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박혜은의 님과 남(17)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집은 더 세지고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줄어들지 않았는가 돌아봅니다. 그런데 그 노력을 가장 덜 하게 되는 공간이 혹시 가정, 그 안에서도 아내와 남편의 사이는 아닌가요?
 

236EC133565658C02E.gif

은퇴연령 부부들은 30, 40년 함께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던 매니저 같은 시절이 끝나고 처음처럼 다시 둘만 남는 시기가 부부에게 찾아옵니다. 할 말은 없고 고요한 집이 적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화 좀 해볼까 싶어도 ‘하하, 호호 죽이 짝짝 맞는’ 순간보다 뭔가 자꾸만 어긋나는 느낌입니다. 몇십 년을 같이 살아 익숙한 사람임은 분명한데 공감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박임진 한국교육심리연구소 소장은 한 은퇴설계콘서트에서 은퇴연령의 부부들을 상담해 보니 30, 40년 같이 살아왔음에도 서로를 너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전합니다. 모든 부부에게 해당하겠지만, 특히나 은퇴 연령대의 부부에게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대화가 아닌 서로 간의 ‘공감의 대화’의 자리가 중요합니다. 
 
 
은퇴 부부엔 ‘공감의 대화’ 중요 

aad0ec86-0acb-452d-805f-40c4e6306fa9(1).jpg

마음읽기-공감과 이해의 심리학.윌리엄 이케스 지음.

 
공감(empathy)은 타인의 관점에서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직감하는 것을 말합니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글을 통해 윌리엄 이케스 교수의 책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공감에 대해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왔던 인간관계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윌리엄 이케스 교수는 지난 2003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마음읽기-공감과 이해의 심리학』(푸른숲, 2008년) 이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사람들의 공감을 어떻게 측정하는지와 남녀의 공감 능력차이와 변화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추측하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를 ‘공감 정확도’라고 합니다. 공감 정확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사전 정보의 양’입니다. 공감에 필요한 내용은 대개 사적이어서, 친밀한 관계에서 표현되는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경험하며 얻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에 따르면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은 부부 사이의 공감 정확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imagesV0BKL1RG.jpg

뉴질랜드 심리학자 지오프 토머스가 80쌍 부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결혼 기간이 긴 부부일수록 서로 간의 공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내 아내와 내 남편과의 공감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지오프 토머스 등 연구자들이 80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공감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를 토론하게 한 후 그 과정을 녹화하는 내용이었죠. 녹화가 끝난 후 토론에서 경험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해 봤더니 결혼 기간이 긴 부부일수록 서로 간의 ‘공감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확하게 추측해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더 불행한 것은 오래 산 부부는 서로에 대한 공감 이해도가 떨어진 사실을 의식하지도 않았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죠. 누구보다 내가 나의 아내나 남편을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믿고 있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내 생각이 바르다고 단정 짓는 일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겁니다.
 

hg9c3w93m6hg6eo.jpg

부부는 결혼 초반에 형성된 서로를 향한 고정관념으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해 졸혼하는 경우가 생긴다

 

상황에 따라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죠. 내 아내나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주변 환경이나 건강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도 일부 달라집니다. 그러나 부부는 결혼 초반에 창작된 생각을 가지고 여전히 상대를 단정 지어 버립니다. 지금의 정확한 정보가 아닌 과거의 생각과 행동만으로는 지금 내 옆의 서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제는 흔한 단어가 되어버린 졸혼을 때때로 떠올리게도 됩니다.
 
미국의 데이터 과학자인 엘리스 짜오(Alice Zhao) 는 만난 지 일 년 지난 후 남자친구로부터 그간 주고받았던 문자를 선물로 받았다고 합니다. 5년 후 그 남자친구와 결혼하게 된 그녀는 지난 선물을 더 의미 있게 만들고자 6년 동안 주고받은 문자를 모두 분석해 보기로 했는데요. 분석 결과 결혼 전보다 상대방을 부르는 이름이나 호칭이 사라졌고, ‘사랑해’라는 단어의 사용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자기야’ ‘사랑해’란 단어가 들어있던 자리를 결혼 후에는 ‘집’이나 단순한 답변인 ‘그래’ 등 단어가 더 많이 차지하고 있더랍니다. 연애 시절엔 형용사나 보어를 많이 쓰며 메시지가 길었지만, 결혼 후에는 짧고 단순해졌다는 거죠. 더는 서로에게 미사여구가 필요 없어서일 겁니다. 
 
