 이었던 보모를 4명당 한명꼴로 늘이며 피부접촉 또한 늘리게 했더니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자랐다고 합니다.
몸을 쓰다듬어 주고 등과 가슴을 마사지해주면 아이는 편안함과 함께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사진제공=궁중비책]
이러한 연구과정을 스피츠 박사는 책으로 담아냅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접촉을 한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났다. 그러나 유모차에서 피부접촉 없이 자란 아이들은 점점 기력이 약해졌고 결핍증 때문에 죽어갔다.”
병원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 배가 아픈 아이를 눕혀두고 ‘엄마 손은 약손’하며 살살 만져주면 보채다가 저도 모르게 스르륵 잠드는 아이의 모습을 기억할 겁니다. 그냥 말뿐이 아니라 아이의 배를 만져주는 그 손이 실제 약손이었던 셈입니다.
스킨십은 서로가 만지는 행위 이상의 것을 가지고 옵니다. 다 자란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간에도 자주 만져주고 안아주는 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정서적 만족감 또한 커지게 됩니다.
올해 5·18 기념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유가족을 안아준 일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포옹이라는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상처를 안아준다는 의미가 함께 전달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도 부부소통법의 첫번째로 ‘만져라’ 라고 말합니다. 접촉은 가장 원초적인 소통의 형태이며, 소통이 안되는 이유가 터치의 결핍에서 온다고 주장합니다. 부부지간은 물론 부모와 자식간, 서로가 오해받지 않을 상대라면 말보다는 악수를 하거나 허그 등의 접촉을 통해 친숙함을 표현하는 것이 효과가 큽니다.
청춘을 깨우는 '막공나만'
한국노인상담센터장 이호선 교수(숭실 사이버대학교)는 청춘을 깨우는 방법으로 ‘막공나만’을 이야기합니다.
첫번째 ‘막'은 ‘막자’입니다. 건강검진과 몸에 맞는 운동을 통해 질병을 막자는 거죠.
두번째 ‘공'은 ‘공부하자’, 특히 배우자를 알자는 것이 먼저입니다. 누구보다 내가 더 잘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장생활하랴 애들키우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정말 둘만이 남았을 때, 내 옆의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속았네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관찰하고 물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영역에 나를 집어 넣는 노력도 해보라고 권합니다.
세번째 ‘나'는 ‘나가자’를 의미합니다. 나이가 들면 움직이기 귀찮아지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활동량이 줄며 우울감이 증가하죠. 내 옆의 상대에게 짜증을 내기 쉬워집니다. 먼저 몸을 움직여야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고 행복감이 올라가게 됩니다. 하루에 1km를 걸으면 우리의 행복감이 세배가 증가한다고 하니 안 할 이유가 없겠죠?
접촉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친밀도 차이는 8배다. [사진 smartimages]
마지막으로 ‘막공나만’의 ‘만’은 바로 ‘만져라’ 입니다. 접촉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과의 사이에는 친밀도가 8배가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만지라고 하면 괜스레 어딜 만지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손을 잡고 악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손을 꼭 잡거나 마음이 전달될 만큼 꼭 안아주며 전하는 ‘사랑해!!’의 느낌은 상대방에게 더 크게 전달되지 않을까요? 미안함이나 사과의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보는 사과는 더 큰 깊이로 전해집니다.
신체적인 안아주기가 포옹이라면 말로 안아주는 것은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는 공감의 표현일 수 있을겁니다. 몸으로 맘으로 서로를 안아주기!!! "가족끼리 왜이래~!" 하는 부부가 나의 이야기였다면, 내 아내와 내 남편의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걷기, 동네를 걸으며 내 이야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는거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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