 
대화 끊긴 사람과 같이 있을 때의 고독 

85690af8-d5df-48f7-a86b-04de43dccba5(1).jpg


영국의 저메인 그리어 교수는 '이미 대화가 끊어진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보다 큰 고독은 없다'고 말한다. [사진 freepik]

 
그만큼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줄어든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과정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윌리엄 이케스 박사의 실험에 의하면 상대의 마음을 알아 맞추는 공감 정확도의 평균 점수는 22점에 불과했습니다. 친한 친구라고 해도 40점을 넘지 못했죠.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두 번에 한 번 이상은 계속 상대의 마음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국의 작가이자 교수인 저메인 그리어는 ‘이미 대화가 끊어진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보다 더 큰 고독은 없다’ 고 말합니다. 혹시 과거의 생각과 행동만을 기준으로 내 아내와 남편을 잘 안다고 확신하고 계시지는 않는가요? 그러한 확신으로 인해 공감 정확도는 떨어지고 대화도 줄어들고 있지 않을까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voivod70111@gmail.com

[이한상의 발굴 이야기] [48] 상자에 담긴 백제 금...

2006년 2월 14일, 임영진 관장이 이끄는 전남대박물관 조사단은 전남 고흥 길두리에서 시굴 조사를 시작했다. 임 관장은 오래전부터 길두리 안동고분(雁洞古墳)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분구(墳丘) 정상에 드러난 덮개돌로 ...

Nugurado, 조회 수 499

[이한상의 발굴 이야기] [47] 겉흙 아래 숨어 있던...

검, 덕천리 16호묘, 국립김해박물관 1992년 10월 20일, 유장근 경남대박물관장을 비롯한 조사단은 경남 창원 동면 덕천리에서 발굴을 시작했다. 그곳에 건설 예정이던 육군종합정비창 터에서 지석묘(支石墓)가 확인됐기 때문이...

Nugurado, 조회 수 512

[유라시아 문명 기행 2000㎞] 그곳에, 우리와 닮은...

▲ 파미르고원은 카라코룸, 힌두쿠시, 히말라야산맥 등이 지나 해발 5000m가 넘는 고봉이 즐비하다. 인도 불교가 파미르를 넘어 중국에 전해졌고 고선지 장군은 고구려 병사를 거느리고 이곳을 넘기도 했다. photo 석하사진문화...

Nugurado, 조회 수 555

[남궁 덕 칼럼]“이번만은 다르다”는 ‘오만 별곡’을...

10년 전 美서 잇단 경고음 나왔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며 주택대출 ‘오버’ 버블 터지면서 글로벌금융위기 발발 韓, 경제지표 왜곡하면 재앙 올수도 10년 전 미국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하면서 설마 했던 글...

Nugurado, 조회 수 548

[삶과 문화] 당신도 박항서가 될 수 있다

박항서 감독! 그를 보면 열광해야 한다. 쏜살같은 50대 후반, 대부분 패배자가 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전문성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와 가족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생존율 15%이하인 생계형 자영업을 택...

Nugurado, 조회 수 468

덩샤오핑의 내려놓음

어려운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용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 당사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야심차게 결정한 서울 방문이 소기의 목적을 이룰지는 그의 행동에 달려있다. 김 ...

Nugurado, 조회 수 536

[박종진의 만년필 이야기] 25. 역주행과 늦깎이

요즘 극장가에서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의 분투를 그린 ‘서치’가 화제이다. 지난달 29일 개봉 관객 수 3위로 출발했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며칠 전엔 추석맞이 대작을 밀어내고 1위까지 올랐다. 이렇게 처음엔 인기가 없...

Nugurado, 조회 수 918

성씨의 고향 - 광산김씨 Preview

현대화 도시화 물결에 퇴락해가는 한국의 종가들을 사계 김장생의 후손 김길중씨 종택을 통해 보여주며 광산김씨의 뿌리찾기여행을 시작한다. 우선 광산의 신라왕자 김흥광 유허비, 평장동 비석, 비봉포란형 단소를 답사하며 ...

Nugurado, 조회 수 555

美·日 `왕진`시장 키우는데…韓은 방치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급증하는 데다 핵가족화로 돌볼 가족도 없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왕진(往診)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왕진 서비...

Nugurado, 조회 수 615

‘우리민족끼리’ 구호에 숨은 함정

이춘근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같은 핏줄 vs 같은 생각 무엇이 더 중한가? ▲ 2015년 10월 10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청년 수천 명이 참여한 대규모 횃불 퍼포먼스가 열렸다. 횃불 공연 참석...

Nugurado, 조회 수 551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의 꿈> 주석의 중...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길을 마오쩌둥의 방식으로 간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면서도 강력한 사회통제를 단행하고 있다." (Zhao, S., 2016, "Xi Jinping’s Maoist Revival") 중국은, 국가는 강하고 사회는 약하다. 도시는 유럽...

Nugurado, 조회 수 439

덕후(德厚)시대

구한말 고종 때의 일이다. 제중원 앞마당에서 선교사와 공관원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도 고종이 보셨다. 염천의 더위속에서 공을 주고 받으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시더니 마침내 딱하다는 듯 고종께서 한 말...

Nugurado, 조회 수 554

북가주 또 산불… 프리웨이 덮쳐

지난달 대형산불로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난 북가주 레딩에서 또 큰 산불이 발화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델타 파이어로 명명된 이번 산불은 지난 5일 발화돼 밤새 1만5,000여 에이커를 태우고 확산되면서 5번 프리웨이...

Nugurado, 조회 수 568

둘만 남은 조용한 부부 졸혼 가능성 커

박혜은의 님과 남(17)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집은 더 세지고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실생활에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줄어들지 않았는가 돌아봅니다. 그런데 그 노력을 가장 덜 하게 되는 공간이 혹시 가정, 그 ...

Nugurado, 조회 수 553

'사랑해'라는 말의 가치는 3억3000만원

박혜은의 님과 남(22) 가정의 달인 5월, 가장 가까운 가족인 아내와 남편은 챙기셨나요?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을 지나 21일 부부의 날까지 가족을 챙기자는 날들이 5월에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자녀와 ...

Nugurado, 조회 수 576

마눌의 본성은 삼식이를 미워하지 않았다

강인춘의 마눌님! 마눌님!(49) [일러스트 강인춘] 삼식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마눌이 겉으로만 미워하는 척하는 거야. 마음속 깊은 곳에선 아직도 너에 대한 사랑은 지워지지 않았단다. 겁나니? 자! 웃어봐. 아직도 내 말을 ...

Nugurado, 조회 수 559

박정희 대통령과 M16의 비화 / 신의한수

박정희 대통령과 M16의 비화 / 신의한수

Nugurado, 조회 수 471

구겨진 슈트, 샤워 후 욕실에 걸어놓으면 펴져

양현석의 반 발짝 패션(11) 출장은 업무의 연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옷의 선택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업무로 출장 가야 할 일이 생긴다. 비즈니스 출장은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출장의 ...

Nugurado, 조회 수 588

임종 지켜줄 사람, 당신은 몇명이나 있나요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5) 말기 암 판정을 받은 80대 노인이 시립 동부병원에서 생전 장례식을 치렀다. 조문객으로 초청받은 지인들은 노인과 추억을 나누고 노인이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헤어질 때 일일이 포옹을 나누...

Nugurado, 조회 수 635

장자가 부인 죽자 바가지 두들기며 노래 부른 까닭...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13)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으면 삶을 사느라고 그리 애를 쓰지 않아도 되리라.[사진 pixabay] 돈을 모으고 친구를 사귀는 일상의 일이 어쩌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고 언젠가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

Nugurado, 조회 수 1490